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제2유신·5공” 운운 안철수·하태경, 당시 피해자들 생각은 해봤나

기사승인 2020.07.31  11:32:30

default_news_ad1

- [하성태의 와이드뷰] 스스로 ‘괴물’이라 인식하는 듯 걸핏하면 독재·유신 운운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합니다. 지금의 권력지형과 언론환경이 유신이나 5공 때와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설명해 보십시오. 누군가를 역모로 몰기 위해, 본적도 없는 사돈의 팔촌까지 갖다 붙이던 왕조시대와 무엇이 다릅니까? 이번 날조 공작 사건이 유신시절 죄 없는 대학생을 간첩으로 몰던 때보다 뭐가 얼마나 나은 건지 국민 앞에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3일 당 제32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중)

이것은 이과 출신의 무지일까, 의도한 역사 외눈박이 행태일까. 청와대가 이러한 안 대표의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일지 모를 일이다. 반박을 할 여지 자체도 보이지 않는다. ‘검언유착’ 사건을 두고 한 안 대표의 발언을 그럼에도 반박해 보자면 이 정도 되겠다. 

권력지형과 언론환경 중 후자에 집중해 볼까. 지금이 1980년이라면, 조선과 동아, 중앙은 모두 ‘문재인 용비어천가’를 불렀어야 맞다. 채널A와 TV조선은 진즉에 폐지됐거나 통폐합됐다. ‘검언유착’ 사건은 아예 수면 위로 올라오지도 못했다. 

1980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던 안 대표의 이런 발언조차 국정원이 따라붙을 금기어였을 것이요, 안 대표 본인조차 기나긴 단식 투쟁이나 해외 도피를 결심해야 했을지 모른다. 그게 안 대표가 얘기하는 유신이나 5공 때의 권력지형이나 언론환경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러한 안 대표의 발언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제대로 감상해 보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언론이 정권에 자진 투항하고 어용시민단체가 권력의 밥상에 숟가락 놓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유신과 5공 때나 있던 공작정치가 판치는 현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와 홍위병이 되면 그것이 바로 독재정권이고 권위주의 정권이 되는 것입니다. 꼭 총칼을 들어야만 권위주의 정권이 아닙니다. 날조와 공작, 선동과 갈라치기로 유지되는 정권이 바로 독재정권입니다.”

본인의 발언 자체가 2020년의 자유로운 지형을 증거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 심각한 왜곡이자 선동이요, 모른다면 본인의 무지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을 터다. 보수야당이 독재란 단어 본연의 뜻을 훼손시킨 지 오래라지만, 더 이상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안타깝게도, 오늘(31일) 안 대표의 이 어이없는 발언을 이어받은 이가 있었다. 과거 바른미래당에 함께 몸담았던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었다. 

안철수 대표에 이어 하태경 의원까지 

“여전히 (보수야당을) 적폐 집단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아니, 웃기는 건 괴물과 싸우다 괴물과 닮아간다고 자기들이 지금 오히려 사실 제2의 유신, 독재 분위기잖아요. 민주당 행태가 예를 들어서 이번에 축조심사, 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 다수결이 원하는 대로 간다. 

이런 형식적인 면이 아니라 간접 민주주의가 의회주의인데 그 핵심이 바로 축조심사라고 하죠. 법안 한 조 한 조 다 협의하고 토론하고. 그건 아예 이번에 생략해버렸잖아요.”

말이, 언어가 이렇게나 무섭다. ‘괴물’의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라던 니체의 경구가 하 의원의 입에서 나온 것까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경구를 씀으로서 자신들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는 사실을 하 의원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울러 하 의원이 이날 “제2의 유신, 독재” 운운한 것은 3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 등 주요 민생 법안을 신속 처리한데 대한 반발이었다. 그 과정에서 토론과 협치가 사라졌다는 볼멘소리였다. 그러면서 과거 ‘북한 전문가’를 자임했던 하 의원은 역시나 북한이나 이인영 신임 통일부장관까지 끌어오는 강수를 뒀다.   

“저는 사실 과거 운동권 출신이 제일 많잖아요. 이인영, 이번 통일부 장관 됐는데 이인영 장관 인식에도 보면 바뀐 것도 있지만 안 바뀐 것도 강고한 게 있어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북한은 협치 대상인데 야당은 타도 대상인 거죠.

대통령의 협치라는 의미가 다른 건데. 대통령이 하는 건 무조건 도와줘라 안 도와주면 두들겨 패겠다 이런 내용이잖아요 지금까지 보면. 대통령이 지난번에 국회에 와서도 협치 강조했고 원내대표 불러가지고 협치 강조했는데. 지금 민주당 행태를 보더라도 자기들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법령이나 어젠다에 대해서는 무조건 통합당이 도와주는 게 협치지, 그러니까 기본인식이 우리가 군부정권 후예이기 때문에 적대시하는 게 강하게 깔려 있고요.”

   
▲ 하태경 의원(정보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최종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본인들을 ‘괴물’이라 인식하는 듯한 보수야당의 오늘

그러니까 기본인식이 바꿔야 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괴물’이라 인식하는 듯한, 걸핏하면 독재‧유신 운운하는 보수야당 자신들이다. 지금은 언로가 꽉 막혔던, 그리하여 정치인들의 주장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었던 바로 그 유신‧독재 시절의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국민들은 국회 풍경이 가감 없이 담긴 일부 언론 보도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돌려 보고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 중이다. ‘임대차 3법’ 국회통과나 최근 법사위원회 파행 역시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과연 토론 자체를 거부하고 퇴장을 거듭한 것이 누구인지, 법안의 허점을 짚고 여당에 매서운 비판을 날리는 야당 본연의 자세를 잃은 것이 누구인지 다 헤아리고 확인 중이다. 어차피 수에서 밀리니 토론 자체를 거부한다는 보수야당의 행태를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유신이니 독재니 하는 언어오염이 우스운 게 그래서다. 문재인 정권의 현재가, 176석의 힘을 발휘 중인 여당의 행태가 진짜 독재고 유신이었다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이미 폭락하고도 남았다. 

도리어 적지 않은 국민들이 서민과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법안 통과에 손을 놓은 통합당도 곱게 볼 리 없다. 그러라고 국민들이 여당에 176석을 밀어줬다는 사실을 본인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제, 제2의 유신이니 독재니 하는 구시대적인 ‘워딩’은 당시 고문을 당하고 고초를 겪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그만둬야 하지 않겠는가.  

   
▲ 2017년 6월 7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0주기 특별기획전. 이한열 열사의 피격 전후의 상황이 담긴 미공개 사진이 전시됐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