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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도 전직되고 사면대상 될 수도”...주호영 선넘은 망언

기사승인 2021.01.19  17: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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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향한 주호영 겁박, 민주당의 발끈엔 이유가 있다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습니다. 엄청난 국정농단, 그리고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그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큽니다. 그래서 법원도 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그런 형벌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저는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이미지 출처=SBS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단호했다. 18일 신년 기자회견 서두에 나온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솔직한 제 생각”을 전제로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고 규정한 뒤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라고 못을 받았다. 풀이하자면, 사면이 앞서 신년사에서 밝힌 “마음의 통합”의 연장선상일 수 있지만, 지금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국론의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라고 덧붙엿다.

그러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끈했다. 아니, ‘발끈’을 넘어 평소 의도가 묻어나는 막말을 뱉어냈다. 19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였다. 이날 오전 언론을 통해 해당 발언이 보도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안팎은 그야말로 주 원내대표를 향한 비난이 일파만파 거세게 일었다.

주호영은 왜? 

“현직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전직 대통령이 되면 본인들이 사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된 주 원내대표의 관련 발언이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겨냥한 주 원대대표는 “역지사지하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라”며 위와 같이 ‘정치보복’을 암시하는 발언을 미리 준비한 모두발언을 통해 작심 한 듯 뱉어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전직 대통령 사면은 국민통합 해친다’ 발언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은 결과적으로 슬쩍 여론을 떠보고 바람을 빼버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전날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특히 문 대통령이 사면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을 두고 협박에 가까운 막말로 거센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연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불을 지핀 사면론을 환영한 바 있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달렸다”며 이 대표가 아닌 대통령을 소환한 것이 바로 주 원내대표였다. 이후 여당 지지층과 국민 여론을 통해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오히려 우리가 수모를 당했다”며 이 대표와 여당을 탓하고 나선 바 있다. 

반면, 사면론의 당사자인 이 대표의 반응은 또 달랐다. 이 대표는 오전에 끝난 기자회견 직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날 오후 10시가 가까운 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제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라며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합니다”라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이익공유제 등을 언급하며 “코로나 불평등도 공동체 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장문의 글을 남긴 것과는 대조되는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모독성 발언”이라고 날을 세운 것은 민주당과 당 내 중진 의원들이었다. 

정치보복 암시하는 협박... 민주당의 극한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발언은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이자 겁박이다. 국민통합을 위해 전직 대통령들을 사면하자고 촉구하면서 현직 대통령이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국민통합에 합당한 일인가? 정치 지도자가 담아서는 안 되는 막말의 극치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께 사과하라.” (민주당 우상호 의원)

“아무리 보궐선거를 앞에 두고 있어도 할 말과 못할 말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공격해서 자기 당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이런 망발에 결집할 지지층은 태극기 부대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 대표는 국민의힘을 다시 태극기부대 앞으로 끌고 가버렸습니다.

대통령은 어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정치권의 갈등 소지를 없애고, 국난 극복과 격차 해소에 국론을 모아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야당 원내대표는 정치보복 예고 발언으로 답했습니다. 우리 정치 현실이 참담합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

두 의원 모두 주 원내대표를 향해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현직 대통령을 향해 정치 보복을 예고하는 망언으로 또 다시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격이야 어찌되든 정권을 잡으면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망국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 대변인은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와 함께 “두 전직 대통령의 죄에 대한 대국민 사과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의아한 것은 주 원내대표가 내뱉은 극한 발언의 정치적 의도다. 주 원내대표는 명백하게 정치적 보복이라 읽힐 수 있는 해당 발언을 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의 모두발언을 통해 내뱉었다. 즉흥적으로 내뱉은 것이 아니란 얘기다. 본인이 환영의 뜻을 내비친 사면론에 대통령이 선을 그었다고 해서 협박에 가까운 언사를 입으로 내뱉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 오만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러한 협박이 보수층이나 중도층의 표심을 움직일 거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더군다나 문 대통령이 사면론과 관련해 기자회견 석상에서 정리한 내용은 ‘솔직함’을 앞세우며 두 전직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내용 자체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답변에 발끈해서 협박조의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내뱉은 주 원내대표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박근혜 탄핵’에 반대해온 태극기부대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지지층이라 여기기라도 한 것일까. 

“다만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들도 많이 있고 또 그분들 가운데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국민들의 아픔까지도 다 아우르는 그런 사면을 통해서 국민 통합을 이루자라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막말’이나 연극 ‘환생경제’를 비롯해 주 원내대표가 그간 내뱉은 막말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전직 운운한 막말은 요즘 말로 선을 넘은 희대의 망언이라 할 만하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현 정부 내내 염두에 뒀을지라도 속으로 생각할 말이 있고, 공개 석상에서 내뱉을 말이 따로 있지 않겠는가. 

   
   
▲ 2004년 8월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며 국회에서 공연했던 연극 ‘환생경제’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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