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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향한 조국의 죽비 “최성해 변호 식자와 언론, 한심하다”

기사승인 2020.11.24  14: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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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해에 대한 언론의 기이한 침묵, 진중권의 직장 상사에 대한 충심

   
▲ 지난 9월 22일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동양대 최성해 전 총장 등 사학비리, 교육비리 철저수사 및 구속엄벌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어느 ‘진보’ 논객이 있었다. 그는 ‘풀타임’ 교수로 채용되기엔 경력이 미흡했다. 이를 받아준 총장이 있었다. 이 논객은 그 직장 상사에 대한 충심을 잃지 않고 있다. 그의 학력 위조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교비 횡령 의혹으로 인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음에도 아랑곳없이. 

해당 전 직장 상사는 최성해 동양대 전 총장이요, 그 ‘진보’ 논객은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씨다. 진씨는 23일 페이스북 글에 “오랜만에 총장하고 전화했습니다. 연말에 같이 식사하기로 약속해 놓고 아직 날짜를 못 잡아서”라며 그와의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 뒤 이런 글을 이어갔다. 

“사이다 얘기가 생각나서, ‘아, 왜 쓸 데 없는 걸 보내셨어요?’라고 했더니, 그게 조국이 아니라 그 아들에게 보낸 거랍니다. 그 전에 만나서 식사를 하는데 그 애가 지역의 천연탄산음료 맛을 보더니 맛이 있다며 ‘왜 이런 걸 서울에선 안 팔지?’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한 박스 구해 차에 싣고 다니다가 서울에서 정경심 교수 만난 김에 아들 갖다 주라고 넘겨줬답니다. 

얼마 후 그 아이한테 맛있게 잘 마시고 있다고 전화까지 왔었구요. 실제론 안 마시고 인사치레로 한 말인가 보죠. ‘한 박스 더 줄까?’라고 했더니 ‘서울에서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사양했다고. 이게 사이다 뇌물(?) 미수 사건의 전모.”

과연 이게 해당 사건의 전모였을까. 진씨가 아무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온 세상과 우주의 기준이 본인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듯한 논객이라 할지라도, 당사자가 엄연한 사건을 이리 최 전 총장 측근인 본인 기준에서 이리 재단해도 되는 걸까. 진씨가 거론한 사건(?)은 지난 22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페이스북에서 최 전 총장에게 공개질문을 던지며 거론한 최 전 총장의 선물과 관련된 것이었다.   

   
▲ <이미지 출처=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캡처>

사이다가 문제가 아니다 

“이하 (사이다) 사진은 내가 2017년 민정수석비서관이 된 후 최 총장이 내 아들이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보내준 음료이다. 잊고 있다가 창고에 처박혀 있던 것을 찾았다. 당시 최 총장이 나를 위하여 양복을 맞춰주겠다면서 재단사를 보내겠다는 것을 단박에 거절하자, 이 음료가 배달되었다(가액상 김영란법 위반은 아니다). 이후 입도 대지 않았다. 

이후 2018년 동양대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될 위기에 처하자 고위보직교수―추후 필요하면 실명을 밝히겠다―가 서울 방배역까지 올라와 정 교수를 만나 부탁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최 총장님, 이상의 사실을 부인하시나요?“ (조 전 장관 페이스북 글 중에서)

최 전 총장이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를 며느리 삼고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고 호의와 친절을 베풀었다는 사실은 이미 법정 증언 등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이에 더해 조 전 장관은 최 전 총장이 본인의 아들에게까지 호의를 베풀었고, 더 나아가 자신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등용되자 최 전 총장이 공공연히 청탁을 시도했다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최 전 총장이 조 전 장관 아들을 위해 선물한 사이다는 물론 조 전 장관에게 양복을 주기 위한 시도 모두 일반적인 호의라 볼 수 있을까. 이런 맥락이 중요하다. 맥락을 제거한 채 사이다와 양복만 언급하는 것이 전형적인 ‘외눈박이’ 시각이다. 불리한 맥락은 넘어 뛴 채 일부 사실을 부풀리면서 전체 그림을 왜곡시키는. 진씨의 23일 글이 딱 그런 경우였다. 

“아, 그 재단사는 진중권한테도 왔었습니다. 근데 보낸 주체가 총장이 아니라 작고하신 이사장님입니다.”

그러면서 시시콜콜 동양대 전 이사장과의 기억을 길어 올린 진씨는 “그 분이 바로 김두관씨의 은사입니다”라며 여당 인사를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최 전 총장이나 김두관 의원이나 알고 보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가 명확한 언급이었다. 그러면서 진씨는 엄청난 논리의 비약을 선보였다. 진씨의 말마따나, 개가 웃고 소가 웃을. 

“평소에 양복 입는 거 싫어해서 한 번도 안 입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분 장례식 때 딱 한번 입었습니다. 내 연구실 아직 정리 못 했는데, 거기에 그대로 걸려 있을 겁니다. 벌써 8년 전 얘기. 별 시비를 다 거네. 그러니까 그 양복, 개나 소나 다 받은 겁니다. 총장이 나나 장교수에게 뇌물 줄 일 있나요? 사람의 호의를 그렇게 왜곡하면 안 되죠. 어휴, 자기 변명하느라 아들에게 준 사이다까지 뇌물 취급을 하니... 치졸함의 극치.”

진씨가 양복을 입든 말든, 하등 관계없다. 그게 연구실에 그대로 걸려있든, 그게 8년 전 얘기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양복을 개나 소나 다 받지 않았듯, 조 전 장관 아들이 받은 사이다 역시 동양대 교수들의 모든 자제들이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리라. 

핵심은 이거다. 옷을 못 입는 석사출신 교수가 대학 이사장에게 양복을 얻어 입는 것과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인이 재직하는 대학의 총장에게 청탁과 뇌물성 양복을 받는 것은 사안 자체가 다르다. 앞으로 영원히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등용될 일이 없을 진씨는 그것이 같은 일이라 우긴다. 그야 말로 개가 웃고 소가 웃을 일이다. 물론 조 전 장관이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였다. 

   
▲ 좌로부터 최성해 전 동양대학교 총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제공=뉴시스>

진중권씨는 왜 그럴까 

“사립대 총장이 소속 교수에게 양복을 맞춰주는 것은 ‘호의’가 될 수 있겠지만, 민정수석비서관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뇌물’이 됩니다. 따라서 거절한 것입니다. 이러한 분명한 차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저를 흠집 내고 최성해 총장을 변호하려는 식자와 언론, 한심합니다. 

최성해 총장이 단지 ‘호의’ 차원에서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양복 재단사를 보내려했을까요? 제가 이를 받았더라면 이후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위기를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거절했을 때, ‘양복 맞춰준 것 공개하겠다’ 운운하며 이 건을 거론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은 이 정보를 받아 ‘뇌물’이라고 기소했을 것입니다. 저와 아무 관련 없이 제 딸이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을 ‘뇌물’이라고 기소한 검찰 아닙니까!”

따박따박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조 전 장관이 이제 전선을 넓히는 중이다. 언론과 검찰, 보수야당은 기본이다. 여기에 최 전 총장이 추가됐다. 조 전 장관의 상식적인 의혹 제기와 달리 ‘표창장 사건’의 주역인 최 전 총장을 향한 언론의 침묵은 의아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면, 진씨의 ‘최성해를 향한 충정’은 단순해서 이해가 더 쉽다. 본인을 생애 최초로 정규직 교수로 받아준 최 총장에 대한 충성. 그에 반해 결과적으로 최 총장과 동양대에 흠집을 낸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증오심. 진영논리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 같은 ‘진보’ 논객 진씨의 논리가 이리도 단순명쾌하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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