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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수사’ 소설쓰는 언론들, 충격적 ‘방사능 누출’은 함구

기사승인 2021.01.08  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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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MBC ‘관리기준 18배-외부확산 가능성’ 충격 보도…왜 언론·방송들은 침묵하나

“원전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집권 말기로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는 파괴력을 지닌 민감한 수사다. 탈원전 정책과 그 일환으로 실행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주무부서는 산업통상자원부였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지시하고 지휘한 곳은 청와대였기 때문에 수사가 위로 뻗어나갈 경우 권력의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져버릴 수도 있어 여권이 긴장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핵심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조작됐다는 사실은 확인이 됐다. 산업부가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의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는 당초 7000억 원을 들여 설계수명을 2022년 11월까지 늘려놓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4년 5개월을 앞당겨 2018년 6월 조기 폐쇄됐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동아일보>의 <청와대 향하는 원전수사..정권말 ‘핵폭탄’ 되나> 기사 중 일부다. <동아일보>는 “검찰은 감사원 감사 당시 500여건의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산업부 국장과 서기관을 지난해 12월 구속한 뒤 윗선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위와 같이 그간의 월성 원전 수사를 요약 정리했다. 

기사 내에 ‘핵폭탄’ 운운할 만한 새로운 사안은 없었다. 역시나 ‘조중동’이 현 정권 내내 기조를 유지한 ‘기승전 문재인 비판’의 일환이자 일종의 ‘소망성취’ 기사라 할 수 있다. 급기야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를 언급하면서도 별다른 알맹이는 없었다. 아래와 같은 문장에서도 그런 속내가 적나라하게 내비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종합하면 최재형 감사원장의 지휘로 감사원 감사가 1년여에 걸쳐 치밀하게 이뤄진 데다 지난해 12월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유의미한 많은 증거들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의 끝이 어디까지 향하게 될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경제성’을 이유로 현 정부의 공약 사항을 무리하게 검증하고 나섰다. 이를 ‘윤석열 검찰’이 전광석화 같이 수사에 나섰다. 이런 맥락에서 <동아일보>와 같은 기사는 검찰을 향해 ‘어서 국정농단 수사와 같은 결과를 내놓으라’는 압박과도 같아 보인다. 

월성 원전 관련 보도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최우선 돼야 할 안정성에 대한 검증은 온 데 간 데 없이 온통 경제성과 검찰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7일 포항 MBC가 월성 원전과 관련된 눈에 띌 만한 보도를 내놔 눈길은 끈다. 감사원 감찰이나 검찰 수사가 아닌 바로 방사능 오염 노출 가능성을 경고한 기사였다. 

‘경제성보다 안정성’ 입증하는 월성원전 관련 충격 보도 

“경북 경주 월성원전 부지가 방사성 물질에 광범위하게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 배수로에서 최대 71만 3천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는데 누출 원인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노후 콘크리트로 지어진 원전부지 전체는 물론 외부까지 오염됐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날 포항 MBC가 보도한 <경주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추가 오염 우려> 기사의 앵커 멘트다. 포항 MBC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자체 조사 결과 월성원전 부지 10여곳 모두의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많게는 관리기준의 18배(71만 3천 베크렐)가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었다. 

“원전에 대한 신뢰가 근본에서 무너지는 사건인 것 같고요. 정부나 한수원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방사능 외에 실제로 훨씬 더 많은 방사능이 통제를 벗어나서 지금 방출되고 있고...”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이미지 출처=포항MBC 화면 캡처>

월성원전 4기 모두 20년 이상 된 노후 설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이 방사성 물질 관리를 지적해 온 것도 벌써 수 년 째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로 유명하다. 

포항 MBC는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월성원전 부지는 물론 원전 부지 바깥으로까지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라며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한 번도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누출 의혹 보도가 나온 것도 이미 7년 전인 2014년이었고, 이듬해인 2015년엔 월성원전 20㎞ 밖 주민 몸에 삼중수소가 축적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울산시가 역학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포항MBC와 인터뷰한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의원 역시 “부지 내에서 발생했다 하더라도 땅과 지하수는 다 연결돼 있을 수 있다. 방사능 오염이 부지 내에서 발생했는데 그게 얼마나 확산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주장대로라면, 또 과거 의혹을 바탕으로 경주 등 월성원전 4기 인근 지역 주민들의 노출 여부에 대해 자세한 역학조사가 필요한 건 아닌지 의문이다. 반면 한수원은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모두 원전 부지 안에 위치해 외부 유출이라고 할 수 없고, 비계획적인 유출도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 제외하고 일제히 침묵, 외면하는 언론 및 방송

사실 포항 MBC의 이날 보도가 최초 보도도 아니었다. <한겨레>는 지난달 24일 <월성원전 구역 지하수, 방사성물질 오염..삼중수소 18배>란 기사에서 한수원의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 계획> 보고서를 인용, 해당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그 사이, 관련보도에 나선 주요 언론 및 방송은 단 한곳도 없었다. 월성원전을 둘러싼 감사원의 감찰 결과에 이은 검찰 수사는 ‘소망성취’ 기사까지 쏟아내는 주요 언론들이 이미 7년 전부터 의혹이 제기됐고 최근 한수원 조사 결과까지 나온 월성원전의 방사능 누출에 대해선 일제히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함구 중인 언론들의 존재 이유를 묻고 싶을 지경이다.   

“원전은 경제성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합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왕에 시작하는 원전 관련 수사라면 이 기회에 ‘안전성’ 문제까지 함께 수사해야 합니다. 검찰이 원전 ‘경제성’ 수사에만 집중하고, ‘안전성’ 문제를 외면한다면 정치수사, 기획수사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윤석열 총장의 원전 수사가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넘어 ‘살아있는 원전 마피아 권력’에 대한 수사를 포함하기 바랍니다. 그래야 윤 총장의 ‘진심’을 국민이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해당 <한겨레> 보도를 인용하며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촉구한 주장이다. 이와 달리, 안정성보다 경제성이라는 감사원과 검찰의 프레임을 쫓는 언론들이야말로 ‘정치수사, 기획수사’를 돕는 ‘정치보도, 기획보도’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 않겠는가.  

8일 양이원영 의원 역시 본인 페이스북에 “월성원전 부지 방사능오염 문제도 챙기고 있습니다”라며 “방역단계 상향으로 발전소 방문을 미뤄두면서 대책회의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어떤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동아일보>의 월성원전 수사 관련 ‘소망성취’ 기사를 구태여 길게 소개한 것도 그래서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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