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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에 과도한 숟가락 얹기, 부끄러운 줄 아시라

기사승인 2020.02.13  11: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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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검증’ 우파 칼럼까지..아카데미 회원들이 ‘좌파 괴물’에 현혹됐다고?

“같은 영화판에 있으니 서로 아는 것 맞다. 버뜨(그러나), 내가 아는 봉준호 감독은 대구시나 자한당이 꿈꾸는 홍보대사, 생가터 복원, 동상 만들기 같은 촌스런 소동을 끔찍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 정도는 아는 사이다.”

13일 전주국제영화제 이준동 집행위원장(나우필름 대표)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중 일부다. 2018년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로 선정됐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제작했던 이 위원장이 <기생충>의 수상 이후 보수야당과 각 지자체 등의 과도한 ‘<기생충> 마케팅’, ‘다 된 봉준호에 숟가락 얹기’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대구시는 혹시라도 그런 요청을 봉감독에게 전할 통로로 나에게 연락하는 일이 없기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의 말 그대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상 수상 이후 일부 정치인들이 벌이는 과도한 ‘숟가락 얹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선행돼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 당연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여당을 지냈던 정치인들이라면 ‘영화인 블랙리스트’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봉 감독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하는 게 먼저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상찬은 둘째치더라도 <기생충>과 봉 감독에게 쏠린 세계적인 관심을 이용해 제 이익을 차리려는 꼼수야말로 ‘기생충’이나 할 후안무치에 가까운 꼼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솔직해 지시라. <영화 ‘기생충’의 쾌거에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란 궤변을 당당하게 기명 칼럼으로 발표한 <미디어펜>의 조우석씨 처럼 말이다. 

해괴한 논리로 <기생충>에 기생하는 이들 

“아무리 봐도 ‘기생충’은 가난한 사람을 충동질해 부자와 기업인에 대한 적개심을 불어넣는 목적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 작품이 전 법무장관 조국 등의 위선을 까발리는 작품이라는 황당한 해석도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봐도 부자와 기업하는 사람 모두는 죽어 마땅하다는 메시지 전달에 충실한 정치상품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기생충’이 돈파와 좌파가 결합한 좌익상업주의가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는 한국영화판에서 만들어낸 괴물일 수 있음을 지적해왔다. 사실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영화는 이미 위험수위라는 경고를 받아왔다. 영화 대부분은 정치적 편향을 갖는다.”

영화에 대한 해석은 백이면 백 다 다를 수 있다. 그게 나쁜 것도 아니다. ‘개인의 취향’ 역시 존중돼 마땅하다. 그럼에도, <기생충>을 두고 “좌익상업주의가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는 한국영화판에서 만들어낸 괴물” 운운하는 이 칼럼은 그야말로 ‘역대급’이 아닐 수 없다. 

이 논리대로라면,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꽤나 긴 소감을 늘어놓은 CJ의 이미경 부회장은 고스란히 봉준호 감독이란 ‘좌파’와 결합한 ‘돈파’가 된다. 그 CJ가 박근혜 정부 당시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며 대대적으로 정부 홍보 광고를 펼쳤던 사실은 모르는 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가. 

   
▲ <이미지 출처=미디어펜 홈페이지 캡처>

또 전 세계 ‘로컬’ 영화 시상식 중 가장 보수적이라 일컬어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또 뭐가 되는가. 무려 9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봉준호 감독이란 ‘좌파 괴물’에게 현혹된 무지렁이들인가. 

또 북미 지역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 중 흥행 6위로 올라선 <기생충>에 열광하는 미국/북미 지역 관객들은 물론 전 세계 관객들은 어떠한가. 색안경도 정도껏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단 아카데미 수상만이 아니다.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전 세계 영화인들이 인정한 <기생충>의 작품성을, 그에 대한 상찬을 무지한 ‘시선’으로 매도해 버리는 ‘조우석 칼럼’의 용기에 공포심마저 들 정도다. 헌데, 이러한 주장의 뿌리가 한국영화의 ‘좌파문화’ 때문이란다. 공포와 경악을 전해주는 칼럼 내용을 조금만 더 읽어 보자. 

과도한 숟가락 얹기, 부끄러운 줄 아시라 

“그래서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한국영화의 고질적 좌편향을 더욱 더 고질화시킬 것이 깊게 우려된다. 사실 한국영화의 좌편향은 뿌리가 깊은데, 무려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영화동아리 ‘얄라성’을 비롯한 좌파 문화가 출현한 것이다.

그들은 ‘영화는 혁명을 위한 총칼이어야 한다’고 감히 선언했다. 그렇게 몸풀기를 하더니 이내 영화 장르 안에 뿌리를 내렸다. 운동권의 고뇌를 다뤘다는 <인재를 위하여>(1987, 장윤현), 광주 사태의 배후로 미국을 규탄하는 <오! 꿈의 나라>(1989, 장동홍 등) 등 독립영화가 출현한 것이다.”

도대체 어느 시절 얘기인가. 봉 감독이 학생이던 시절에 나온 선배들의 독립영화를 가지고 <기생충>의 ‘사상 검증’에 나선 ‘조우석 칼럼’을 버젓이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로 접해야 하는 시절이야말로 “나는 그게 못내 두렵다”라고 해야 할 정도 아닐까. 

안타깝다. 예술을 예술로 보지 못하는 일부 한국 우파 언론인들의 멘탈이. <중앙일보> 출신이자 <뉴스타운>이나 <미디어펜>과 같은 언론에 이름 석자를 걸고 기고 중인 이 언론인은 그러면서 “영화 <기생충>의 성공은 이제 대한민국이 제2의 사회주의 혁명의 진앙지임을 자임한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 

   
▲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과도한 숟가락 얹기’도 문제지만 이러한 자의적이고도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본인은 진정 모르는 걸까. 또 “제2의 사회주의 혁명” 운운하는 문장이 무슨 뜻인지는 아는 걸까. 이러한 선동이야말로 백해무익이자,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얼토당토 않은 숟가락 얹기라는 사실은 왜 본인들만 모르는 걸까. 

그러려고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을 만들고, <기생충> 팀이 한 달 넘는 시간과 공력, 그리고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며 ‘오스카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분 저 분 죄다 숟가락을 얹으라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게 아니다. 한국당이든 보수 언론사든, 남의 경사에 재 뿌리지 마시기를. 그것이야말로 봉 감독의 수상에 진정 기뻐할 국민들을 위해 여러분들이 해 줄 수 있는 일말의 ‘선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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