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위기, 그리고 촛불이 보여줬던 교훈

어쩌면 트럼프에 대한 탄핵이 상원에서도 가결될지 모르는 상황이 왔습니다. 트럼프는 지금 자신의 탄핵을 막아 줄 변호사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의 주변에 있던 많은 이들이 그의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의회주의가 강한 미국에서 성난 군중들이 의회를 침탈하도록 선동한 트럼프에 대한 분노가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었고, 이 때문에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됐던 것이지요.

​상원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탄핵에 찬성하는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미치 맥코널 대표가 트럼프에 대한 탄핵도 가능하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처음엔 트럼프의 표 동원력에 놀랐던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의 행위가 의회를 침탈한 일종의 쿠데타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는 이들이 늘며, 어쩌면 미국에서도 대통령 탄핵의 상황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일부 극렬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을 하는 등, 미국이 말 그대로 분열의 상황 그 자체입니다.

▲ 6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앞 복도를 점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그렇다면 이 상황은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결국 이 같은 상황이 오도록 한 것은 정치인들 그 자신들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정치는 엘리트들만의 것이며, 그들만이 미국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 오만함이 민중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그 분노가 트럼프에 대한 선택으로 나타난 것이 미국의 지난 선거와 이번 선거였을 겁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그 맹목적인 지지만큼이나 그에 대한 혐오 또한 컸고, 결국 지지보다는 혐오의 크기가 컸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 바이든이 당선된 겁니다. 물론 미국이 망가지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데, 21세기 들어 정치가 엘리트들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임을 제대로 세계에 보여준 건 한국의 촛불혁명이었습니다. 바로 그 정신 때문에 한국은 지금 미국에도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총기까지 등장하는 이런 난동이 아니라, 질서정연하게 헌법의 틀 안에서 무혈혁명을 이뤄낸 한국은 그 자신감과 경험을 바탕삼아 세계에 한국의 저력을 방역으로 보여줬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가 하는 것은 한국을 떠나 사는 이들에겐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정치가 그 정신을 무디게 만든다면 그것은 비판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최근 들어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뜬금없는 ‘이명박근혜’ 사면 발언은 그의 지지율을 대폭락으로 이끌었고, 촛불 혁명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비난과 지적에 결국 그 주장을 일부 접긴 했지만, 그는 치명적 내상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 2016년 11월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 이날 100만이 넘는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금은 혁명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잠시 주춤한 듯 보이지만 언제든지 인화성의 분노에 불이 댕겨질 경우 그것은 다시 거대한 폭발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 다시 표출될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도 사방에서 인화물질이 쌓이고 있습니다. 법원의 터무니없는 판결과 검찰의 전횡, 그리고 야당의 터무니없는 발목잡기, 이런 모든 것들이 폭발의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은 그들의 전횡이 국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깊게 성찰해 보길 바랍니다. 어차피 그들은 스스로를 들여다볼 객관성을 스스로 결여시킨 지 오래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망가지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막장크리’를 타시면 될 겁니다. 지금 당장 국민들이 촛불혁명이 한참 진행중이던 당시와는 달리 잦아들어 보여도, 폭탄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는 당신들이 독점한 무엇이 아니니까.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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