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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관심도 없더니..” 공감할 만한 서지현 검사의 분노

기사승인 2020.07.29  08: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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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손배·정정보도 청구 언급하자 제목 바꾼 머니투데이

“서지현 검사가 답할 의무가 없어요? 제3자라구요? 현직 법무부 양성평등정책특별자문관입니다. 대한민국 공직자는 소관업무 관련 국민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어요. 그러면 윤석열한테 검찰 얘기 묻지 말고 김현미한테 부동산 묻지 마?”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장 교수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과 관련해 연이어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에게 입장을 요구한 것을 두고 2차 가해란 지적이 이어지자 위와 같이 반문했다. 앞서 장 교수는 박 전 시장이 사망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10일 오후 위와 같은 글을 쓰기도 했다. 

“지금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그 분의 심정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절절히 공감하고 이해해주실 분은 바로 서 검사님 아니실까요? 게다가 서 검사님은 지금 대한민국 법무부의 양성평등정책특별자문관 아니십니까? 바로 얼마 전에는 범죄인 인도 청구를 거부한 판사에 대해 언론 매체에 직접 나와서 발언도 해주셨잖아요. 범죄인인도를 거부한 판사의 판결문에 대해서는 무려 ‘개소리’라고 하셨잖아요.” 

   
▲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이미지 출처=KBS 화면캡처>

정파적으로 2차 가해에 나선 이들 

이후 언론이 나섰다. 다수 언론이 서 검사의 ‘침묵’을 정파적 논리로 소비했다. 11일 <국민일보>의 <“서지현 검사는 왜 박원순 고소자에 침묵하나” 목소리 나와>를 시작으로, 13일 <조선일보>의 <‘성범죄 엄벌’ 추미애와 ‘미투 촉발’ 서지현, 박원순엔 침묵>, 14일 <한국경제>의 <靑·여가부·서지현…내편 미투에 모두 침묵> 기사 등이 이어졌다. 

그 반대편에서 일부 언론이 이런 기사조차 2차 가해임을 지적하기도 했다(13일 <오마이뉴스>, <"서지현·임은정 왜 입장표명 안하냐" 윽박... 피해자는 또다시 고통받는다>). 그러자 13일 서 검사가 입을 열었다. 

이날 서 검사는 페이스북에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기 어렵다.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 있겠다”면서 “민주당 운운하시는데 저는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고, 그곳에도 여전히 저를 ‘정신병자’라고 믿고 계신 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아실 리 없겠죠”라며 정파적 시선과도 선을 그었다.  

여성 정치인도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14일 ‘공황장애가 도져 한 마디도 어렵다는 미투 상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 검사를 향해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의 심경에 가장 공감할 만한 사람이 서 검사가 아니냐”라며 “아쉬움이 크다”고 한 뒤 아래와 같은 촌평을 남겼다. 

“성폭력 여성 피해자와 같은 특정 사안에 한 마디도 하기 어렵다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이면, 건강관리에만 전념하는 것이 자신과 국민을 위해 올바른 길이 아닐까.”

언론이, 여성 정치인이, 남성 교수 모두 입을 모아 서 검사를 향해 ‘진영 논리’를 들이대며 성폭력 피해자인 서 검사를 향한 2차 가해에 동참한 셈이다. 이후 휴가 중인 서 검사의 침묵에도 강제 소환은 계속됐다. 그러자 27일 업무에 복귀했다는 서 검사가 참지 못했는지 “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닙니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검사로서 지켜야할 법규가 있습니다”라며 아래와 같이 절절한 호소를 남겼다.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공무원이자 검사인 저에게 평소 여성인권에 그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었습니다. 여성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입을 연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이들의 조롱과 욕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 아수라가 지나고나면 더 좋은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 <사진제공=뉴시스>

서지현 검사의 분노 

역시나 ‘아수라’는 쉬이 멈출 줄 몰랐다. 이 같은 서 검사의 호소가 기사화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중 선을 넘은 기사도 나왔다. 28일 <머니투데이>는 <“미투운동 선구자 맞나요”…서지현 검사 '내로남불' 비판받는 이유>란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서 검사의 글을 짧게 인용한 뒤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의 의견을 길게 인용한, 소위 네티즌 뒤에 숨어 언론사의 의견을 피력하는 기사였다. 

“‘내로남불’이 ‘내가 아는 사건은 이야기하고, 모르는 사건은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정치적’이라는 것이 ‘공무원이 국가공무원법을 준수하며 정치인 사건의 언급을 삼가는 것’으로, ‘미투’가 ‘모든 성폭력 사건에 무조건 의견을 내는 것’으로 한국어 뜻이 바뀌었나요 혹시???

언제나 그렇지만 언론사와 기자들은 분명 기본적 법적 상식이나 문해력은 갖추었을 것임에도 글의 중요부분은 빼고 기사화하거나, 글을 전혀 다르게 왜곡하거나, 법을 무시한 채 여전히 논란거리를 만들어내려는 모습들을 보니 기사거리가 없어 저러나 딱하면서도 참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같은 날 서 검사가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내뱉은 탄식이다. 그러자 <머니투데이>는 29일 오전 해당 기사 제목을 <SNS 복귀한 서지현 검사…누리꾼 “내로남불” vs “응원한다”>로 수정했다. 서 검사가 “민사손해배상이나 정정보도청구”를 언급하며 “정당한 대응”을 시사하자 <머니투데이>가 즉각 ‘기사 수정’으로 대응한 것이다. 

   
   
▲ 머니투데이는 28일 <“미투운동 선구자 맞나요”…서지현 검사 '내로남불' 비판받는 이유>(위)란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가 29일 (아래)로 제목을 바꿨다.

서 검사에 대한 2차 가해는 박 전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 직후부터 7월 내내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있다. 성별도 가리지 않는다. 일부 정치인이나 교수 등이 물꼬를 트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며, 이를 언론들이 정파적으로 활용하는 수순을 보여 왔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클릭 장사에, 정파적 이익에 이용한 이들이 또 다른 여성 피해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모양새다. 서 검사의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비극은 서 검사가 쓴 글자 그대로 이들이 “평소 여성인권에 그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이들이 과연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했던 피해자의 인권에, 그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할까. 장부승 교수가 딱 그런 식이었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서 검사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이게 왜 2차 가해냐”며 펄쩍 뛰었던 그는 다른 글에서 서 검사의 호소에 대해 “서 검사님의 아픔을 헤아려 봅니다. 통감합니다”라면서도 “‘정파성의 함정’에 대해서만은 한 번 진지하게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위선도 이런 위선이, 훈계질도 이런 훈계질이 없다. 이렇듯 정파적으로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서 검사의 고통을 이용하는 세상을 ‘아수라’로 만들고 있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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