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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종족주의’ 저자 ‘N번방’ 2차 가해…위안부 피해자 모욕까지

기사승인 2020.03.25  10: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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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빈, 손석희 언급하며 시선돌리기…이우연 같이 물타기하는 이들

“‘세월호 참사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제주로 수학여행 갔기 때문에 일어난 거다’나 ‘청와대는 재난의 콘트롤타워가 아니다’, 또는 ‘감염병이 생겼다고 총리가 나서야 하나’라고 주장하던 자들이 저 책을 ‘보수의 바이블’로 칭송한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렇게 모든 일에 ‘피해자 책임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왜 ‘대구에 코로나가 창궐한 건 전적으로 문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하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23일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반일종족주의>의 공동저자인 이우연 연구위원이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22일 페이스북에 “‘n번방’ 피해자, 행동 반성해야”란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아울러 전우용 교수는 “‘종군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다’, ‘징용노동자는 한국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일본의 식민통치는 한국인들 스스로 자초한 거다’ 등의 주장을 담은 책 내용을 보면, ‘일관성’ 하나는 높이 살 만합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범 ‘박사’ 조주빈의 구속과 함께 가해자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 연구위원과 같은 피해자들을 향해 2차 가해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먼저 대표적인 2차 가해라 할 수 있는 이 연구위원이 쓴 글의 보자. 

“내게 딸이 있다면, n번방 근처에도 가지 않도록 평소에 가르치겠습니다. 내 딸이 지금 그 피해자라면, 내 딸의 행동과 내 교육을 반성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습니까? n번방 피해자들에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어야합니다.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입니다.”

반성없는 2차 가해의 연쇄 

“우리가 이른바 ‘N번 방’이라고 불렀던 사건, 저희는 이 범죄가 가입자 전체가 저지른 집단 성 착취 사건으로 규정합니다. 돈을 주고 가입한 공간에서 성착취 행위를 직접 주문하거나 그렇게 생산한 가학적인 영상물을 다시 사고팔았다는 점에서 MBC는 오늘부터 이 사건을 ‘집단 성착취 영상 거래 사건’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24일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 오프닝 멘트다.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대화방 가입자 전체를 범죄자로 규정하기 위해 ‘집단 성착취 영상 거래 사건’이라 표현을 달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날 MBC는 <내 딸이 피해자라면 반성하겠다?… ‘2차 가해’ 심각>이란 리포트를 통해 이 연구위원의 글을 소개하며 끊이지 않는 2차 가해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나섰다. 

“가해 행위들을 정당화하거나 혹은 그게 사실 가해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라고 하는 죄책감을 더는 방식인 거죠.”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이 연구위원은 2차 가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특히 자신을 비판하는 댓글 작성자들에게 “온갖 잡것들이 싸지르고 가네”라며 “역시나 똥물로 가득찬 대가리와 천박한 주둥이 밖에 없구나. 니들은 그 짓이나 계속해라. 난 내 길을 간다”는 폭언을 일삼았다. 23일엔 이런 글로 한국 국민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기도 했다. 

“거래를 통해 양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범죄의 피해자도 악을 범할 수 있다는 것.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이를 이해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선악의 이분법으로 사회나 역사를 재단하는 것. 이것이 우리 한국인의 가장 큰 문제다.”

댓글을 쓴 이들을 향해 “고소” 운운한 이 연구위원은 24일에도 2차 가해를 이어갔다. 피해자 중 일부가 소셜 미디어 상에서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여성이거나 소위 스폰서를 구했던 여성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글을 공유한 것. 이 연구위원을 옹호하고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는 전형적인 2차 가해를 두둔한 해당 글의 내용은 이랬다.  

“생활비가 많이 부족해 조건만남을 알아봄. 어떤 분이 월 400 스폰알바를 구하고 있다고 쪽지하자 자기가 응답하여 얘기 나눔. 이우연 박사님이 가해자는 물론 죽을죄를 졌지만, 이 아이의 생각과 선택과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얘길 하자 어디선가 개떼 같은 감성충들이 몰려와 어디 피해자를 나쁘다 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냐며 막말을 퍼부어댔다.

처음 시작이야 어땠든 피해자가 그 뒤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하고 가해자가 협박및 조종, 사기 친 것은 사실이다. 그걸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피해자의 처음 선택과 시작이 일반적인 것 아니며 강제에 의한 것 아니며 결코 잘했다 할 수 없다는 말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만약 일방적 피해자라면, 가해자가 납치 및 감금으로 시작했다는 건데, 그런 내용이 기사 어디에 있는지?”
 
결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 

“한 인간의 착종된 신념이 세상에 뿌리는 독이 참으로 지독하고 추악하다.”

지난해 ‘검찰개혁 촉구 시국선언’을 발표한 교수모임의 대변인을 맡았던 김동규 동명대 교수가 이 연구위원을 향해 내놓은 일침이다.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연구위원을 비판한 김 교수의 시각은 그러나 약간 달랐다. 이 연구위원의 이러한 2차 가해에 대해 “나는 이 자가 이 같은 황당 발언 뇌까린 이유를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씨가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연구위원이)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평소의 주장을 'n번방' 피해자에게도 적용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제 전쟁범죄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평소의 논리를 (이 기회를 틈타) 보강하려 한 게다(중략). 

(이것이 우리 한국인의 가장 큰 문제) 이 발언에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케이스를 겹쳐보라.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너무나 선명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

25일 ‘N번방’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조주빈의 얼굴이 공개됐다. 검찰 송치 과정에서 언론 카메라 앞에 선 조주빈은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 시장님, 김웅 기자님 등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악마의 삶을 멈춰져서 감사하다”고는 했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참회보다 손석희 사장 등을 언급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술수를 쓴 것이다. 

이렇듯, 반성은커녕 2차 가해와 책임을 회피하는 가해자들에 대한 원성이 드높다. 그런 가운데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거나 “선학의 이분법” 운운하며 일종의 물타기를 시도하는 이들을 경계할 때다. ‘N번방’ 피해자들을 이용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까지 모욕하는 이우연 연구위원이 대표적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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