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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처절한 사과, 그간 누구와 싸웠나

기사승인 2021.01.22  16: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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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 없는 의혹제기, 모든 비판 감수할 것”…언론도 잘 안 하는 오보 인정하기까지

“오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슈피겔 등 해외 유력 언론도 종종 오보를 한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대응이다. 뉴욕타임스는 1853년의 오보를 161년 만에 정정보도해 ‘역시 뉴욕타임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오보를 안 하는 것만큼 잘못을 인정하는 것,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 그리고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전 세계 최하위인 것은 반성에 인색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올해는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언론이 늘기를 소망한다.”

   
▲ <이미지 출처=기자협회보 홈페이지 캡처>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지난 6일 <기자협회보> 칼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언론’에서 당부한 내용이다. 지난해 8월 <조선일보>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의 세브란스병원 관련 오보, 2019년 10월 <한겨레>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윤석열 총장 별장 접대 진술’ 오보, 지난해 7월 KBS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신라젠 의혹제기 공모’를 열거한 뒤, 오보를 인정하지도 설명하지도 않는 우리 언론의 경향을 꼬집은 것이다. 

“2020년 신뢰하는 언론인 3위(시사인)와 영향력 있는 언론인 3위(시사저널)에 오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정경심 교수의 PC 반출을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가 공동정범이어서 증거은닉교사로 처벌할 수 없지만 증거를 은닉하는 범행을 했다고 판결했다. 유시민 이사장의 명백한 오보다.”

그 가운덴 위와 같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위한 일침도 자리하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시즌3를 시작하며 ‘정치평론을 그만 두겠다’고 선언한 유 이사장을 향한 이러한 일침은 김 대표만은 아니었다. “‘유시민’같은 어용지식인이 쫄딱 망하고 죗값을 받는 세상이 왔으면”이란 건국대 서민 교수와 같은 ‘저주’와 같은 비난도 적지 않았다. 

2019년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직후 <알릴레오>를 통한 정치평론을 이어가며 말 그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 이사장. 그가 21일 장문의 사과문을 내고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 의혹 등에 대해 ‘오보’를 낸 것에 사과했다. 지난해 말부터 해당 의혹에 대해 이어져온 일각의 문제제기에 정중하고 긴 사과문으로 공식 대응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 유튜브 영상 캡처>

유시민 이사장이 남긴 장문의 사과문 

“2019년 12월 24일, 저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사이 어느 시점에 재단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하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어 유 이사장은 ‘노무현 재단의 후원 회원’과 ‘알릴레오 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가 제기한 의혹을 접하셨던 시민’들에게도 사과했다. 재단 후원 회원들에게는 “노무현재단을 정치적 대결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인 것이 “이사장의 책무에 어긋나는 행위였”다며 후원회원들에게 용서를 청했다. 

또 방송 시청자들과 시민을 향해서는 “정부여당이 추진한 검찰 개혁 정책이나 그와 관련한 검찰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형성해야 합니다. 분명한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의혹 제기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합니다”라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유 이사장이 더욱 더 처절한 자성을 내놓은 것은 그 다음 대목이었다. 

처절하게 반성한 유시민은 그간 누구와 싸웠나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습니다.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습니다.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습니다. 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 입증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더없이 뼈아팠을 ‘악마화’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논리적 확증 편향’이란 성찰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이 <유시민의 사과할 용기>란 칼럼에서 “공직 부적격자를 진영의 순교자로 만든 과정에 많은 정치 선동가가 역할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꼬집은 것과 버금갈 자아비판이라 할 만 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돌이켜보자. JTBC <썰전>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넓힌 유 이사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어용지식인”을 선언했다. 이후 <알릴레오>를 ‘런칭’했고, 시즌2로 접어들고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국면에서 더욱 큰 스피커를 쥐게 됐다. 김경록 PB가 믿고 찾을 만큼.

그 과정에서, 극도로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았던 언론 지형에서 큰 축을 담당했고, 그 만큼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일정정도 부실한 ‘팩트 체크’를 지적받을 만한 의혹들을 제기했던 것이 사실이다. 누가 봐도 ‘튀는’ 행보였다. 다른 진영에서 보기엔, 참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전직 정치인 유시민이란 상징적 지위에 걸맞지 않은 껄끄러운 잡음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유 이사장의 주장 중 몇몇은 ‘오보’였고, 몇몇은 향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며, 또 몇몇은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 <썰전>과 엇비슷했던 정치평론이 어느 순간부터 ‘취재’와 ‘팩트 체크’의 영역으로 넘어갔고, 검찰이나 반대편 진영과의 대결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적 권력을 지닌 수사기관인 검찰과의 대결이다. ‘유시민의 입’은 어느새 보수야당과 보수단체가 주목하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스피커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보수단체의 고발을 감수해야 했고, 뒤이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수사 여부가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떠올려 보라. 그간 검찰과의 전면전을 벌인 이가 누가 있었는지.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어긴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와도 책임을 나눌 수 없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에 대한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4월 정치비평을 그만두었습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한동안 정치평론의 영역에서 활약했던, ‘조국 사태’의 일정 영역을 상징했던 ‘유시민의 입’은 이렇게 작별을 예고했다. ‘응답하라 유시민’을 외쳤던 누군가는 환호할 것이고, 또 누군가들은 분분한 자신만의 평가를 앞세운 채 다툴 것이다.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를 바랐던 또 누군가들은 좌절할지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 언론 매체와 대등한 위치에서 대결했던 유 이사장이 그 언론들이 잘 하지 않는 ‘오보’를 인정했다는 사실이리라. 그의 말마따나 모든 비판을 감수한 채로. 앞서 소개한 김희원 논설위원은 해당 칼럼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동의나 부동의 차원을 넘어,  어쩌면 유 이사장 또한 이러한 요구들에 부담감을 느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유 이사장은 잘 알려지다시피, 너무나 똑똑한 사람이니까. 

“유 이사장이 자기주장을 모두 사실로 믿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기엔 그는 너무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알면서도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무리수를 두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그가 지킨 것은 문 대통령이 아닌 지지자들이다. 그가 조 전 장관을 검찰 거악에 맞서 싸우는 사도로 옹호할 때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의 십자군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문 대통령을 폭넓게 지지했던 중도층은 이탈했고 서로 다른 진실의 세상이 만들어졌다. 결국 그의 역할은 어용 지식인이 아니라 선동가였던 것이다.

정치인 유시민은 ‘싸가지 없는 진보’의 대명사였지만 정치와 거리를 둔 지식인으로서 그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가, 정치평론가, 방송인이었다. 나는 이제 그가 지식인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된 주장은 바로잡고 사과하는 용기를 내주기를 바란다. 그에겐 궤변으로 빠져나갈 능력이 있겠지만 그 재주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용기는 보상받을 것이다. 유시민은 지식인으로 복귀할 것이며, 우리 사회는 하나의 진실을 공유하는 세상으로 한걸음 진전할 수 있다.”

다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사과문 전문. 

2019년 12월 24일, 저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사이 어느 시점에 재단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하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노무현재단의 후원회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저는 입증하지 못할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노무현재단을 정치적 대결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모든 강물을 받아 안는 바다처럼 품 넓은 지도자로 국민의 마음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이사장의 책무에 어긋나는 행위였습니다. 후원회원 여러분의 용서를 청합니다.

'알릴레오' 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가 제기한 의혹을 접하셨던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검찰 개혁 정책이나 그와 관련한 검찰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형성해야 합니다. 분명한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의혹 제기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습니다.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습니다.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습니다. 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 입증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어긴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와도 책임을 나눌 수 없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에 대한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4월 정치비평을 그만두었습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2021년 1월 22일
유 시 민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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