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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엘리베이터 사진과 추미애의 산사 사진

기사승인 2020.07.15  11: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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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거세지는 가차저널리즘…‘정의연 무더기 오보 정정’처럼 공세적 대응 필요

“어제가 딸 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끼를 못먹었다. 새벽에 아들과 귀가하여 뻗었다 일어나니 딸애가 이미 집을 떠났다. 연속적으로 뒷모습 고개 숙인 모습 사진이 언론에 뜨고...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나 보다(중략).

매일매일 카메라의 눈에, 기자의 눈에 둘러싸여 살게 된 지 50일이 되어간다.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 8월말 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

지난해 9월 25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연이어 게시했다. 검찰 수사 역사상 회자될 11시간 넘는 현직 법무부장관의 자택 압수수색이 끝난 지 이틀 후였다.   

정 교수는 이날 또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어제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 넘어 까지 근 1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3시쯤 귀가”했다면서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도 적었다. 

그리고 같은 달 26일, <중앙일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오른손에 케이크 들고 집으로 퇴근>이란 기사에서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25일 퇴근하는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오른손에는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면서.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당시 조 전 장관 퇴근 길 풍경을 암시하는 이 한 장의 사진은 무척이나 파장이 컸다. 케이크를 들고 아파트 현관 문 앞에 서 있는 조 전 장관의 뒷모습은 정 교수의 글과 함께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일각에선 ‘기자가 스토커냐’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중앙일보>의 이 ‘스토킹 사진’은 ‘윤석열 검찰’로부터 일가족이 수사를 받는 조 전 장관의 피로감이 고스란히 전달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검찰개혁’ 지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정반대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당시는 물론이요, 이후에도 보수언론과 종편의 ‘조국 스토킹’은 계속됐다. 12월 말 조 전 장관이 기소되기까지 조 전 장관 자택 앞에 자리를 잡은 언론들은 스토킹에 가까운 사진과 근황 기사를 마치 특종인 것 마냥 터트렸다(☞관련 기사 : “조국은 어디에?”..애타는 조선일보의 스토킹,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제 그 ‘스토킹’이 추미애 장관으로 옮겨간 것일까. 추 장관이 14일 자신을 향한 집요한 언론보도를 ‘관음증’으로 규정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일부 언론의 ‘국정 농단’ 프레임을 ‘최순실 만들기 작전’으로 맞받은 것이다. 

‘추다르크’가 언론에 보내는 경고

“여성 장관에 대한 언론의 관음 증세가 심각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저의 해명은 필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이 원하는 내용은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의원 = 장관의 최순실’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싶었던 것입니다. 

장관의 뒷모습 사진을 찍었던 것도 최순실이고 장관 메시지를 쓴 것도, 그 메시지를 나른 것도 최순실이라는 삐딱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보인 언론의 작태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집요하게 스님들께 요구한 사진도 최순실찾기 관음증의 결과였습니다. ‘최순실 만들기 작전’이 안 먹히자 이제 ‘문고리 작전’이 전개되었습니다.” 

14일 추 장관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장문의 글 중 일부다. 추 장관은 지난 8일 산사에서 찍은 본인 사진을 둘러싼 <조선일보>의 “뒷모습 누가 찍었나?”란 의혹에 반박하듯,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이행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지난 7일 이후의 본인 행적을 장문의 글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 <이미지 출처=추미애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추 장관이 설명한 8일 하루 법무부 입장문이 발표되기까지의 과정은 그간 일부 언론이 제기한 ‘국정농단’ 의혹이나 ‘문고리’ 의혹 프레임을 일시에 날려버릴 만한 내용이었다. 그 과정에서 추 장관은 자신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난리도 아니었”다는 언론 보도를 지적하며 역으로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8일 오후) 대검이 법무부에 알리기 전에 이미 기자들에게 건의문을 배포했기 때문에 기자들이 저의 집 앞으로 몰려들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것은 심각한 검언유착입니다. 야당은 이런 것부터 문제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추 장관에 따르면, 추 장관이 머물렀던 산사의 스님에게 원본 사진을 집요하게 요구한 기자도 있었다고 한다. 그게 다 비선실세를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것이 추 장관의 추리(?)였다. 일부 언론이 추 장관의 메시지는 뒷전이었던 이유다. 최근 연이어 해당 의혹에 대해 세세한 설명을 내놨던 추 장관은 이날 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종합판’ 격의 글을 게시했다. 그 글의 끝엔 ‘추다르크’란 별명이 아깝지 않은 일침이 자리하고 있었다. 

“진실을 외면하는 무능력은 관대하게 넘어가겠습니다. 그러나 관음증 중독은 선을 넘었습니다. 남성 장관이라면 꿋꿋이 업무를 수행하는 장관에게 사진은 누가 찍었나, 최순실이 있다, 문고리가 있다, 발끈한다 등 등 이런 어이없는 제목을 붙이며 우롱했겠습니까? 

솔직한 말로 화가 나기보다는 웃음이 납니다. 이미 여러 번 겪은 바 있는 흔들기이기 때문입니다. 계속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가지고 올 것이라면, 국정농단 이후 혼란하고 첨예했던 탄핵정국을 지낸 당대표가 누구인지도 떠올렸으면 합니다.” 

적극 대응 시사한 조국 전 장관 

언론에 엘리베이터 앞 뒷모습을 찍힌 조국 전 장관과 어느 산사 속 휴가 장면을 소셜미디어로 공개한 추 장관. 두 사진의 공통분모는 ‘윤석열 검찰’과 언론 보도의 참담함이라 할 수 있다. 또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법무부와 끊임없이 대립하는 ‘윤석열 검찰’의 지난 1년과 이에 우호적인 언론 보도를 가로지르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이 휴가 중인 추 장관이 머물던 산사 측에 집요하게 접촉을 시도했다는 대목은 아연실색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조 전 장관은 당시 언론보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지만 추 장관의 대응은 상상이상으로 직접적이고 대범하다는 것이리라.   

“국정농단 이후 혼란하고 첨예했던 탄핵정국을 지낸 당대표가 누구인지도 떠올려 보라”는 추 장관의 일성은 이를 함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추 장관의 대응을 조 전 장관 역시 지켜보고 있는 걸까. 조 전 장관 역시 연이어 언론의 오보 등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천명하고 나섰다.  

“작년 하반기 동안에는 청문회 준비, 장관 업무 수행, 수사 대응 등으로 언론의 오보에 대하여 대처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적극 대처할 것입니다.”

14일 조 전 장관은 이런 다짐과 함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옵티머스 관련 기사에 대해 반론보도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15일 교육부의 연세대 감사 결과에 대해 ‘조국 아들 입시 서류 폐기’란 제목을 달은 일부 언론을 향해서도 “보도의 목적이 사실 전달이 아니라 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며 “언론인 여러분, 찌르되 비틀지는 말아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 전 장관 역시 추 장관 못지않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저 반론보도 신청에 그치지 말고 법적 책임을 검토하는 등 훨씬 더 공세적이어도 무방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정파적이고, 작금의 ‘갓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꼬투리잡기식 언론보도)을 완성시킨 것이 바로 ‘조국 일가족’ 보도였다. 

이후 정의연 사태에서 이런 보도는 반복됐다. 이러한 보도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당사자가 나설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최근 정의연의 연이은 반박에 정정보도가 잇따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이미지 출처=YTN 화면 캡처>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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