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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조선일보 기자는 문제가 뭔지 아직 모른다

기사승인 2020.02.18  16: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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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기자도 전염병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 인식해야

“기자가 나중에 30번 환자로 판정된 할머니를 접촉한 것은 우연이었다. 그런 뒤 평소처럼 팩트 확인 취재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기자에게 단 한 건의 확인 전화도 없이 ‘취재 경쟁’을 벌였느니, ‘환자 자택을 직접 찾아갔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오늘(18일) 조선일보 8면에 실린 표태준 사회부 기자의 ‘기자수첩’ 가운데 일부입니다. 표태준 기자는 29번째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던 지난 16일 30번째 환자를 취재했습니다. 

결과는? 본인이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된 상태이고, 표 기자와 접촉한 다른 조선일보 기자 2명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무리한 취재 경쟁’ 아니면 괜찮다? 조선일보 기자의 ‘느슨한’ 인식 

표태준 기자가 ‘기자수첩’에서 설명하고 있는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남편인 29번 확진자가 평소 즐겨 찾던 장소, 하던 일 등을 취재”하다가 우연히 할머니를 발견했다는 것이고, “우연하게 마주치게 된 취재원이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작은 팩트라도 더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생각”에서 취재를 하게 됐다는 겁니다. 

무슨 얘기냐? ‘무리한 취재경쟁’을 위해 자택 집을 찾아간 게 아니라 ‘우연히’ 30번째 확진자(취재 당시에는 확진 판정 전)인 할머니를 발견했고 ‘팩트 확인’을 위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취재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표 기자의 ‘기자수첩’을 보면 현실적으로 일정 부분 이해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보통 기자들이 그렇게 취재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주변 동선’을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관련자가 당사자를 만나면 확인 취재에 들어가는 것 – 일반적인 취재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 ‘이런 일반적인 취재방식’이 통용될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서울신문도 오늘(18일) 5면 <소독 위해 집 밖 대기하던 30번 환자 인터뷰… 보도준칙 어긴 취재경쟁 ‘뭇매’>에서 지적했지만 “환자의 가족은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밀접 접촉자이기 때문에 자가격리 이후에는 누구도 접촉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표 기자는 30번째 확진자를 자택에서 만나고, 지난 1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기원도 방문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자사 기자의 ‘확진자 접촉 사실’이 알려진 이후 취재 당시에는 ‘확진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진자의 가족은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밀접 접촉자입니다. 당연히 취재를 할 때도 이 같은 점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점을 간과하면 ‘취재행위’ 자체가 정부의 방역 대응을 방해하는 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조선일보 기자는 신설동 기원까지 방문했습니다. 해당 기원은 29번 확진자가 자주갔던 곳인데 아마 확인 취재 차원에서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얘기냐? 표 기자가 확진자가 사는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다른 곳들을 돌아다니기도 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접촉자의 접촉자는 감염 우려가 작고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어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서울신문)는 없습니다만 “해당 기자가 근무한 언론사와 출입처의 동료 기자도 감염 우려를 완전히 떨칠 수는 없게”(서울신문) 됐습니다. 

   
▲ 국내 29번째 환자(82세 남성, 한국)의 배우자인 30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68세 여성, 한국)는 이달 6일 증상이 발생한 이후 열흘간 서울대 병원과 종로구 강북서울외과, 고려대 안암병원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 출처=뉴시스>

확진자의 가족 ‘직접 접촉’ 자체가 무리한 취재다 

이뿐인가요? 방역당국이 신설동 기원 방문 과정까지의 ‘감염경로’와 접촉자가 누구인지 등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취재를 위해서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괜찮다는 걸까요? 

사실 저는 ‘표 기자의 기자수첩’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입장을 듣길 원했는데 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더군요. 그는 △우연히 30번째 확인자를 발견했고 △평소처럼 팩트 확인 취재를 했을 뿐이라는 점만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자사 기자가 30번째 확진자를 인터뷰했을 당시에는 확진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당사자인 표태준 기자는 ‘우연과 확인 취재’라는 차원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나 표 기자 모두 ‘무리한 취재경쟁’ 때문에 인터뷰를 한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확진자의 가족을 ‘직접 접촉’한 것 자체가 무리한 취재라고 봅니다. 이는 고도의 판단을 요하는 ‘사항’도 아니고, 전염병 취재에서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덕목입니다. 취재로 인해 기자 스스로가 전염병 전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당 기자는 물론 조선일보는 ‘이런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취재활동이 얼마나 정당했는지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지적했던 언론에 대해 ‘지적질’까지 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자가격리’ 된 조선일보 기자는 물론 조선일보 측도 문제가 뭔지 아직 정확히 모르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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