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 읽기] ‘정세균 총리 발언’ 언론 보도에서 빠진 것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이 잇따라 논란을 낳고 있다. 정 총리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애로를 듣는 현장에서 ‘손님이 적으니까 편하시겠네’라고 말했다. 또 기자간담회에선 국회 법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국회는 발목 잡는 데 선수’라고 했다.”
오늘(15일) 조선일보 4면에 실린 기사 <장사 안돼 힘든데… 매장 찾은 총리 “손님 적어 편하겠네”>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른바 ‘정세균 총리 발언 논란’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 ‘정확한 것’일까요?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기사 캡처> |
제가 보기에 부정확합니다. 많은 언론이 ‘정세균 총리 발언’을 파문과 논란으로 보도한 이후 식당 사장이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아무 문제 없는 발언’이었는데 왜 언론이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사를 쓰느냐 – 이런 문제제기입니다. 한 마디로 선의를 왜곡했다는 겁니다.
식당 사장 발언을 제대로 보도한 언론이 없다
일단 뉴스1이 보도한 기사를 잠깐 한번 볼까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 서울 신촌 명물거리 한 식당에 들러 종업원에게 ‘요새는 손님이 적어 편하겠네’라고 한 말을 두고 논란이 확대되자 해당 식당 사장이 개인 SNS 계정에 ‘선의가 왜곡됐다’고 글을 올렸다. 매출이 줄어 걱정하는 소상공인을 배려하지 못한 ‘약 올리기’가 아니라 안면이 있는 사람과 만나 반가운 마음에 나눈 대화였다는 것이다.” (<정세균 ‘발언’ 파문 식당 사장 “우린 기분 좋았는데 선의 왜곡”> 뉴스1 2월14일)
해당 식장 사장 오모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기사의 내용 중 사실이 왜곡돼 국민에게 엉뚱한 오해를 낳게 하고 있다 △기사에 언급된 상인은 제가 아니라 저희 매장에서 일하는 이모님이었는데 격려를 받은 저나 저희 직원분이나 기분 좋게 하루를 보냈는데 난데없이 저희 매장과 총리께서 구설에 오르내리니 당혹스럽다 △정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은 언론이 자신에게 사실확인 하나만 했어도 발언 취지가 ‘언론 보도’와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들과 민생경제를 살리시려 현장방문을 한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왜곡돼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저는 해당 식당 주인이 이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면 ‘정세균 총리 발언’과 관련한 부분은 기사 가치가 떨어진다고 봅니다. 언론의 과잉해석으로 빚어진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해당 식당 주인이 언론보도를 ‘공개적으로 비판’ 했음에도 ‘이런 내용’은 생략된 채 일부 언론이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보도영상 캡처> |
▲ <이미지 출처=MBC 보도영상 캡처> |
심지어 오늘(15일) 오전 KBS와 MBC도 <정 총리 “손님 적으니 편하시겠네” 발언 논란> <“손님 적어 편하시겠다”…정 총리 발언 논란>이라는 리포트를 각각 내보냅니다. 해당 식당 주인의 ‘입장’은 생략한 채 말이죠. 일단 오늘(15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문제 있는 기사’를 한번 볼까요.
“정세균 국무총리의 전날 발언도 논란이 됐다. 그는 지난 13일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지역 상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손님들 적으시니까 편하시겠네’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가지고 조금 버티시라’고 말했다. 야당들은 ‘자영업자들에게 내뱉은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반가워서 편하게 ‘지금 장사가 좀 안되더라도 곧 바빠질 테니 편하게 생각하시라’는 뜻으로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 2월15일 <‘추다르크 리스크’에 중도층 떠날까…출마자들 속앓이>)
경향신문 기사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해당 식당 주인 발언이 지면 기사에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추다르크 리스크’에 중도층 떠날까 … 출마자들 속앓이>라는 제목에 이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겁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을 찾아 상점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정세균 총리 발언’ 논란으로 만든 건 언론 아닐까
저는 ‘정세균 총리 발언’은 언론이 ‘만든 측면’이 강하다고 봅니다. 백 번을 양보해 기사를 쓸 수는 있다고 봅니다만, 그렇다면 해당 식당 주인의 ‘언론보도 비판’도 기사에 포함시키는 게 온당한 태도 아닌가요.
하지만 경향은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중도층 떠난다’라는 기사 프레임에 ‘이번 논란’을 한 사례로 넣었습니다. 저는 이런 태도야말로 공정하지 못한, 상당히 편파적인 경우라고 봅니다.
동아일보는 오늘(15일) 4면 <“요새는 좀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 정세균 총리 식당 종업원에 발언 논란>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동아는 그나마 해당 식당 발언을 인용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급기야 해당 식당 주인도 이날 페이스북에 ‘선의가 왜곡되는 현상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며 ‘(정 총리에게) 격려를 받은 저나 저희 직원 다 기분 좋게 하루를 보냈는데 난데없이 저희 매장과 총리께서 구설에 오르내리니 당혹스럽다’고 적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8시경 식당 주인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엄중한 시기에 오해를 사게 돼 유감’이라며 ‘총리로서 행동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동아일보 역시 해당 식당 주인 발언을 지면에 반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제목을 <“요새는 좀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 정세균 총리 식당 종업원에 발언 논란>으로 뽑은 건 조금 이해가 안 갑니다. 해당 식당 주인이 ‘선의가 왜곡됐다’고 언론을 비판했는데도 제목에는 이런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해당 식장 사장 오모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 캡처> |
물론 정 총리가 밝힌 것처럼 ‘엄중한 시기에 오해를 사지 않게 발언을 하는 게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논란’은 언론이 확인만 제대로 했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이슈’를 만든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정세균 총리에게 격려를 받은 저나 저희 직원 다 기분 좋게 하루를 보냈는데 난데없이 저희 매장과 총리께서 구설에 오르내리니 당혹스럽다’ ‘정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은 언론이 자신에게 사실확인 하나만 했어도 발언 취지가 언론 보도와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는 식당 주인의 비판에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이 책임 있게 해명이나 대답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총리 발언 ‘자의적으로’ 해석한 언론…‘언론 비판’에는 아무런 해명도 안 해
그런데 오늘 오전(10시 기준)까지 아무리 기사를 찾아봐도 ‘그런 해명’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총리 발언 하나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맘대로 보도한 언론이 왜 자신들의 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에는 침묵일까요. 이런 시민들에게 신문을 구독해 달라고 하면 ‘신문 구독’ 하겠습니까.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