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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낸 한국일보 … 기사 삭제하고 끝?

기사승인 2020.02.28  09: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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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27일자 1면 머리기사가 사라진 이유…독자들에게 정확히 설명하라

<“여기는 한국인 집” 문 앞에 차별 딱지 붙이는 중국 공안·이웃>

어제(27일) 한국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머리기사입니다. “중국 공안당국이 최근 우리 교민 집 문 앞에 딱지를 붙여놓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입니다. 

한국일보는 외교 소식통과 중국 현지 교민들을 인용해 “동네를 떠났다가 돌아온 자가 격리 대상은 물론이고 원래 그 지역에 살던 한국인들 집 현관문에도 중국인 이웃과 공안에서 딱지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한국인 차별 행위”라고 전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한국일보 기사의 근거가 된 ‘사진’ … 잘못된 번역으로 사실상 오보 

한국일보는 27일자 1면 기사를 인터넷에 게재하면서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한국일보는 해당 사진과 관련해 “중국의 한 주택가 현관문 앞에 ‘14일간 격리한다’는 안내문이 단단하게 붙어있다. 집밖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1면 머리기사 △한국인 집 문 앞에 14일간 격리 안내문 △그리고 근거로 제시한 사진 때문에 SBS를 비롯한 다른 언론들도 관련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역시 한국일보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일보 해당 기사는 사실상 오보로 판명이 나고 있습니다. 어제(27일) 한국일보 1면 기사의 근거가 된 ‘사진’이 잘못된 번역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어제(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일보 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조금 길지만 한국일보 기사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어 인용합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기사의 헤드라인은 ‘여기는 한국인 집, 문 앞에 차별 딱지 붙이는 중국 공안, 이웃’이라고 붙였다. 그리고 그 증거로 사진을 정말 대문짝만하게 올렸다 … (중략) 번역기를 돌려 봐도 충분히 이해가 되겠지만 내가 친절하게 번역까지 해 주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집으로 돌아온것을 환영합니다. 동네에 돌아온 시간으로부터 14일간 격리가 필요합니다. 기간이 되면 체온이 정상이고 기타 증상이 없을 경우 격리를 끝냅니다. 협조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어디에도 ‘한국인 집’ 혹은 ‘한국’과 관련된 단어조차 없다 (중략) 

저 사진 속 공지는 한국인이나 외국인 대상이 아닌 모든 외지인들 혹은 지역민이라도 춘절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모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지 한국인 대상으로 차별을 담은 공지가 아니다. 그것을 한국일보 베이징 특파원이라는 기자가 왜곡해서 ‘한국인 차별’ 어쩌구 하면서 가짜 뉴스의 증거로 보도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제기되고 비판이 이어지자 해당 기사 삭제한 한국일보 … 사과는 없다 

문제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비판이 이어진 이후 한국일보가 보인 태도입니다. 한국일보는 별다른 설명 없이 해당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포털에 전송한 기사는 물론 자사 홈페이지에서도 27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던 <“여기는 한국인 집” 문 앞에 차별 딱지 붙이는 중국 공안·이웃>이라는 기사는 없습니다. 애초 포털에 전송한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요청으로 삭제된 기사”라는 문구가 뜹니다. 심지어 포털 네이버가 제공하는 한국일보 ‘신문지면뉴스’에도 2월27일자 1면 머리기사는 없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한국일보 기사는 어제(27일) 지상파 아침방송에서 ‘주요신문 브리핑’에서도 언급이 됐고, SBS와 종편 등에서는 이 사진을 사용하며 후속 리포트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에도 잠깐 언급이 됩니다. 

그만큼 여러 매체가 주목했고 파장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잘못된 사진 번역’으로 사실상 오보로 판명이 났고, 그렇다면 자신들이 실수한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책임 있는 언론의 태도라고 봅니다. 

하지만 정말 실망스럽게도 한국일보의 대응은 ‘흔적을 지우는’ 기사 삭제였고 독자들에게 사과나 정정은 없었습니다.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습니다. 

애초 기사를 삭제한 한국일보는 이후 <“여기는 한국인 집”… 문 앞에 차별 딱지 붙이는 中 이웃>이라는 ‘수정된 기사’를 내놓습니다. 문제가 된 사진은 ‘다른 사진’으로 바꿨습니다. 

“한국인들 집 현관문에도 중국인 이웃과 공안에서 딱지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부분은 “한국인들 집 현관문에도 중국인 이웃이나 아파트관리위원회 또는 지역위원회 등에서 스티커나 딱지, 큼지막한 플래카드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로 바뀌었습니다. 

삭제된 기사 찾아내는 독자들 … 뉴스 수용자들을 바보 취급하지 말라 

이렇게 몰래(?) 수정하면 독자들이 모를 줄 알았는지, 한국일보 대응이 정말 한심합니다. 해당 기자와 한국일보는 ‘수정된 기사’ 댓글을 보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싶어 제가 대신 두 개 정도 소개를 해드릴까 합니다. 

“오늘 전화까지 해서 항의 했는데... 이런 식으로 빅엿을 ㅎㅎㅎㅎ 한국일보 슬로건이 세상을 보는 균형인데,, 균형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 ‘중국내 자가격리 기준 강화, 내외국인 모두 적용’ 이 정도 타이틀이 맞지 않나요?” 

“사진바꿨네요?ㅋㅋ 원래있던 기사는 어쨌어요?ㅋㅋ 그래서 제가 흔적을 찾아 봤어요ㅋㅋ 원래 썼던 기자님의 가짜뉴스! 제가 찾아왔어요~ http://news.zum.com/articles/58398412 요기요!” 

물론 중국 지방정부가 한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자가격리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는 건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조치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론 보도는 정확해야 합니다. 부정확하게 보도했다면 사과를 해야죠. 한국일보처럼 ‘이런 식으로’ 기사 흔적으로 지우고 ‘나몰라라’ 하는 건 책임 있는 언론의 태도가 아닙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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