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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사무총장이 靑비서관 부인…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기사승인 2020.05.28  12: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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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조선일보 출신 정치인을 사진과 함께 도표로 그린 다음 의혹을 제기한다면

<정의연 사무총장은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

오늘(28일) 조선일보 4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인터넷에는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어떤 사실’을 전하려고 하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사실’은 있는데 그 사실들이 어떤 유의미성이 있고 그래서 어떤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정의연 사무총장이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 …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핵심 간부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57)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아내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냥 바로 묻습니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요? 조선일보가 ‘결혼 부부에 대한 소식지’라면 이 기사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자칭 정론지를 표방하고 나선 전국단위종합일간지입니다. 대체 ‘이 기사’를 왜 실은 걸까요?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이해가는 대목이 있습니다. 최근 의혹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와 청와대와의 연관성에 방점을 찍으려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싶었다면 최소한의 ‘근거’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사를 읽어봐도 근거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정의연 사무총장은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이라는 제목 – 이게 조선일보가 보도한 기사의 근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굳이 근거를 찾자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긴 합니다만 이건 조선일보에 의해 ‘바로 탄핵’을 당합니다. 인용합니다. 

“정 비서관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승진설도 있었지만, 최근 건강상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 비서관은 ‘윤미향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별개의 팩트를 자신들이 그려놓은 시나리오에 재배치하는 조선일보의 상상력

최소한 조선일보가 정의기억연대와 청와대와의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쓰고자 했다면 최소한 두 가지 근거는 제시했어야 합니다. 

△정구철 비서관의 사의 표명과 정의연 사태의 연관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근거를 내놓거나 △그게 아니라면 ‘정의연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했다는 정 비서관의 해명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 정도는 제시했어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에는 ‘그런 근거’는 없습니다. 유일한 근거는 ‘정의연 사무총장이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면 저는 ‘조선일보 관계자가 연관된 각종 기사’를 다양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 언론사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선일보 기자와 결혼한 타 언론사 기자나 PD, 관계자 등을 언급하며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사에 반론 차원에서 ‘당사자는 부인했다’ 정도 넣고 말이죠. 

조선일보의 <정의연 사무총장은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 기사에서 다른 대목은 사실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부실’합니다. 좀 거칠게 말해 끌어모을 수 있는 ‘기본적인 개인 신상 정보들’을 다 모아 놓고 냄새만 풍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핵심인 ‘정의연과 관련한 의혹과 청와대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하면서, 조선일보는 용감하게(?) “청와대와 여당의 ‘정의연’ 감싸기는 정의연 관련 인물들이 여권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씁니다. 실로 놀랍고(!) 대단한(?) 조선일보의 ‘소설식 기사작성법’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 출신 정치인을 사진과 함께 도표로 그린 다음 의혹을 제기한다면? 

조선일보는 “정·관계 곳곳엔 정대협(정의연 전신) 출신 인사들이 다수 있다”며 자세하게 설명을 합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선 ‘정의연은 사실상 여성 정치인들의 참여연대 격’이란 말도 나왔다”고 씁니다. 

만약 제가 조선일보 출신 정치인을 사진과 함께 도표로 그린 다음 ‘미래통합당과 조선일보 밀월 의혹’ ‘MB정부 및 박근혜 정부와 조선일보 관계’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쓴다면? 그러면서 “언론계에선 ‘조선일보는 사실상 특정 정당의 정치인 양성소’라는 말도 나왔다”고 쓴다면? 

아마 노발대발 할 겁니다. 그런데 오늘 조선일보의 <정의연 사무총장은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 기사가 제가 보기에 딱 ‘그런 기사’에 해당합니다. 

정구철 비서관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사전차단설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며 “4월에 5월에 일어날 일을 예견해야 한다.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건 굳이 해명을 들을 필요도 없는 사안인데 조선일보가 ‘어처구니 없는 기사’를 쓰다 보니 이런 코미디 같은 해명을 들어야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건, 조선일보의 입장입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합리적 의심을 했으나 청와대가 억울할 수 있겠다고 보고 청와대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했답니다. 

이런 엄청난 ‘부실 기사’를 쓰고도 ‘이런 식의 태연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데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조선일보식 기사 쓰는 법’ - 정말 쉽네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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