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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글’ 확인없이..조선일보 ‘한국사 20번’ 어이없는 오보

기사승인 2020.12.04  15: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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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 담화문’을 문대통령으로 오보…정파적 보도 ‘올인’ 단면 드러내

“오늘 일부 신문, 눈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김 사무총장이 “유력지들의 책임 있는 보도를 촉구합니다”라며 언급한 기사들은 이날 <매일경제> 5면의 <여야 내년 4월 보궐선거 앞두고 부산에 SOC예산 7.7조 몰아줘>와 <조선일보> 6면의 ‘보선 앞둔 부산에 SOC 7.7조 지원’이란 부제가 달린 <토건예산 5000억 늘려 여야 실세들 나눠먹기> 기사였다. 먼저 해당 기사 중 부산 SOC 관련 예산을 다룬 대목을 보자.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내년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부산시는 이날 각종 사업에 국비를 7조7220억원 지원받게 됐다고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첫 단추로 적정성 검토 용역비 20억원도 편성됐다. 여야는 철도 건설 사업은 1343억원, 고속도로는 19개 구간에 816억원, 국도는 39개 구간에 784억원 증액했다.”

이에 대한 부산 출신인 김 사무총장은 “7.7조원은 SOC예산이 아니라 이번에 부산이 확보한 국비 ‘전체’입니다. 명백한 오보입니다”라며 “억지 ‘선거 끼워맞추기’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주체는 주로 국토위 소관기관들인데, 부산이 확보한 국토위 소관 예산은 7.7조 중 약 1.1조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이번에는 부산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자체가 전년도보다 국비 확보액이 증가했습니다. 부산이 9.1% 증가했는데, 인천 9.2%, 대구 10.09%, 광주 13%, 충북 10.2%, 경북 13.7%, 경남 11.5% 등 더 증가한 곳들이 많습니다. 이곳들도 내년에 선거가 있나요?”

요는, <조선일보>가 부제로 뽑은 ‘부산 SOC 7.7조 지원’ 예산 중 실제 SOC 예산은 1.1조였고, 이나마도 대부분 지자체들도 증액을 받은 예산이었고, 부산보다 더 많이 증액받은 지자체도 부지기수란 설명이었다. 한 마디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사안에 대해 <조선일보>가 교묘하게 ‘부제’를 왜곡해서 뽑은 사례라 할 만 했다. 

안타깝게도, 보고도 “눈을 믿을 수 없는” <조선일보>의 기사는 또 있었다. 같은 날 <중학생도 안틀릴 한국사 20번 논란... 수능 문제인지 통일교육인지>란 수능 문제 관련 온라인판 기사였다. 

   
▲ <이미지 출처=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어이없는 조선의 오보 

“어제 치뤄(러)진 수능 한국사 문제입니다. 페친 여러분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날카롭거나 재치가 번뜩이거나 느긋하거나 식견이 스며 나오거나... 단상을 나눠주세요. 대환영입니다!”

시작은 4일 오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올린 게시물이었다. 윤 의원이 한 수능 문제가 찍힌 사진과 함께 위와 같은 글을 게재했고, <조선일보>가 몇 시간 뒤 관련 기사를 작성하며 윤 의원의 “대환영”에 화답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기사의 내용이 명백한 오보였다는 사실이다. 먼저 해당 기사 속 연설을 보자.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영의 새 시대를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자주적으로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북의 호응으로 큰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통일은 소망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당 수능 문제는 이 연설을 지문으로 제시하며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은?(3점)”이라고 물은 뒤, 객관식 답안 문항으로 “①당백전을 발생하였다 ②도병마사를 설치하였다 ③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다 ④대마도(쓰시마섬)를 정벌하였다 ⑤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하였다”를 제시했다. 

정답은 5번으로, 해당 연설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91년 1월 연두 기자회견 담화문이다. 지문에 비해 답안 문항이 너무 쉬운 변별력 없는 문제라는 비판이 일기에 충분했다. 헌데, <조선일보>의 비판지점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애초 기사 제목도 <너무 쉬운 한국사 20번 논란… 수능 문제로 정권 홍보?>였다. 

   
▲ 조선일보는 4일 <너무 쉬운 한국사 20번 논란…수능 문제로 정권 홍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가 <중학생도 안틀릴 한국사 20번 논란...수능 문제인지 통일교육인지>란 제목으로 수정했다.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20번 문제 관련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물으며 문재인 대통령 연설의 일부를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담화문을 문 대통령 것으로 바꾼 뒤, “수능 문제로 정권 홍보?”란 제목으로 현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여타 언론 역시 ‘한국사 20번 문제’의 변별력을 꼬집고 나섰다. 이날 <이걸 문제라고 냈나요…수능 한국사 20번 문제 논란>(국민일보), <이게 수능 문제야, 보너스 문제야…한국사 20번 ‘황당 보기’>(중앙일보)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예방주사를 놔서인지 ‘노태우’를 ‘문재인’으로 바꾸는 ‘오보’는 많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함께 <한국경제> 또한 <수능으로 文정권 홍보?… ‘한국사 20번 문제’ 어떻길래>  기사에서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에 대한 연설 내용을 보여주며 정부의 추진 정책을 물었다”고 오보를 냈다. 

문제가 되자,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모두 해당 기사의 제목을 바꾸고 기사 내용을 수정했다. 이를 두고 같은 날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 수능 문제 문재인 정권 홍보라더니 스리슬쩍 수정> 기사에서 “하지만 노태우 정부가 채택한 남북 기본 합의서는 대한민국의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자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기초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통일교육’이라는 비아냥도 기자와 매체의 무지함을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조선이 조선했다? 

“너무 쉬워서 이슈된 수능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노태우 정부 때 일인데 현 정부와 연계해서 정치적 비판을 가하는 건 과민반응 같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너무 쉬워서인 듯 합니다. 우리 중딩 아이에게도 물어보니 수능 문제가 이렇게 쉽냐고 그러네요. 보기에 나온 것들 몰라도 글만 읽어보면 알겠다고.”

같은 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국민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이다. 그러면서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보낸 하 의원의 신박한 해석이 아닐 수 없었다. <조선일보> 등의 오보를 접하지 못한 것인지 눈을 감은지 모를 일이지만, 해당 수능 문제가 ‘정권 홍보용’이란 <조선일보>나 윤 의원 등의 비판에 “과민반응”이라며 관대함을 보인 것이다. 

해당 문제를 ‘정권홍보용’이라 비판할 순 있다. 그러려면 좀 더 확인 취재가 필수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과거 ‘남북 기본 합의서’의 중요성을 도외시한 채 무턱대고 ‘문재인 정권 홍보용’이라며 몰아붙이다 오보를 냈다. 기본적인 확인은커녕 제목 장사와 정파적 보도에 ‘올인’하는 <조선일보>의 일련의 보도 행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오보였다. 

김 사무총장이 비판한 <토건예산 5000억 늘려 여야 실세들 나눠먹기> 기사 역시 분야나 사안의 중요도, 의도만 다를 뿐 기본적으론 사실 확인을 도외시하거나 일부러 왜곡에 가까운 ‘부제’를 뽑은 ‘나쁜 보도’라 할 만 했다.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의 수준이다. 오늘도 ‘조선이 조선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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