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올라 화가 난다”는 ‘부동산만 289억’ 박덕흠…3선 내내 국토위 소속
“우리는 MBC가 늘 의도를 갖고 편파적으로 보도한다고 보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취재하는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취재에 응하지 않겠어요. 내 집 한 채 사갖고 있는 게 뭐가 문제예요.”
국회에서 MBC 기자를 만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최근 ‘#주호영23억’ 해시태그 운동이 일고 있는 것과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도리어 불쾌감을 드러내며 위와 같이 말했다. 2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주 원내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전국에 전파됐다.
이날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달 27일 방송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1부에 이어 ‘집값폭등 누구 책임?’ 2부를 방송했다. 단연 화제의 중심은 ‘부동산 3법’이 논의 중이던 2013년과 2014년 사이 재건축 대상인 반포주공 아파트를 구입, 이후 23억의 시세차익을 거둬들인 주 원내대표의 부동산 재태크 문제였다.
이에 대해 이날 <스트레이트>는 주 원내대표가 원래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갖고 있다가,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팔고 재건축 대상인 반포주공 아파트로 갈아탔습니다”라며 “그 직후 재건축 특혜3법이 통과되고 집값이 폭등했으니까, 참 절묘한 시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재개발 이후 새 아파트 2채를 분양받을 예정이다.
소위 ‘부동산 부자’인 같은 당 박덕흠 의원의 해명도 눈길을 끌었다. 19대부터 21대까지 당명이 세 번 바뀔 동안 국토위만 맡은 박 의원은 강남 초고가 주택 2채를 포함 총 4채를 소유한 다주택자였다. 또 아파트 4채를 포함, 박 의원이 소유한 부동산만 45건이었고, 부동산 재산 신고액만 289억(공시지가)이었다. 이런 소위 ‘부동산 부자’가 국토위에서 주택 정책을 입안 중이다. 그는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에 도리어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계속 나는 평생 살아야 할 집이거든. 살아야 할 집에 사는데 집값이 올라가면 세금만 더 내고, 의료보험 더 내고, 내가 플러스 되는 게 뭐가 있어요. 플러스가 되어야 이해충돌이 있는 거지, 나는 지금 집값이 올라가서 화가 나는 사람이에요.”
▲ <이미지 출처=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
민주당 초선 천준호 의원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 발의
특히 3선 박덕흠 의원의 경우, 19대부터 21대까지 모두 국토위에서만 활동하는 기이한 행태를 반복해왔다. 자신이 정책 입안을 하는 동시에 강남 아파트 값 상승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전형적인 이해충돌이다. 국회의원들이 공직자윤리법 상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금지 조항을 어기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2014년 말 소위 부동산3법 통과 이후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이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알려지자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을 위해 정책을 결정하고 법을 만든다는 의심을 갖는 국민이 많아졌습니다.
수백억에 이르는 부동산 재산을 소유한 국회의원을 국토위에서 제척하라는 시민단체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공직자의 주식 취득과 관련해서는 백지신탁 등 엄격한 법적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재산상 이익에는 사실상 제약이 없는 실정입니다.”
2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페이스북에 밝힌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발의 배경이다. 천 의원은 이날 “공직자의 부동산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부동산 정책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다주택 고위공직자 부동산 업무 배제’ 법안이다. 특히 다주택자 비율이 높고 국토위에 박덕흠 의원과 이헌승 의원등이 포진한 통합당이 반발할 만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천 의원이 설명한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이랬다.
▲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및 지방자치단체 4급 이상 공무원 중 부동산 관련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확대 ▲ 국회의원을 포함한 재산공개대상자 중 1세대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 공직자, 고액의 부동산 재산을 소유한 공직자는 관련 업무나 상임위에 소속되기전 부동산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도록 하고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부동산 관련 업무 또는 관련 상임위(국토위, 기재위)’에서 배제
요약하자면, 부동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을 넓히고, 다주택자나 ‘부동산 부자’ 등의 국토위, 기재위 배제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을 여당이 밀어붙이면 박덕흠 의원은 국토위에서 더 활동할 수 없게 된다.
2014년 12월 29일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주도로 통과된 ‘부동산 3법’, 즉 재건축 특혜 3법의 수혜자들에게 일말의 책임을 물리고, 향후 이런 ‘셀프 재테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 붙일 명분이 충분한 이 개정안은 ‘강남 아파트 부자’로서 제 이익에 충실한 고위 공직자들을 향한 나름의 견제와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주호영 23억’ 해시태그 운동과 국민 여론의 힘
“네티즌 분들이 나서서 ‘#주호영 23억’, 해시태그 운동을 벌여주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그거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그러면서 꼬리를 물면서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언론이 다뤄주지 않으면 우리가 알리겠다, 여론을 만들겠다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미지 출처=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영상 캡처> |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MBC <스트레이트> 이지선 기자의 인사다. 이 기자는 방송 직후 반응이 뜨거웠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언론들이 이 문제를 후속보도하지 않은 반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해시태그 운동을 벌인 결과 집값 폭등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부동산 3법’ 책임론이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는 감사의 인사였다.
<스트레이트> 본 방송과 직후 이어진 유튜브 라이브에서도 제작진은 거듭 해시태그 운동에 감사를 전하는 한편 이 사안에 침묵으로 일관한 유력 언론에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스트레이트> 보도와 이어진 국민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천 의원의 ‘다주택 고위공직자 부동산 업무 배제’ 법안 발의 역시 없었거나 늦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개혁 법안에 있어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는 반증일 터. “176석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당에 누가 또 다시 표를 주고 싶겠습니까”라는 박주민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의 연설에서 알 수 있듯, 국민 여론이 개혁에 힘을 실어줘야만 정부여당의 개혁 정책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다주택 고위공직자 부동산 업무 배제’ 발의는 그 시작일 뿐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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