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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급했나...‘이언주 공약’ 한일해저터널 들고나온 김종인

기사승인 2021.02.01  14: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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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우용 “1901년 용산 포구 수순…日 이익만큼 손해, 부산시민 모를까”

“우리는 문재인 정권 같은 반일정치를 하지 말고 서로 적극적으로 '윈윈'(win-win·상생)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해저터널 얘기도 있었는데 영해를 기준으로 일본으로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 터널을 할 수 있다면 가덕도하고 연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난달 3일, 보궐선거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 참석, 가덕 신공항 외에 부산 지역의 자체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내놓은 주장이다. 

지난달 27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전 의원은 “부산은 무조건 민간경제 중심으로 팽창해야 한다”면서 “철도, 항만, 공항의 트라이포트를 뛰어넘는 한·일해저터널, 해상일주도로를 결합한 ‘파이브포트’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에 따르면, 해당 해저 터널은 가덕도에서 출발, 일본의 대마도, 이키섬을 거쳐 가라쓰시를 잇는 구조다. 

   
▲ <이미지 출처=부산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를 통해 일본 남부 규슈 지역의 수요를 확보하고, 이와 함께 동해안을 따라 만든 대교를 통해 해운대구, 기장군을 거쳐 울산까지 그 수요를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서울에 종속된 성장전략을 버려야 한다”며 “부산이 대한민국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일본 남부라든가 중국 남부, 대만, 홍콩, 더 나아가 태평양이 우리의 시장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화답이었을까. 1일 부산을 방문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이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적극 지지와 가덕도 특별법 여야 합의 처리를 천명한 현장 비대위원회 자리에서였다. 

가덕도 신공항도 모자라 해저 터널이라니...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

구체적인 지역만 달라졌을 뿐 아이디어의 골격은 이 전 의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일본에 비해 월등히 적은 재정 부담으로 54조 5000억 원의 효과, 45만 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효과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 내륙철도를 가덕도까지 연결하고 부산신항-김해항 고속도로와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거시적인 계획을 내놨다.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을 통한 ‘동북아 제2허브’ 구상을 넘어서는 말 그대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투입될 공약을 내건 셈이다. 그러자 이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 반응했다.  

“더구나 한일해저터널은 제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공약입니다. 이 터널의 연결은 우리의 시장을 5천만시장에서 1억5천 시장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가덕으로 연결된 해저터널을 통해 부산 강서 일대의 국제물류단지에도 일본남부 등 대규모 외국자본유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농산물 수출, 인력교류 등 부산지역 경제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제가 주장해온 공약인데 이를 적극 반영한 내용을 밝혀주셔서 적극 환영합니다. 가덕신공항 부지 방문하는 길에 김 위원장님과 한일해저터널의 경제유발효과에 대해 심도 깊고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 신공항 공약과 관련, 눈물을 흘리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성토했던 이 전 의원. ‘조건부 사퇴’까지 내걸었던 이 전 의원의 공약을 김 위원장이 전격 수용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론, 이러한 카드를 들고 나온 김 위원장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당내 엇박자를 잠재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물론, 한일 해저터널의 현실성과 실효성은 별개의 문제일 터. PK 지지율이 급락하는 와중에 부랴부랴 부산을 방문, 이 같은 대규모 건설 경기 부양용 공약을 내건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침을 놓은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대표적이었다. 

“이제 와서 ‘가덕도’ 폄훼한 발언을 뒤집기는 민망하고... 그래서 ‘가덕도’ 찬성에 더해 한일해저터널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심산. 김종인 영감님의 수는 너무 낡았네요. 부산을 종착지가 아니라 정거장으로 만드는 한심한 전략, 그게 참으로 득표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뉴시스>

해저터널? 현실성 있나 

김 이사장의 우려는, 부산이 동북아 물류의 중심이 아닌 단순한 거점지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과거 번성했던 용산 포구가 1901년 일본인의 경인철도합자회사가 한강철교를 부설한 이후 포구 상업과 물류가 급격히 쇠퇴하고 인근 포구까지 영향을 받았던 전례를 길어 올린 것이다. 

“러일전쟁 중 경부, 경의철도가 속성공사로 완공된 후에는 한강변 사람들은 대량실업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일본은 철도화물 운송업을 일본인 회사에 독점시켰고, 한인은 일본인 회사와 탁송자를 연결하는 ‘소하물 운송업’에만 일부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씨가 ‘한일 해저터널 연결’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터널이 연결되면 부산항은 1901년 이후의 용산 포구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겁니다. 이 터널로 일본이 얻는 이익만큼, 부산과 그 주변 지역이 손해를 볼 겁니다. 부산시민들도 모를 리 없겠죠.”

이런 대규모 한일 협력이 가능할지에 대한 현실성 여부에 대해 국민의힘이 향후 어떤 계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역전되고 힘의 우위가 변화하는 것과 관련해 일본 정치의 퇴행을 지적하며 “일본보다 잘 나가는 한국에 대한 위기감이자 열등감의 발로”라고 진단한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 

최근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을 출간한 이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유화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작금의 일본 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선거용으로, 지지율 끌어올리기용으로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들고 나온 이들이 경청해야 할 고언이었다. 

“한일은 ‘무조건’ 협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본은 당분간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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