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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조선일보, 희박한 근거로 이재명-문대통령 갈라치기

기사승인 2021.02.25  14: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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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경쟁 침소봉대야말로 ‘조선일보의 잠 못 이루는 밤’ 증명

“현재 이 지사는 차기 대선 주자 중 단연 1강(强)이다. 한참 앞서 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따돌리고 더블 스코어 리드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도 얼마 전 방송 인터뷰에서 ‘탈당한다는 말이 나온다’ ‘제3 후보가 나온다는데 섭섭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렇게 묻는 배경에는 문 대통령과 그 세력이 이 지사에게 후계자 자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깔려 있다. 이 지사가 ‘대통령 지지자들이 나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데 왜 당을 나가겠느냐’고 강조한 것도 친문의 거부감을 의식하고 있다는 징표다.”

<조선일보> 25일자 <‘이재명 次期’ 괜찮을까, 文의 잠 못 이루는 밤>란 ‘김창균 칼럼’ 중 일부다. 근래 들어 눈여겨 볼만한 ‘칼럼’이었다. <조선일보>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대선주자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이 지사와 현 정권을 어떻게 ‘갈라치기’ 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서이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해당 칼럼의 핵심은 결국 ‘1위 이재명’과 친문이라 쓰고 ‘문파’라고 읽을 핵심 지지층과의 불화이다. 이를 깔고 이 지사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권과의 불화를 부추기는 논조가 꽤나 신박하다. 

그 전제가 문재인 정부의 ‘정권 비위’를 ‘범죄’로 단정하고 있기에 더더욱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어 이재명 지사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전 정권들처럼 문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 것으로 ‘예단’한다. 

지금은 이 지사가 문 대통령과 ‘친문’의 눈치를 보지만, 결과적으론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이 ‘차기 이재명’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아간다. 가히 역대급 ‘궁예질’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의 초조함이 묻어나는 해당 칼럼을 좀 더 뜯어 보자.   

‘조선’의 역대급 궁예질 

“역대 대통령들도 차기 주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전 정권 사냥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아무 혐의점 없이 물러난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 입장은 더 절박할 수밖에 없다. 

울산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옵티머스·라임 사기 같은 정권 비위가 터져 나오는 것을 권력의 힘으로 틀어막고 있다. 임기가 끝나면 억눌렸던 마그마가 분출하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이 차기 주자에게 요구하는 필수 덕목은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신뢰다.” (<조선일보> 25일자 <‘이재명 次期’ 괜찮을까, 文의 잠 못 이루는 밤> ‘김창균 칼럼’)

문장을 저렇게 맺어도 되는 걸까. 문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게 퇴임 후 안전을 필수 덕목으로 요구한다고 단정하는 <조선일보>의 근거는 무엇인가. 없다. ‘궁예질’이라고 한 이유다. <조선일보>는 또 “이재명 지사도 이런 대통령 심리를 읽고 있다”고 단정한다. 이번엔 근거가 나온다.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이 문 대통령을 향해 “기재부 사무관만도 못하다”고 비판한데 대해 이 지사가 예의 그 호전적 수사로 응답한 것이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지사가 언제부터 문 대통령 심기 경호에 이처럼 적극적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정책 논쟁이나 논쟁의 맥락은 쏙 빼고 ‘대통령 심기 경호’라 끌어다 쓴 <조선일보>식 화법의 전형이다. 

해당 칼럼은 서두에 4년 전 대선 경선 당시 매서웠던 이 지시와 문 대통령 간 토론을 상기시켰다. 또 정권 초기 신년 기자회견에서 날선 질문을 한 기자의 소속 매체가 폐간됐다는 사실을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문 정권의 ‘뒤끝 작렬’이었다. 문 대통령과 문빠들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불손했던 태도 역시 잊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4년 전 토론 이후 ‘뒤끝 작렬’을 유지한 것은 소위 ‘문파’라 불리는 일부 지지자들 뿐이다. 또 <조선일보>가 언급한 매체의 ‘자진 폐업’은 대통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도리어 해당 기자는 현재 국민의힘 원외대변인을 맡고 있다. <조선일보>가 ‘뒤끝 작렬’하다며 제시한 근거가 이렇게 희박하다. 전제가 이렇게 흔들리니 주장 전체의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어 뜬금없이 YS를 끌고 들어온 대목은 말 그대로 ‘압권’이다.  

“만약 문재인 뒤를 이재명이 잇는다면 역대 정권 이양 중 노태우·김영삼 모델에 가까울 것이다. 직전 대선에서 맞붙었던 후보들끼리 권력을 주고받는 것도 그렇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선임자’와 ‘성격 팔팔한 후임자’ 구성도 닮은꼴이다.

노 대통령 측근들은 YS에게 권력을 넘기면 ‘반드시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며 만류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YS, 사람 많이 달라졌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주례 회동 때 내 얼굴도 잘 못 쳐다본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 정권 3년 차였던 1995년 비자금 혐의로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되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12·12 군사반란 혐의까지 겹쳐지면서 17년형을 선고받는다.”

<조선일보>의 비유적 상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재명 지사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문 대통령도 쇠고랑찬다’이다. 그러니까 그 근거가 문 대통령과 친문의 ‘뒷끝 작렬’과 ‘정권 비위’요, 그 전제 위에 YS를 닮은 이 지사는 취임 후 ‘전직’ 문 대통령을 치리란 상상까지 나아간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갈라치기’를 위한 망상에 찬 ‘희망사항’이지 않은가. <조선일보>의 이러한 ‘갈라치기’는 결국 문 대통령의 밤잠을 걱정하는데 이른다. 

   
▲ 지난해 2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 양승조 충남지사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일보의 잠 못 이루는 밤 

“그러나 선두 주자 이재명 지사를 제치고 대체 후보를 내세우려는 시도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이 지사는 그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제3 후보론과 이재명 탈당설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친문 진영에서 후보 선출 시기를 미루자는 말이 나오자 이 지사 측은 ‘내전(內戰)을 각오하라’고 했다. 선전포고다. 

여권 내 드잡이 속에 친문 제3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다면, 그래서 야당 후보 혹은 이 지사가 당선된다면 문 대통령 퇴임 후엔 진짜 벼랑 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권력 비리를 캐려는 검찰을 찍어 누르는 ‘윤석열 문제’는 단순한 1차 방정식이었다.

미덥지 않은 차기 선두 주자를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교체에 나설 것이냐는 ‘이재명 문제’는 통제 안 되는 변수들이 작동하는 고차 방정식이다. 문 대통령은 요즘 ‘이재명 차기’ 정말 괜찮을까를 고민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맞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윤석열 문제는 단순한 1차 방정식’이었다는 표현이다. 맞다. 윤석열 검찰총장 이슈는 검찰개혁의 완수로 가는 1차 방정식일 뿐이었다. 윤석열 총장의 ‘조국 일가족 수사’ 뒤로 사법개혁이, 언론개혁이, 한국사회 전반의 기득권 카르텔 혁파가 기다리고 있음을 짐작이나 했던 이가 얼마나 됐을까. 

여권 내 ‘차기’를 위한 내부 경쟁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 중 이재명 지사가 위에 언급한 민주정부의 과제를 잇고 있음을 부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러한 내부 경쟁을 침소봉대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일보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조선일보>처럼 ‘문빠의 뒷끝’이나 ‘정권 비위’를 ‘사실’로 단정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민주정부의 과제를 이어가는 대선주자 1위로 인해 문 대통령이 밤잠을 못 이룰 일을 없을 것 같다. 차라리 <조선일보>처럼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보를 위한 오보를 양산하며 정권을 위협하는 존재들 때문이라면 모를까.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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