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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박형준…이언주 앞섰던 홍준표의 내부총질

기사승인 2021.02.17  11: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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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총질보다 더 심각한 ‘사찰 사건’…특별법 조사대상 될 가능성 농후

“전국을 휩쓴 도박광풍으로 수많은 자살자들이 속출한 2006년께 박형준 당시 국회의원의 최측근 보좌관 정현곤은 게임도박업체로부터 5100만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습니다. 박형준은 본인은 몰랐다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닙니다. 

비서관도 아닌 보좌관은 의원의 최측근이자 수족이나 다름없습니다. 정현곤은 지금도 박형준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박형준 후보가 뭔가 켕기는 게 있어 챙겨 주는거 아닌가 하는 세간의 의심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16일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박형준은 사행성도박게임으로 자살한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먼저 사과하라>란 페이스북 글에서 주장한 내용 중 일부다. 이 전 의원은 “박형준 예비후보와 토론을 하면서 저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라며 전날(15일)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일 대 일 토론에서 내용을 상기시키며 그보다 더 센 주장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었다. 

   
▲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나선 박형준(기호4번, 왼쪽), 이언주(기호2번) 예비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부산MBC에서 첫 TV토론회를 갖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토론 당시 이 전 의원은 박형준 동아대 교수를 항해 “18대 국회의원으로 계실 때 스크린 승마협회 업주 모임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아서 라스베이거스에 외유를 가서 카지노 도박 게임쇼를 보고 오셨다”며 “이후 1억원의 협찬을 받았고, 그해 12월 바다이야기가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규제강화를 막는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자살하고 물의가 빚어졌다”고 몰아 붙였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이 후보가 굉장히 곡해하고 잘못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잘못 얘기하면 허위사실이 된다. 야당 의원으로서 조사받았지만 무혐의였다. 다른 사람의 명예를 공개적으로 훼손할 권리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토론 말미 박 교수는 “오늘 참 죄송하다”며 “지역 현안을 갖고 토론해야 하는데 결국 인신공격의 장이 됐다”고 자세를 낮추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굽히지 않았다. 

이언주 보다 앞섰던 홍준표의 내부총질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사행성 도박업체와의 관계, 돈받고 실형을 산 보좌관이 지금 선거참모라는 저의 주장이 나오자 집요하게 말을 끊어 제 진의가 아예 전달되지 못하게 했고 흥분해서 반말까지 했습니다”라며 “당시 정현곤의 구속은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됐으면 박형준도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중대범죄사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자 토론 당시 제기한 의혹을 거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렇게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1, 2위 후보 간의 토론은 난타전, 비방전이란 평가 속에 다음 라운드를 예고 중이다. 

분명한 것은 두 후보 간 토론이 지난 2007년 17대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내부총질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이 과거 주고받은 설전과 의혹 제기가 대부분 진실로 드러났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고. 

   
▲ <이미지 출처=MBN 화면 캡처>

박형준 교수의 또 다른 주요 이력도 자연스레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의원은 박 교수가 “MB 정권 때 청와대에 오래 계셨다”며 포문을 연 뒤, 가덕도 신공항 공약이 MB 정부 때 무산된 것에 대해 박 교수가 과거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데 의미가 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기도 했다. 

과거 JTBC <썰전> 등 방송에 출연해 “다스는 MB 것이 아니다”며 공공연히 MB 편을 들었던 박 교수의 전력을 이언주 전 의원이 재차 꺼내든 것이다. 이런 내부총질을 비교적 최초로 공론화한 것은 바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었다. 

지난해 12월 홍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박 교수를 향해 “MB정권 때 국정을 기획하고 홍보하던 실세였던 사람”이라며 “자숙하고 MB 면회나 열심히 다녀야 사람의 도리”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어 또 다른 글에서 홍 의원은 박 교수의 이력을 열거하며 “참으로 뻔뻔스럽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바로 이렇게. 

“(박 교수는) 민중당으로 정계 들어왔다. 내가 부산 수영에 공천을 줘 17대 국회의원이 됐다. MB때 탈당하고 청와대 수석으로 실세처럼 군림하다 10년 만에 당으로 다시 돌아와 황교안 전 대표와 함께 그 좋던 총선 다 망치고, 총선 망친날 KBS에 나가 유시민과 함께 한껏 놀았다(...). 

총선 당시 수도권을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놓고 날 낙선시키기 위해 대구까지 내려와 유세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 좋던 총선을 망쳤으면 황 대표처럼 조용히 물러나 근신해야 함에도 마땅한데도 부산시장을 하겠다고 나선다. 참으로 정치가 뻔뻔스럽다(...).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그만해라, 당을 더 망치지 말고.”

이에 대해 박 교수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사실에 기초한 비판이라면 정치 선배의 고언이라 여기고 달게 받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처음부터 말씀드린다”며 “후배 책 잡는 일 하시지 말고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구심이 되어 주시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헌데, 박 교수의 이런 전력이 내부총질에서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문건의 새로운 파문이 MB 청와대의 요직을 두루 거친 박 교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총질보다 시급한 국정원 사찰 사건 

“박형준 후보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정무수석 등 요직에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 불법 사찰에 대해 알고 있었거나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 않겠냐는 게 비판의 취지다. 후보마다 비판 수위는 다르지만, 여당 후보뿐 아니라 당내 경선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민의힘 예비후보 중에서도 이런 맥락의 문제제기를 꺼내는 이도 있다. 박 후보는 선거를 앞둔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16일 KBS <[단독] 국정원은 ‘박형준 보고 사찰 파일’ 실체를 공개할까?> 기사 중)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박 교수는 “정치공세”라 주장하지만 그럴 근거조차 희박하다. 이미 MB 국정원 불법 사찰 사건은 현 정부 초기 국정원 개혁의 일환으로 불거진 사안이었고,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만든 ‘내놔라 내파일’ 및 환경단체가 사안을 주도하기도 했다. 박 교수의 주장과 달리 정부여당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정치공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 사건은 그냥 한 번에 끝날 사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국정원이 일단 소극적으로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TF팀을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그 절차를 정보위원회에 보고를 하고, 그 보고하는 과정을, 보고하는 내용을 보면서 저희가 지금 말씀하신 그 자료 제출 요구를 한다든지 또는 특별법을 만든다든지 하는 걸 차근차근 다 나갈 것입니다. 결국은 자료 제출 요구와 특별법까지 나가게 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한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의 전언이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며 부산시장 선거전을 즐기던 박 교수는 당선 여부를 떠나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언제까지 그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이번 사안을 ‘정치공세’라 일축할 수 있을까. 내부총질보다 더 큰 사안이라는 것을 본인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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