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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지상파 리포트 전멸

기사승인 2020.06.04  1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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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이재용과 삼성의 ‘꼼수’ 비판도 없고 보도도 없다

<이재용의 여론전…시민들에 기소 여부 묻는다>

오늘(4일) 한겨레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양창수 전 대법관) 소집 신청서를 2일 제출했다”는 내용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검찰수사심의위’(수사심의위)라는 게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수사심의위는 피의자의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 여부, 수사 계속 여부 등을 심의·의결하는 곳으로 대검찰청에 설치된 기구라고 합니다. 지난 2018년 검찰 수사의 중립성 확보와 수사권 남용 방지 등을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이재용과 삼성의 ‘꼼수’ … 한겨레 1면에서 비중 있게 보도 

짚어야 할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는가 – 이 부분 아니겠습니까. 

오늘(4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 제가 봤을 때 나름 ‘타당한 분석’을 하고 있는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정도입니다. 두 신문의 분석을 종합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류를 감지하고 이 부회장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한 마디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의 기류를 감지하고 기소 전에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를 통해 검찰 기소 여부의 적절성을 판단 받아 보겠다는 겁니다. 

(2) 여론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4일) 많은 언론이 보도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와 무노조 경영 방침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죠. 

이뿐인가요. 부당해고에 항의해 1년 가까이 철탑 고공농성을 벌인 김용희 씨와 최근 사과와 보상에도 합의했습니다. 나름 삼성그룹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위기론이 퍼지고 있는 상황, 여기에 ‘삼성 역할론’이 부각되는 것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입장에선 여론전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3) 한겨레 등이 지적한 부분이지만 검찰 기소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게 지난 2일입니다. 그런데 어제(3일)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보고 일이었다고 합니다. 한겨레는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황과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 측이 이걸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삼성에 기울어진 조선·동아일보 … ‘당황한 검찰’ ‘허 찔린 검찰’ 강조

물론 많은 언론이 경향신문과 한겨레처럼 보도한 건 아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보도하면서도 조선·동아일보는 결이 좀 달랐습니다. 일부 보도를 인용합니다. 

“이 부회장이 ‘기소의 타당성’ 자체를 따져보자고 나왔고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던 검찰은 ‘허를 찔렸다’는 분위기다. 수사 전문가가 아닌 외부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 이 사안이 올라갈 경우, 거기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법조계에선 ‘검찰이 한 방 먹었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조선일보 12면 <1년 반 수사끝에 또 ‘총수 구속’ 위기… 삼성, 정면승부 택해>) 

“그럼에도 신청서를 내고 ‘외부의 판단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은 그만큼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삼성 내부에선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자 무리하게 수사기간을 늘리면서 경영진에 대한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 삼성 안팎에서는 5년째 이어지는 수사로 글로벌 경영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2면 <재계 “어려운 경영환경속 檢수사 장기화… 피로감 쌓여”>)

특히 동아일보는 ‘재계에 따르면’ ‘한 전자업계 관계자’ 등 익명의 취재원을 등장시켜 사실상 삼성 측 입장을 철저히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측의 ‘꼼수’에 대한 분석 등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KBS MBC SBS 지상파 방송사 … ‘이재용 리포트’ 제로 

사실 조선·동아일보보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지상파 3사입니다. 어제(3일) KBS MBC SBS는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관련 뉴스를 메인뉴스에서 리포트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보도 ‘0’이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JTBC는 <뉴스룸>에서 언급을 하긴 했지만 ‘뉴스브리핑’이라는 단신 코너에서 매우 간단히 다뤘습니다. 한번 볼까요. 

“경영권 승계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습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에 도입됐습니다. 검찰은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곧 열어서 이 신청을 받아들일지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저는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등을 고려했을 때 ‘단신’으로 간단히 전하고 끝날 내용은 아니라고 보는데 JTBC는 ‘단신’으로 처리했습니다. 

리포트 자체가 없는 지상파 3사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방송사들이 왜 ‘이 문제’에 침묵·소극적인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경영악화에 신경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말 필요한 리포트’를 적절한 시점에 하는 것 – 이게 지상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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