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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죄인이 아니다”…‘군 의문사’ 유가족들의 절절한 외침

기사승인 2013.05.24  18: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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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민 호소대회 열려…아들 영정 끌어안고 곳곳서 ‘오열’

“아들 낳아서 군대보낸 엄마들은 다 훌륭한 엄마들입니다. 죄인이 아닙니다.”

군 복무중이던 아들을 잃은 부모들의 ‘애끓는 절규’가 여의도에 메아리쳤다. 이른바 군 의문사 장병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그간 가슴에 묻어놓았던 이야기들을 토해내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 ⓒ go발뉴스

군 의문사 유족의 대 국회·국민 호소대회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 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저는 군대에 아들을 보낸 죄인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대회는 국회 국방위 소속 김광진 민주당 의원이 주관하고 김 의원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국회 국방위원장)과 민주당 김재윤 의원. 진성준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군 의문사 장병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대회를 주최한 김광진 의원, 진성준 의원과 군 장성 출신인 백군기 의원(민주당)과 김성찬 의원(새누리당) 등의 국회의원들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우윤근, 문병호 민주당 의원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도 유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장의 인사말로 이날 대회는 시작됐다. 배 회장은 “자식들의 한을 안고 국회에 오신 여러분의 심정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배 회장은 “누군가가 뭔가 만들어주겠지 (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내 자식의 죽음은 내가 밝혀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가 아무리 길거리에서 고함을 질러봐도 그것은 메아리다. 누군가가 협조했을 때 (바람이) 이뤄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성찬 의원은 “제가 해군참모총장할 때 천안함 전우들을 가슴에 묻고 (유)가족들과 오랫동안 지새면서 슬픔을 같이 한 기억이 있다. 여러분 마음은 제가 뭐라고 위로해도 치유되지 않는 것을 잘 안다”며 “반드시 진실을 밝혀서 국민들이 (진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유가족의) 마음에 응어리가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성준 의원은 “오늘 자리는 아버님, 어머님과 더불어 통곡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여러분과 함께 울 수 있다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실컷 울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겠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은 “(유가족 분들의) 마음을 제가 다 씻겨드리지는 못할지 몰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최선을 다하겠다. 제 힘이 부족해 이루지 못할까 염려스럽지만 하다가 그만두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회가 끝난 후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잠깐 본 저도 이렇게 착잡한데 20년간 아들을 가슴에 품고사는 분들은 얼마나 (마음이) 그러시겠느냐”며 “왜 국방부와 대한민국 정부가 이 분들의 마음을 오랜기간 헤아리지 못할까, 민주정부 10년에도 해결을 못해드린 것 아니냐. 그런 안타까움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군 의문사) 관련해서 준비된 토론회가 3번정도 있다”며 “(오늘은) 그 동안 의문사 유족회가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 분들을 한 자리로 모으는 첫 자리였다. 법안과 관련해서는 7월 18일 2차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군복을 입고 사망한 경우. 그게 어떤 이유든 순직처리가 돼야한다. 그것이 제가 준비중인 법안의 가장 기본적인 모토”라고 설명했다.

이어 “순직처리가 되더라도 죽음에 대한 이유를 밝혀야 하는데 지금은 국방부 외에는 아무런 조사기관이 없다”며 “총리실 산하든 대통령 산하든 독립기관이든 국방부와 동일한 수준으로 변호해줄 기관이 필요하다. 그 기구의 설립이 제가 준비하는 두 번째”라고 덧붙였다.

“거짓말을 하는 군대는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

이날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배은심 회장의 발언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던 한 유가족은 큰 소리로 오열하기도 했다. 울음소리는 전파되듯 퍼져나갔다. 이날 대회가 시작되기 전 유가족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처지의 유가족들이 단상에 나와 저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진상규명을 호소하자 흐느끼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이날 진행을 맡은 김광진 의원실의 고상만 보좌관(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도 단상에서 손수건을 꺼내들고 눈물을 닦았다.

   
▲ ⓒ go발뉴스

이날 참석한 유가족들은 군 복무 도중 사망한 가족의 영정사진을 꺼내 가슴에 꼭 안은 채로 단상의 목소리를 들었다. 고 보좌관의 제안에 따라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영정사진을 높이 들어 취재진들의 사진촬영에 응했다. “우리는 명예회복을 원합니다”라고 함께 외치기도 했다.

지난 1998년 판문점에서 숨진채 발견된 고 김훈 중위의 아버지이자 예비역 장성인 김척 씨는 “거짓말 하는 군대는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며 “국가가 나를 개죽음으로 몰아가면 누가 충성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군 의문사에 대한 재조사는 (조사기관을)민, 관, 군으로 편성해서 하고 그 결과로 순직처리 여부를 심사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중위와 같은해 세상을 떠난 고 이승원 일병의 어머니는 단상에서 이야기를 하는 내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오열했다.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이게 말이 됩니까”였다. 이 일병은 사망한지 15년만인 지난 3월 순직처리가 결정됐다.

이 일병 어머니의 발언이 이어지자 장내에는 침묵과 탄식, 그리고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함께 눈물을 적시는 유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간간히 박수도 쏟아졌다. 이 일병의 어머니는 “아들 낳아서 군대보낸 엄마들은 다 훌륭한 엄마들”이라며 “우리는 죄인이 아니”라고 절규했다.

1984년 사망한 아들을 가슴에 묻은 고 허원근 일병의 아버지와 2003년 세상을 떠난 고 강태기 상병의 부모 등 다른 유가족들도 나와 가슴 절절한 사연을 쏟아냈다.

허 일병의 아버지는 “억울한 사람이 다시 안나오도록 하는 것이 여러분과 내가 같이 해야 할 일”이라며 “진실을 밝히는데 합심하고 같이 노력해줘야 한다”고 유가족들에게 당부했다. 진행을 맡은 고상만 보좌관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겠지만 진짜 도와줘야 할 사람은 (유가족) 여러분”이라며 “의원들에게 힘이 돼달라”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이 나라가 하라는 대로 했고 군 복무를 기피하는 현 세태에서 원하는대로 아들을 입대시켰다”며 “그런데 이 나라 높은 분들중 당신 아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위로해 주는 분을 보지 못했다. 왜 죽었냐고, 어떻게 죽었냐고 외쳐도 귀 담아주는데 인색했다. 그러면서 그저 우리를 자식 잃고 악만 쓰는 떼쟁이로 여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어간 우리 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자식을 잃고 고통속에 살아가는 우리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며 “징병제 나라에서 의무 복무중 죽어가는 군인은 국가가 책임지고 그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관행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문용필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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