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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 “잘 모실 테니 정치판 오라”는 홍준표의 웃기는 ‘러브레터’

기사승인 2020.10.24  14: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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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감 후 ‘윤석열 대망론’ 재부상.. 한국 정치의 ‘민낯’, 피해자는 ‘국민’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지난 22일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막바지,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뱉은 이 한 마디의 후폭풍이 거세다. 내년 7월 퇴임 후 거취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봉사의)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묻자, 일단 윤 총장은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선을 긋긴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이날 윤 총장의 발언을 일종의 ‘정치 입문 선언’으로 해석하는 중이다.

실제 윤 총장은 올 한해 일부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3위’ 자리를 지켜왔다. 높게는 1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7%대를 기록했던 지난 8월엔, 한 여론조사 기관이 “대검찰청의 요청에 따라 윤 총장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 반응도 반응이지만, 일단 두 신문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들어 비판에 나섰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총장 견제 나선 <한겨레>와 <경향>

“윤 총장 개인만 생각하면 정치를 하든 뭘 하든 직업 선택의 자유이겠으나, 검찰 조직 전체와 일선 검사들에게는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총장이 현직 때부터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면, 그런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의 중립성을 믿을 국민이 어디 있겠나.” (24일자 <한겨레> 사설 <‘정계 진출’ 부인 안한 윤석열, 중립성 말할 자격 있나> 중)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미 ‘조국 일가족 수사’부터 ‘청와대 수사’는 물론 ‘검언유착’ 사건 당시에도 ‘윤석열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는 국민적 지적이 득세하지 않았는가. 22일 라임 수사를 지휘하다 사직한 박순철 남부지검장의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발언 역시 그간 ‘윤석열 검찰’의 활약상(?)엔 눈 감은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박 지검장의 해당 발언을 언급한 <한겨레> 또한 “이런 와중에 검찰총장이 ‘퇴임 뒤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면 검찰의 행위 하나하나가 더욱더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총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오염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윤 총장이 국감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서 내세웠던 게 검찰의 중립성이다. 같은 자리에서 극명히 모순되는 발언을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윤 총장의 지금까지 발언과 행동을 종합하면 검찰총장으로서 필요한 만큼 몸집을 키운 뒤 퇴임해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윤 총장이 혹여 퇴임 후 정치를 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를 미래 정치의 디딤돌로 생각하는 사람이 검찰의 수장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24일자 <경향신문> 사설 <윤석열, ‘퇴임 후 사회 봉사’가 정치라면 즉각 사임이 옳다> 중)

<경향>은 <한겨레> 보다 논조가 조금 더 셌다. 정치 입문을 염두에 뒀다면 “즉각 사임”하란 주문이 그랬다. 아울러 <경향>은 국감장에서 윤 총장의 언행을 두고 “검찰 지상주의 인식에 매몰된 모습도 비쳤다”며 최근 사실로 드러나는 라임 사건 검찰 접대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이)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사과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문제적 발언을 언급하며 이렇게 비판했다.

“정치 입문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총선 후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임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며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요청한 검찰개혁의 소임은 방기하면서 임기를 지키라는 말만 따르겠다는 발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 <이미지 출처=무소속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의 ‘러브레터’가 웃기는 이유

‘이럴 거면 정치를 해라’는 비판은 당장 국감장에서도 등장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지적이었다. 여하튼,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은 해석이 분분하다.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드시 정치하겠다는 뜻으로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지 않나”라며 신중론을 펼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반응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에게서 나왔다. 23일 페이스북에 “둘다 물러 나십시오”라며 “추 장관은 이제 그만 정계 은퇴하시고 윤 총장은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으로 오십시오”라고 양비론을 펼친 홍 의원. 그는 24일엔 적극적으로 윤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역대 검찰 총장 중 이렇게 정치적인 검찰 총장은 전무 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잘 모시겠다”며 윤 총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필력을 자랑했다.

“윤석열 총장과 문 정권은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습니다. 이젠 문정권의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누구도 윤 총장과 대화를 하지 않을 겁니다. 그만 총장직에 미련 갖지 말고 사내답게 내 던지십시오. 그 정도 정치력이면 여의도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입니다. 잘 모실 테니 정치판으로 오십시오. 그게 윤 총장이 당당하게 공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길일 겁니다.”

반면 국민의힘 초선 김병욱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우리처럼 민주화된 나라에서 검사와 군인이 현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을까? 설사 도전한다 해도 당선될 수 있을까?”라며 “난 안 된다에 걸겠다”라며 아래와 같이 적었다.

“정당 밖 대권주자의 ‘희망고문’은 오직 상대당의 축복일 뿐이다. 고건, 반기문 같은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의 대권 도전 실패 사례를 보더라도 정당 밖에 주목받는 대권주자가 있다는 것은 그 정당과 정당에서 뛰는 다른 대권주자들에게 재앙일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주목받는 장외 주자가 ‘희망고문’만 잔뜩 하고 ‘나랑 정치는 안 맞네’라며 슬그머니 ‘컴백홈’ 해버리면, 그 피해는 온전히 ‘닭 쫓던 그 정당’의 몫이 되고 만다.”

   
▲ 김무성 전 의원(현 국민의힘)과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

맞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좋은 예다. 당시 탄핵 정국에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반 전 총장을 보수 단일 대권 후보로 추대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혹독했다. 언론의 검증 국면이 시작되자 반 전 총장이 발뺌을 한 것이다.

윤 총장은 어떨까. 과연 본인과 가족, 그리고 측근 의혹을, 검찰총장 재직 시절은 물론 그 이전 중앙지검장 시절 사건과 관련된 의혹과 검증들을 과연 넘어설 수 있을까. 아니, 정치경력이 일천한, 그저 범죄자들만을 때려잡아왔던 ‘검찰지상주의자’가 국민을 아우르는 대통령직에 맞기는 한 걸까. 우리는 이미 ‘의전의 왕’이라 불리던 전직 법무부장관이자 전 보수야당 대표의 정치 이력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윤 총장 개인이 뭘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현직 검찰총장이 보수 대권 후보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본인이 ‘정치 입문’을 염두에 둔 발언을 국정 감사 자리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현 상황 자체가 한국 정치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비극이라 할 만 하다. 이를 만들어낸 책임 중 대부분은 물론 윤 총장을 띄워 온 언론의 몫일 테고. 피해자는 자명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끊임없이 회의하고 감시해야 하는 국민들 말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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