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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 전권? 고개 갸우뚱하게 하는 安의 코로나 대응책

기사승인 2020.01.27  12: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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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신장에 체류 중인 남궁인 조교수의 ‘A부터 Z 상세 설명’을 일독하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3번째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중국 여행객이나 방문 귀국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정부는 설 연휴 기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 24시간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저도 질병관리본부장과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전화해 격려와 당부말씀을 드렸습니다. 정부가 지자체들과 함께 모든 단위에서 필요한 노력을 다하고 있으므로 국민들께서도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따라 주시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설 연휴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이 커지던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당부한 내용이다. 중국인 1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아니라) 확진자가 3명이 확인되면서 국민들에게 퍼질 수 있는 불안을 사태 초반 막아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같은 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통한 국내 유입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었다. 

“정부는 방역역량을 총동원 대비하고 있고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들의 경각심은 커져도 불안감은 커지지 않도록 방역당국은 정부 대응절차, 정보를 신속·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난 24일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른바 '우한 폐렴'이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41명으로 늘어났다. <사진제공=뉴시스>

아울러 이날 정 본부장은 “중국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발생 지역 역시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내 유입환자가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게끔 최대한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자칭타칭’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모든 것. 안철수의 예방 대응책 4가지”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의사출신인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직접 출연한 영상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정부를 향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헌데 의아한 부분도 없진 않았다. 바로 ‘전문가위원회’를 언급한 대목이었다. 

전권 위임 ‘전문가 위원회’ 설치 주장한 안철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중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다하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던 어른들에게 희생당한 아이들을 잃은 이후, 한국사회의 화두는 ‘안전’이었다. 정치 입문 이후 지난 10년여 간 종종 국민 상식에 해당하는 주장을 자신만의 주장인 듯 목소리를 높였던 안 전 대표 역시 귀국 일성부터 ‘안전’과 ‘안전한 나라’를 내세워왔다. 위의 발언도 그에 해당한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국내 ‘우한 폐렴’(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의 공항항만검역 시행 ▶전권을 위임한 전문가위원회 설치 ▶외교 채널 통한 한국인 보호 ▶가상 시나리오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정부와 방역 당국이 귀기울여할 고견이었다. 다만, 그 중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건 ‘전권을 위임한 전문가위원회 설치’ 주장이었다. 
 
“전문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에서 앞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전문가들에게 권한을 줘서 전문가들이 어떤 고려도 없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두고 판단하고 결정권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게 중요하다.” (26일 <중앙일보>, <안철수 “우한폐렴, 사스보다 심각” 셀프영상서 4가지 안 제시> 중에서)

   
▲ <이미지 출처=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배경은 짐작가능하다. ‘메르스 사태’ 당시 “콘트롤타워는 정부가 아니다”던 박근혜 정부의 대응 말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 역시 당장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일 만큼 중요할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요, 핵심은 현실성이다. 안 대표가 구체적인 실천안을 제시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안 전 대표의 주장처럼 현재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할, 또 다 하고 있을 질병관리본부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안을 그 시점에 제시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일까, 정치인 안철수를 위한 것일까. 그것도, 세 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민 불안이 커질 수 있는 시점에 소셜미디어 ‘셀프영상’을 통해서.

안철수의 말, 남궁인의 글   

물론 정치 복귀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싶은 안 전 대표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두 번째 확진자에 대한 정부 대응의 미흡함을 꼬집을 수도 있다. “우한 폐렴이 사스만큼 심각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강조한 안 전 대표의 주장 역시 의료계의 평가와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점과 함께 ‘전권을 위임한 전문가위원회 설치’라는 안 대표의 주장이 얼마만큼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는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자칫 ‘전문가위원회’와 같은 설익은 주장이 세월호 참사 직후 “고심 끝에 해경 해체”라던 박 정부의 대응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는 걸 본인은 알고 있을까. 

“나는 공포가 사람들을 얼마나 격렬하게 비이성적으로 변화시키는지 너무 많이 보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공포심은 이미 많은 인류의 목숨을 살렸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말한다. 한국에서는 교통사고로도 매일 열 명이 죽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에서 지금까지 세 명이 확인되었을 뿐이다. 

한 명이 중국인이고, 두 명은 한국인인데, 모두 우한에 직접 있었고, 아직은 다들 괜찮다. 이성적으로 최대한의 예방 조치를 취했다면 더 이상의 공포심을 갖는 것은 본인과 주변인을 괴롭게 할 뿐이다. 대신 사태를 잘 지켜보자.”

27일 중국 신장에 체류 중이라는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조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장문의 글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남 조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실체와 대처 방안까지 A부터 Z를 찬찬히 설명하고 있었다. 

일독을 권한다. 그리고 진지하게 묻자. 과연 남 조교수 글과 안 전 대표의 영상 중 어떤 쪽이 더 국민안전에 도움이 되고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까. 남 조교수의 글을 읽은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미지 출처=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페이스북 캡처>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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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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