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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자 ‘혁명’ 돌발 질문에 봉준호 감독 촌철살인 답변

기사승인 2020.02.12  16: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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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혁명과 멀어져…악인이 없는데도 왜 무서운 비극이 터지는가에 대한 얘기”

‘기생충은 좌파 영화’라며 지난해 황금종려상 수상 때까지만 해도 외면했던 자유한국당이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하자 180도 돌변했다. 

봉 감독의 고향인 대구 남구 지역에 출마하는 한국당 예비후보들은 앞다투어 ‘봉준호 공약’을 쏟아냈다. 강효상 의원은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했고 배영식 예비후보도 봉준호 동상, 생가터 복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한국 문화의 힘을 알린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한국당은 앞으로도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도 11일 페이스북에서 “한국 문화 최고의 쾌거다,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써냈다”며 “큰 박수를 보내드린다”고 격찬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봉준호 감독을 좌파 감독으로 낙인찍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려 교묘하게 지원을 막거나 창작 활동을 방해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지난해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설국열차’는 ‘시장 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김’이라고 평가했다. 

‘괴물’은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의식을 좌경화’, ‘살인의 추억’은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 주입’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해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당시 논평을 내지 않았다. 

김문수 전 지사는 한국당을 탈당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장외집회에서 “1000만 영화인 ‘기생충’도 빨갱이 영화”라고 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생충을 봤냐’는 질문에 “패러사이트(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체제 전복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좌파 영화”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체제 전복’에 대한 질문은 미국 기자에게도 나왔다. 

유튜브 채널 ‘맥스잉글리쉬’에 따르면 봉 감독은 지난 1월 미국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 참가할 당시 한 미국 기자로부터 ‘혁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미국 기자는 “영화는 사회이슈들 그리고 주로 계급 불안감(열망)에 대해 얘기한다”며 “이게 한국에서 사회 혁명을 일으키는 시작이라고 봐도 되는가(So is this a.. is this the beginning of a social revolution in Korea, South Korea shall I say)”라고 물었다. 

이에 봉 감독은 “오히려 세상이 혁명으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며 또 “혁명의 시대가 많이 지나가고”라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은 “혁명이란 것은 뭔가 부서트려야 할 대상이 있어야 되는 것인데 그게 뭔지, 혁명을 통해 깨뜨려야 되는 게 뭔지 파악하기가 힘들고 복잡한 세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생충은 오히려 그런 복잡한 상황을 표현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봉 감독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앞서) ‘악인도, 영웅도, 히어로도 없다’고 했는데 명확한 악인이 없는데도 영화에서 보면 되게 무서운 비극이 터진다”고 했다. 

봉 감독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없었는데”라며 “그 질문 자체가 이 영화가 주려고 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고 세상의 복잡함과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맥스잉글리쉬’ 영상 캡처>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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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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