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는 임종석…민주당의 ‘검찰개혁특위’ 확대개편
“손 놓고 바라보아야하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민주주의가 너무 쉽게 약해지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 다시 아픈 후회가 남지 않도록.”
25일 ‘문재인 청와대’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중 일부다.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는 문장에 비장함이 묻어 난다.
해당 글에서 임 이사장은 최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행정법원의 ‘징계효력 정지 결정’을 염두에 둔 듯 “단단한 눈뭉치에 정면으로 이마를 맞은 느낌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면서 이런 해석을 내놨다.
▲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 <사진제공=뉴시스> |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함께 풍긴다. 사실과 진실을 쫓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을 먼저하고 사건을 구성한다.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구분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합의하고 지켜가는 민주주의 제도는 매우 불완전하고 허약하며 빈 틈 투성이다. 각각의 구성원과 기관들이 끊임없이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냥 쉽게 무너져 내린다. 지금 검찰과 법원이 서슴없이 그 일을 하고 있다. 도구를 쥐어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스스로 만든 권한처럼 행사한다.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염치도 자신들의 행동이 몰고 올 혼란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
“다시 아픈 후회가 남지 않도록”이란 임 이사장의 문장은 분명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보수야당 및 기득권 세력의 총공세와 그로 인한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선택을 일컫는 것일 터.
아울러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라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명한 전언을 상기시킨 임 이사장이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라고 덧붙인 것은 일각에서 최근 일련의 주요 판결을 두고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법조쿠데타’, ‘연성쿠데타’란 비판이 나오는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민주당의 ‘검찰개혁특위’ 확대개편론, 그걸로 될까
“우리 당은 법원의 결정문에 적시된 검찰의 문제점들을 소상히 검토하겠습니다. 특히 검찰권 남용, 불공정 수사, 정치 개입 등을 막기 위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체계적으로 계속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당내의 기존 ‘권력기관개혁TF’를 ‘검찰개혁특위’로 확대 개편하고, 그 위원장을 윤호중 국회법사위원장이 맡도록 했습니다.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차질 없이 출범시키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같은 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원이 윤 총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윤 총장은 공직자로서 책임을 느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 당내 ‘검찰개혁특위’ 확대개편을 천명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 직무복귀와 관련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께 드린 불편과 혼란에 대한 사과를 전하는 동시에 차질 없는 검찰개혁 추진을 강조한 것에 대해 발맞춘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 정도로 충분하느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같은 날 오후 업무에 복귀한 윤 총장이 ‘대권놀음’은 물론 향후 남아 있는 일말의 수사권을 맘껏 휘두르며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늦어지는 공수처 출범을 포함, 이제야 도정에 오른 ‘검찰개혁 시즌2’만으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윤 총장을 제어할 수 있느냐는 물음 또한 거세지는 중이다. 거대 여당을 점한 국회를 향한 물음이었다.
“검찰개혁은 중단하지 않습니다. 국회가 신속하게 제 역할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제도를 통한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하되 잘못한 검사(총장포함)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정의가 바로 세워집니다(...).
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코 지지 않습니다. 전투에 져도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습니다. 입법을 통해 검찰, 법원이 국민에게 충성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시간도 의석도 충분합니다.”
이날 검찰개혁에 앞장서 온 민주당 ‘초선’ 김용민 의원이 페이스북에 연이어 적은 글이다. 구체적인 입법안은 내놓지 못했지만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던 임 이사장의 다짐과 일맥상통하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국회의 ‘윤석열 탄핵안’ 제출을 포함해 여러 의견들이 난무하는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행정법원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효력 정지 결정’을 두고 ‘대통령의 실질적 탄핵’ 운운하며 총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이 25일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하고, 공수처 관련 드라마 제작에 시비를 걸기보다는 제1야당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의 바람직한 방안을 고민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쏟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논평을 낸 배경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법원은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사진제공=뉴시스> |
고민하고 행동하라, 180석 민주당
“나는 참여정부 시기를 통과하면서 뼈아프게 깨달았다. 거시적 안목과 전략적 인내심이 없는 진보, 사안의 경중과 완급과 선후를 모르는 진보, 한 사회가 걸어온 경로의 무서움과 사회세력 간의 힘의 우열이 가진 규정력을 인정하지 않는 진보, 한사코 흠과 한계를 찾아내 이를 폭로하는 것이 진보적 가치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 진보는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설사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정치권력, 그 중에서도 행정권력이,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재벌, 극우정당, 비대언론, 사법권력, 종교권력, 매판지식인 등으로 구성된 특권과두동맹은 새 정부의 개혁을 방해하고 새 정부를 좌초시키기 위한 연성쿠데타 혹은 저강도 탄핵을 끊임없이 획책하고 실행할 것이다. 새 정부와 자각한 시민들만으로는 특권과두동맹의 파상공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날 소셜미디어 상에서 회자된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대표의 3년 반 전 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이 대표가 ‘특권과두동맹’의 “연성쿠데타 혹은 저강도 탄핵” 시도를 예측한 글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 대표의 ‘진보론’에 적극 공감한다.
이미 보수언론은 ‘레임덕’을 끊임없이 호출하는 중이다. 1년 내내 세계가 인정한 ‘K-방역’의 성공에 저주를 내린 보수언론은 보수야당과 손을 잡은 것도 모자라 ‘윤석열 대망론’을 통해 파상공격을 이어왔다.
2020년 크리스마스에 극적으로 이뤄진 ‘윤석열 복귀’는 그러한 ‘연성쿠데타’ 혹은 ‘법조쿠데타’의 신호탄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과연 민주당이 ‘검찰개혁특위’ 만으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권에 180석을 밀어준 촛불민심이 과연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신속하게, 강도 높게 고민할 지점이다.
▲ 지난해 10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제10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적은 검찰개혁 관련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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