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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쿼드 때문에 2018년 남북합의 가로막았나?

기사승인 2021.02.13  09: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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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 합의 이행에 제동 건 이유

‘북한 원전 지원’ 논란과 관련 핵심 당사자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어불성설’이라고 공식 입장을 강조하면서 ‘2018년 4.27판문점 남북회담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서 당시 미국 측 카운터 파트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북측에 건넨 USB 내용을 사후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동일한 내용의 USB를 볼턴 보좌관에게 전달한 것은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통일뉴스 2021년 2월 2일)

   
▲ 2019년 7월 24일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면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정 후보자는 또한 “우리 정부는 이런 내용 미국과 충분히 공유했다”며 “4.27판문점 회담을 앞두고 또 이후에 제가 세 차례 미국을 방문해서 당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신경제구상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줬고, 특히 회담 직후 다시 워싱턴을 방문해서 미국에 북에 제공한 동일한 내용 USB를 제공했다. 제공하고 한반도신경제구상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의 이날 발언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측과 공유하고 설명했다는 발언에서 그간 한국의 역대정부가 대북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하거나 동의를 구한다는 추정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주권국가로써 웬만하면 대외적으로 스타일을 구기는 발언을 삼간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어떻게 비춰질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지만 주목할 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 후보자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시기인 지난 2018년 남북 정상이 발표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도 한국이 미국과 그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두 선언의 내용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 등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그런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두 선언에 담긴 내용은 후에 미국 측의 반대로 거의 실천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용으로 준비했던 대북 협상안을 미국과 공유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면 미국이 왜 뒤늦게 그 실천을 반대했는지에 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고 향후 남북관계를 추정하는데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남북 정상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 남북 간 경제협력 추진 등에 합의했고,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비핵화와 군사, 경제 부문 협조 및 이산가족 면회 추진 등에 합의했다. 두 선언의 내용대로만 실천되었다면 오늘날 한반도 상황은 현재와 크게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은 후에 한미 협의와 동의 절차를 거치면서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미국은 또한 남북철도 연결, 금강산·개성공단 재개에 반대했고 한미군사훈련 지속을 고집하면서 한국군 군사력 증강 등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정상의 합의 백지화는 물론 그에 역행하는 조치를 한국에 요구한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남측이 남북 정상간 합의를 이행치 않은 것이 주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남북정상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은 과거 유사한 사례의 경우처럼 사전에 어떤 식으로 든 한미 간에 협의 절차를 거쳤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후에 미국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당시 북한에 대한 유엔과 미국 제재가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 간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미국이 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적 교류협력을 증진시킬 조치에 뒤늦게 반대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결성한 4개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 ;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다.

쿼드는 2007년부터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개국이 시작한 비공식 전략기구로 준 정규적 정상회담, 정보교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쿼드에 공을 들인 시기는 남북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린 연도와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 뉴델리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해군 사령관들이 만나 쿼드의 안보 활동을 재개할 것을 시사했다. 이는 트럼프가 2017년 11월 아세안 정상회담 기간 동안 일본, 인도, 호주 정상과 만나 쿼드 구상을 활성화 시킬 것에 합의한 뒤 취한 조치였다.

그에 따라 이들 4개국 관련 부문 책임자들이 회담을 갖고 안보 협력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중국이 남지나해에서 활동을 증대하는 것에 대해 협의했다. 그 후 쿼드 관련 회담이 2019년까지 5차례 열리면서 미국 등 4 개국은 쿼드를 활성화시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공세적 태도 속에서 역내 자유로운 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Quadrilateral_Security_Dialogue#Timeline).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 안보활동을 재개해 활성화 할 움직임을 취하면서 남북 정상이 다양한 교류협력의 청사진을 내놓자 미국이 그것의 실천에 제약을 가한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이 쿼드의 군사훈련 재개 등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한이 화해 협력 움직임을 차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서 평화무드가 조성되는 것은 쿼드 추진에 부정적이라고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쿼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북아에 신 냉전을 초래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노리기 때문에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어 한반도 긴장완화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쿼드의 추진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긴장 상태 유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남북 정상의 두 차례에 걸친 합의가 유엔 포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뒤 늦게 그 실천에 제동을 건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2021년 새해 들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쿼드 4개국과 캐나다 군이 참여한 다국적 대잠수함 작전 훈련 ‘시 드래곤’(sea dragon)을 지난 12일부터 괌 인근 해상에서 실시 중이라고 미 해군 7함대사령부가 지난 16일 밝힌 바 있다. 우리 군은 지난해 해군 초계기를 파견해 이 훈련에 처음으로 참여했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참했다.(뉴스1 2021년 1월 16일).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톰 카퍼 민주당 상원의원 등과 인프라 투자에 관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중국은 지난해 중후반 기에 걸쳐 미국이 쿼드를 실체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자 막강한 자국 경제력을 활용하거나 러시아와 함께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거나 미국의 군사도전에 대응할 첨단무기를 개발할 방침을 밝히면서 대응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는 또한 파키스탄, 북한 등 유관국가 간 연대를 모색하면서 북한에 대해서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지원을 지속했다.

미·중 두 나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에 대해 쿼드 참여를 압박해왔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에 한국의 참여가 당연하다는 식으로 논리를 폈으며 미국의 전, 현직 고위관리나 전문가들이 미국 정부 선전매체인 <미국의 소리> 등을 통해 여론전을 전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안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연합뉴스 2021년 1월 18일) 이는 한국의 쿼드 동참에 대한 구체적인 주문의 성격으로 읽힌다.

바이든 새 정부도 트럼프 정부에 이어 쿼드 추진을 통한 기존의 대중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쿼드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13일 “철통같은 한미 동맹은 역내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연계한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양국 동맹을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사용해온 표현인 핵심축, 즉 ‘린치핀’에 거듭 비유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1월 14일)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역내 집단안보 구상인 ‘쿼드’의 연속성이 유지될 것이며 향후 한국의 참가 요청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지난달 29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역내 집단안보 구상 ‘쿼드’가 향후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세워 나갈 기본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KDVA) 회장은 지난 1일 “미 국익에 위협이 되는 안보환경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연속성을 갖고 쿼드 구상에 대한 접근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쿼드가 역내 핵심 민주주의 국가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국을 참여시키려는 열망은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2월 2일)

쿼드는 향후 미국의회가 이미 만들어 놓은 정책에 의해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미국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 중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과 태세를 증진하고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2021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 ‘태평양억지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항목을 신설해 22억 달러(한화 약 2조4천억원)를 배정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태세 및 방어능력을 증진하고 동맹을 확실히 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미 의회가 중국에 한층 더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초당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풀이됐다.(연합뉴스 2020년 12월 7일)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처럼 대만에 대한 지원과 함께 쿼드 추진을 강행해 중국을 자극할 경우 발생할 파열음으로 북한 문제가 가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동북아에서 신냉전이 촉발될 경우 남북관계 개선도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미·중 갈등에 한국이 미국 편을 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쿼드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중간 경제 관계가 한미경제관계보다 크다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선택 공간은 커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경제력 세계 10위권, 군사력 6위라는 위상을 감안해 한미동맹 정상화, 전작권 전환 등을 통한 군사적 주권확립을 기하면서 동북아의 신냉전 심화를 저지하면서 남북평화통일을 위한 기반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http://www.kopf.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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