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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표절 스캔들’ 손창현, 국민의힘 아닌 민주당이었다면

기사승인 2021.01.20  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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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들 손씨 행각 추적…주요 언론들 외면, ‘선택적 보도 양상’ 증명한 사건

“저는 이렇게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일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는데 그 피해자가 제가 됐다는 게 굉장히 슬펐고요. 무엇보다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한 제 시간과 노력 그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후에 그 문학상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받은 분들의 창작물을 많이 표절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이제 문학상을 그저 돈벌이로 사용했다는 것에 더욱 슬펐던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자신의 소설 <뿌리>가 통째로 도용됐다고 페이스북에 밝히며 희대의 ‘표절‧도용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피해 작가는 “영혼의 도둑질”이란 표현으로 참담함을 대신했다.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해당 작가는 자신을 “등단한 작가가 아닌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도 “그 글을 통째로 도용을 했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삶 자체를 도용하는 것”이란 본질적 문제제기를 잊지 않았다. 

그 문제제기는 공모전을 심사한 문학단체나 관계 기관들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자신의 작품을 도용한 손창현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해당 작가는 “당연히 상을 준 공모전들 같은 경우도, 논문표절을 검토하는 것처럼 소설도 좀 더 그런 표절과 도용 검사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일파만파다. 손씨가 <뿌리>를 도용(과 표절을)해서 상을 받고 상금을 수령한 대상은 5개 문학 단체뿐 만이 아니었다. 16일 <뿌리>의 작가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문제제기에 나서면서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가 손씨의 페이스북 게시물과 언론 보도 등을 조합하며 손씨의 수상 목록과 피해 기관 및 단체를 늘려나갔다. 이후 언론이 ‘검증’에 나서면서 어마어마한, 그야말로 표절과 도용으로 점철된 손씨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중이다. 

이후 손씨는 몇몇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피해 당사자와 기관 등에 사과의 뜻을 전하는 한편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손시가 해명한 내용은 일부 어이가 없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더 의문이 가는 것은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였다. 그 와중에 손씨가 국민의힘 제1기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부위원장 및 위원장으로 위촉됐던 사실이 확인되고 보도되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그랬다.   

   
▲ 손장현씨는 지난해 11월 19일 국민의힘 제1기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위원으로 위촉됐다. 손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임명장과 임명장 수여식 기념 촬영 사진. 임명장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이미지 출처=손창현씨 페이스북>

희대의 표절‧도용 스캔들의 당사자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니
 
“(‘작품 표절이 문학상 수상에 결격 사유가 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고) 그렇게 보도됐나. 제가 그렇게 말했을 리 없다.”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표절’ 문학상 손씨 “돈 필요해 도용.... 왜 이지경 됐는지 모르겠다”>)에서 손씨가 부인한 내용은 이랬다. 손씨는 <뿌리>의 작가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정중히 사과하고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며 “나머지 공모전 피해자들에게도 할 수만 있다면 전국을 찾아다니며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지만, 또 다른 답변에선 두루뭉술한 변명을 더해 사과의 진심을 의심케 했다. 

“내가 직접 한 것도 있고, 도용하거나 표절한 것도 있다. 내가 한 것과 아닌 것이 뒤섞여 있다. 도용한 게 아닌데도 의심받고 있는 게 많지만 지금 시시비비를 가릴 때는 아니지 않나. 워낙 잘못한 부분이 더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중략).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나쁜 마음을 먹고 남의 것을 도용하게 됐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도덕적으로 많이 무뎌진 것 같고, 나중엔 내가 창작하지 않은 것도 ‘내가 한 거야’ 하는 의식까지 생겼다.” (해당 <오마이뉴스>의 손씨 단독 인터뷰 중)

“남의 글이라 당선될 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설마 문제 되겠어’ 하는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앞섰다, 너무 후회스럽다”, “(경력 위조와 관련해) 실제 해당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닌 경력이 있어 크게 죄의식을 못 느꼈다” 등등. 

이밖에도 손씨의 나머지 해명은 개인적인 정신 병력과 부모의 병력 등 가족사를 들먹이는 변명이 더해지면서, 스스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간의 행적이나 도용과 표절한 공모작들의 방대한 양은 손씨를 ‘확신범’이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해명은 ‘몰랐다’, ‘실수였다’로 점철돼 있었다. 초범이나 가능할 만한 변명이자 궤변이라고 할까. 

   
▲ <이미지 출처=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캡처>

언론의 선택적 보도 행태 

주목할 것은 언론의 보도 행태였다.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과 네티즌들은 지난 16일 <뿌리> 작가의 폭로 직후 해당 사건에 주목했고, 손씨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토대로 광범위한 손씨의 비위 행각을 정리하고 나섰다. 그 사이 손씨가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주요 언론은 희대의 표절‧도용 스캔들인 손씨 사건 자체를 외면해 왔다.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도용해 문학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손창현 씨가 국민의힘 국방·안보분과 위원회에서 해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국민의힘 측은 손 씨에 대한 징계 재심 등 이번 결정과 관련해 번복은 없다고 강조했다. 손 씨는 징계에 대한 절차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점 등을 들어 해임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손 씨는 지난해 11월19일 국민의힘 제1기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부위원장 및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당시 손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성태 중앙위원장님(전 원내대표 및 3선 국회의원), 김용헌 국방안보분과 위원장님(전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과 함께 폭넓고 주관 있는 고견들을 많이 들을 수 있던 시간’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받은 임명장을 공개했다. 임명장에는(...) 김(종인) 위원장 직인도 찍혔다.”

이날 <아시아경제>의 <국민의힘 ‘공모전 표절’ 파문 손창현 전격 해임> 기사의 서두다. 손씨가 국민의힘의 소속이란 의혹이 일찌감치 제기된 것과 달리 관련 의혹이 확인된 것은 <뿌리>의 작가가 라디오 인터뷰에 응한 지 이틀이나 지난 후였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국민의힘 측이 손 씨를 국방안보분과 위원직에서 해임한 시점 역시 <뿌리> 작가의 라디오 인터뷰가 방송된 18일이었다. 

   
▲ <이미지 출처=아시아경제 홈페이지 캡처>

일각에선 손씨가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면 언론보도가 달랐을 것이란 의구심을 던지는 중이다. 일부 언론 또한 손씨의 스캔들을 문학계나 여러 기관 및 단체의 공모전에 국한하는 분위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희대의 스캔들의 주인공이 여당 소속이었거나 ‘진보 단체’ 소속이었다면,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경제지의 보도 행태가 지금과 같았을까. 

애초 이 스캔들을 주요하게 보도하지 않은 주요 언론의 보도 행태 역시 그 자체로 문제적이라 할 만 하다. <뿌리>의 원 작가가 대학생이 아니었거나 손씨가 원 작품을 도용해 수상까지 이른 문학상이 이름값이 있고 유명세가 있었다면 이들의 보도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역시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에 버금가는 보수‧경제지의 선택적 보도 양상을 증명하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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