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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시행처로서 역할 충분한가 문제제기하고 싶었다”

기사승인 2020.02.24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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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 GO 인터뷰 462] 조철영 MBC PD

서울 광화문에 가면 한 구의 시신이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부산 경남 경마 공원에서 기수로 활동했던 고 문중원 씨의 시신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편은 고 문중원 씨를 통해 부산 경남 경마공원을 고발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방송이 끝난 다음 날인 19일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 편을 취재 연출한 조철영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나 취재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조철영 MBC PD <사진=이영광 기자>

“조작을 당사자들은 작전으로 이해…수많은 경마팬들은 몰라”

- 18일 방송된 <PD수첩>의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편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마치신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일단 PD는 방송을 마치면 보통 머리에 아무것도 안 남고 공허 그 자체예요. 고생한 기억들이 생각이 나긴 하는데 그래도 좀 더 유족분들이나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좀 더 큰 힘이 되어 주지 못하지 않았나란 아쉬움이 있어요.” 

- 반응이 딱히 없어서 아쉬울 거 같아요.

“아쉽죠. 모든 PD들이 다 고생은 다 비슷하게 하거든요. 그런데 그 결과물에 반응이 없거나 묻히는 건 개인 PD 운이나 역량이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도 있고 저런 경우도 있죠.” 

- 부산 경남 경마공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취재하신 것이잖아요.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광화문에 기수의 시신이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런데 그렇게 돌아가신 분이 여섯 분이 더 있다는데 그게 충격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한 직장이나 한 초등학교 인원 구성이 그 정도의 모집단에서 일곱 분이 자살할 수 있다는 건 직장에서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이거 구조적인 게 좀 있지 않을까 해서 들여다봐야겠다는 거죠. 그래서 유족들 만난 거예요.” 

- 경마에 관심이 있었어요?

“전혀 없었어요.” 

- 그럼 용어 같은 것도 몰라서 어려웠을 거 같은데.

“저희는 용어부터 시작해서 규칙이나 규정 이런 걸 엄청 스터디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것을 제가 아이템으로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수준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면 쉽게 해석이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경마 관련한 상식이나 이런 것들을 쌓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그걸 다시 쉽게 해석하는 과정도 힘들었어요, 그걸 하려고 노력 많이 했고 전혀 문외한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경마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 언제부터 취재하셨어요?

“12월 27일부터 했던 거 같아요. 그때는 이렇게 방송이 길어질지 몰랐어요. 원래는 이렇게 긴 텀은 아니었고 적당히 긴 텀이었는데 거기서 계속 취재했고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 뭐부터 취재하셨어요?

“유족분들을 먼저 만났어요. 시신이 광화문에 있는 기가 막힌 사연이니까 사연의 당사자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분들을 먼저 만났죠. 그랬더니 그분들 도와주시는 다른 말 관리자분들을 통해 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고 거기서 현장 박치기로 이 분 만나면 이분이 소개 시켜주는 세 사람을 만나고 저분을 만나면 또 세 사람을 소개시켜 줬어요. 마사회 쪽에서 저희가 좀 편향되는 방송을 하지 않았나란 걱정했던 부분이 있던 거 같아요. 그러나 저희는 이 아이템을 다른 어떤 방송사보다도 훨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이번 취재원은 삼국지 급으로 많았다고 말해요. 정말 인터뷰 내용이 많이 쌓여 있어요.” 

   
▲ <이미지출처=MBC PD수첩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편 방송 화면 캡쳐>

- 그럼 이전 아이템과 비교해보면 어때요?

“제가 ‘유령의사, 수술실의 내부자들’ 아이템을 할 때는 수술실에서 돌아가신 아드님의 어머님 의 얘기로 쪽으로 끌고 갔어요. 그땐 주요 취재원이 한 명인 셈이죠. 그런데 이번 간 방송에 나온 취재원만 해도 본인이 취재되고 있는지 안 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포함해서 열 분이 넘어요. 그리고 방송에 나오지 못했지만, 우리의 논리나 우리가 다른 방향으로 가지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계속 팩트체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바다에 잠긴 빙산의 영역같이 어마어마한 분들이 있었죠.” 

- 유족 취재하기 힘들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남편 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이니까 유족분들 취재하기 쉽지는 않았죠. 저희가 얼마나 기가 막힌 사연인가를 주로 다뤄드리겠고 저희가 돌아가신 영역을 좀 살펴보니 충분히 할 얘기들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해서 말씀드렸고 유가족분들도 동의해서 취재했죠.”

- 초반에 조교사가 말의 등수를 지정한다는 내용이 있던데 승부조작이잖아요. 마주들이 베팅하기 때문인데 마주의 배팅에 대해 마사회 입장은 뭔가요?

“마주의 배팅에 대해 마사회 입장을 물어보지 않았지만, 주요 다른 취재원들 즉 마사회 말 관계자분들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선진 경마는 실체가 없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해외기준으로 우리를 맞추자는 건 글로벌 스텐다드라고 하잖아요. 해외는 마주가 배팅할 수 있거든요. 해외의 걸 옮겨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개인 마주제를 시행하면서 마주들이 배팅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 그럼 승부 조작이 가능한 시스템 아닌가요?

“기수가 말을 타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스포츠인데 그 기수가 말을 하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말을 타기 전까지의 과정도 얼마든지 (승부조작이) 일어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조작이라고 부르는 것을 당사자들은 작전이란 식으로 이해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수많은 경마 팬들이 모르는 사실이잖아요.” 

- 그럼 프로 레슬링 같은 건가요?

“그렇게까지는 아니에요. 아무래도 승부를 내야겠다는 10명에서 12명 혹은 나오면 7명의 기수가 나란히 서서 한 번에 달리는 거기 때문에 짜진 각본 같은 건 없거든요. 그리고 변수가 워낙 많은 스포츠예요. 기수가 말을 타는 것도 있지만 말이 또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거든요. 관계자분들은 마7인3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말이 70% 이상 하는 스포츠다. 사람은 30% 만하면 된다.’라고 말을 해요. 그런 걸 보면 레슬링처럼 완전히 각본이 짜이긴 힘들죠. 짜여졌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 한 기수와 한 마필이 달릴 때 어떻게 레이스를 끌고 가냐는 정도가 변수지 싶어요. 물론 기수들이 짜서 아예 경기를 좌지우지한 사례도 있지만 그건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이고 그거는 저희 방향과는 살짝 다른 부분이 있어서 방송하지 않았죠.”

“마방 심사가 왜 필요하냐는 물음이 핵심”

- 결국, 돈 때문 아닌가요?

“그렇죠. 돈 때문이에요. 워낙 많은 액수의 돈을 그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게다가 부산 같은 경우는 성적에 따라서 기수들의 수입이 엄청나게 차등이 있어요. 만약에 제가 근근이 먹고사는 가장이라면 그런 유혹이 올 때 흔들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죠.” 

- 상금이 100배 차이인 것 같은데.

“기수가 30명이에요 상위 10%와 하위 10%는 세 명씩 나오잖아요. 상위 세 명이 받는 상금은 평균 1,800만 원이고 하위 세 명은 19만 원이에요. 엄청나게 차이 나죠. 전 100배까지 날 줄은 몰랐어요. 그렇게 해놓고 나서도요.”

- 엄청난 거 아닌가요?

“엄청나죠. 특히 부산 같은 경우는 기수들이 상금으로 먹고 살아야 되는 것인데 그 상금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하면 좀 그렇죠. 제가 일하고 8만 원 받는데 옆의 사람은 8백만 원 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옆의 사람이 잘 할 수 있죠. 그런데 100배까지 차이 날 일이냐는 거예요. 그러면 박탈감도 있을 거고 거기서 오는 유혹도 있을 거예요. 심지어 이렇게 작전이라고 하는 부당한 지시가 오가는 곳인데 심지어 그렇게까지 차이가 난다고 하면 유혹에 흔들거리거나 아니면 정말 때려치우고 싶죠.”

   
▲ <이미지출처=MBC PD수첩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편 방송 화면 캡쳐>

- 그럼 왜 부산만 그래요?

“서울은 경마를 일제 강점기부터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래 하다 보니 여러 가지 폐단이 발생하는 거죠. 마사회에서는 그냥 우물 안 개구리나 이런 식의 경마 말고 우리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마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부산이 개장하면서 부산의 시스템은 서울과 완전히 다르게 가자고 한 거예요. 서울은 각 직군마다 협회가 있고 힘도 있어서 마사회가 함부로 하지 못해요. ‘올해는 여러분의 상금 격차를 좀 벌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달리기를 그리고 예를 들어 ‘여러분들 주 52시간 있는데 뭐 꼭 시켜야 됩니까? 좀 열심히 합시다’라면 난리가 나는 거죠. 마사회에서도 얘기하는 거예요. 이거는 협회 힘이 너무 쓰다 보니까 본인들이 추구하는 걸 여기에 적용시키기 힘드니 부산은 2004년에 시범 개장하면서 뭐든 자기들이 하고 싶은 시스템을 이식한 거예요. 그런데 거기에서 많은 폐단이 있는 거죠.”

- 조교사를 선발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담으셨잖아요. 조교사 합격자는 예외 없이 소문 속 인물이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그럼 합격자를 내정했다는 건가요?

“마사회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를 해요. 저희가 방송에 내지 않았던 부분 중의 하나는 ‘소문이 이렇게 있는데 여지없이 그 사람들이 합격한다.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었더니 ‘뛰어난 사람들은 소문이 날 수 있다’라고 얘기를 해요. 그럼 할 말이 없는 거예요. 당사자가 아니면 얘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거죠. 합격자 선발에 책임 있는 사람을 만나려고 했고 만나서 여쭤봤더니 공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참 어려워요.” 

- 이해가 안 가는 게 자격증 취득하면 끝 아닌가요?

“문 기수님 유서에도 있고 기수나 조교사를 상대로 마사회에서 문 기수님 돌아가시고 나서 ‘너희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해봐라’라고 하면서 진상조사 같은 걸 했는데 거기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게 있어요. 뭐냐면 조교사 면허심사 왜 필요하냐는 거예요. 게다가 오지선다형이나 서술형이나 답이 정해져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절대평가의 영역이면 모르겠는데 면접이라는 형태로 상대평가가 주어지면 그것은 소문이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신뢰성이나 변경이나 공정성 있다고 할 수 있느냐죠.

저도 마사회 가서 질문한 게 그거였거든요. ‘굳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냐‘라고 물었더니 마사회에서는 ’마사회에서 어쨌든 개업하게끔 해 주는 거기 때문에 이 사람의 퍼포먼스나 이 사람의 이익이 마사회에도 이익이 직결되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이나 영업도 잘 뛰는 사람이 들어와 줘야 시행사 입장에서 좋은 거 아니냐. 그런 사람들은 조기선발 하고자 하는 거였다‘라고 얘기를 해요.

그런데 그게 PPT로서 조교사가 그런 능력이 있는지 배양이 되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거기 있는 심사위원이라는 사람들이 그거를 면접 자리에서 판가름 할 수 있느냐예요. 그러면 지금 신규로 조교사된 분들의 성적이 월등한 거냐로 질문에 질문을 하죠.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의 연속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마방 심사가 필요하냐는 물음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이게 핵심인 거 같고요.”

- 그리고 그 심사 때문에 자비로 연수 가야 한다면서요?

“연수를 꼭 가야 되는 사항은 아니에요.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튀어 보려는 거잖아요. 내가 어떻게 해야 뽑힐지도 모르는 판에 들어가야 되는데 소문도 다른 사람이 더 좋을 테니 내가 좋게 난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내 입장에서는 뭐든 하는 거예요. 내가 다 남들과 다르고 남들보다 더 준비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거죠. ‘CJ와 가짜오디션’ 했을 때도 이미 판이 짜져 있거나 그런 데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고군분투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그래서 문 기수님 같은 경우 본인은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거예요.”

- 취재했는데 못 내보낸 내용 있을까요?

“너무 많아요. 이건 의혹들이라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해요. 왜냐하면 다음 아이템이 될 수 있고요(웃음). 또 마사회에 직접적인 제보가 후반에 많이 들어왔어요, 그것에 대한 후속 취재나 인터뷰를 해볼 생각이고요. 그리고 말씀드리지만 이게 취재원이 삼국지 급으로 인원이 많다고 했잖아요. 한분 한분의 이야기를 못 했어요. 그게 좀 아쉬운 부분이죠.”

   
▲ <이미지출처=MBC PD수첩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편 방송 화면 캡쳐>

- 취재하시며 느끼신 점은 무엇인가요?

“전문영역일수록 폐쇄적이잖아요. 그것 그냥 ‘아 전문적인 영역이고 소수의 인원으로 굴러가는 산업은 좀 폐쇄적이구나’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게 컸던 거 같아요. 정말 벽에 부딪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분명히 이렇게 같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분은 저를 신뢰하지 못해요. 왜냐면 마사회가 더 무서운 거예요. 엄청 소수의 폐쇄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갇힌 질문들은 모르잖아요. 사실 그분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고요.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건 그분들이었기 때문에 마사회의 관리·감독이나 시행처로서의 역할이 과연 충분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물론 조작된 경기들도 있고 조작이 쉬운 구조 속에 있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저희가 꼭 그런 분들을 만나지는 않았어요. 아직도 기수로서의 프라이드를 간직하고 있는 분 그리고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하거든요. 이분들은 매주 경기에 나가는 분들이기 때문에 52kg을 유지해야 해요. 그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잖아요. 그걸 몇십 년 동안 했다고 하면 어느 정도의 리스팩트는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무조건 다 부정이라거나 조작이라고 싸잡아 비난할 부분은 아니에요. 그렇게 욕먹을 분들은 따로 있긴 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선량하고 자긍심을 갖고 자기 관리를 꾸준히 사람들은 그거에서 싸잡아 비난 안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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