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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 ‘커밍아웃’.. 성전환자 군복무 문제 수면 위로

기사승인 2020.01.23  10: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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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軍, 인권위 권고에도 전역 결정.. 군인권센터 “法 판단 받아볼 것” 행정소송 예고

   
▲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육군은 군 복무중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 하사에 대해 23일자로 전역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변 하사는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22일 자신의 신분과 얼굴을 공개하고 대중 앞에 섰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자신이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다”고 했다.

군은 규정대로 변 하사 전역을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성전환자 군복무 문제가 불거진 첫 사례인 만큼 군의 결정이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변 하사 전역심사위 기일연기요청 반려 건에 대해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변 하사에 대한 전역이 결정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진정 등 사건 처리 기한인 3개월까지는 전역 심사위를 연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심사위 개최 연기를 권고했다.

관련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의 인터뷰에서 “(인권위에서) 이례적으로 긴급구제 결정을 한 것은 이것이 침해되면 돌이킬 수 없는, 회복할 수 없는 권리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본 것”이라며, 그런데 군은 “23일자로 전역을 시켜버렸다. 굉장히 잔인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변희수 하사가 ‘커밍아웃’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이 사안이 본인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에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서는 이 싸움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본인 말고도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고, 수술 전단계인 복수의 직업 군인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이 싸움에서 지게 되면 그들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라는 사명 의식도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와 함께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사적 국외여행 허가서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변 하사는 군의 전역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태훈 소장은 23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군이)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 자체가 위법성 여지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행정법원의 문을 두드려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변희수 하사 기자회견 전문이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집 근처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하고, 제가 살고 있던 고향과 멀리 떨어진 전남 장성까지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를 찾아 진학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부사관학교에서의 힘들고 고된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결국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꿈을 드디어 이루어냈다는 것에 제 자신이 너무 뿌듯했고, 또 행복하였습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늘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줄곧 마음 깊이 가지고 있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또 억누르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 넘기고, 가혹하였던 부사관학교 양성과정도, 또한 실무 부대에서의 초임하사 영내대기 또한 이겨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면서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려졌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젠더 디스포리아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하였으며,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힘들어하는 저를 두고 ‘현역복무 부적합심의를 받는 것은 어떠냐’는 권유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왔던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하며 권유를 거절하고 계속 버티며 복무하였습니다.

결국 저의 마음은 제가 스스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어려운 결심을 통해 수도병원 정신과를 통해 진료를 받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수도병원에서의 정신과 진료와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짐을 쌓아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저의 상태를 해결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계속 억눌러두었던 마음을 인정하고, 성별정정 과정을 거치겠노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소속부대에 저의 정체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막상 밝히고 나니 마음은 후련하였습니다.

저의 소속부대에서도 제 얘기를 듣고 현역 부적합심의를 진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그동안의 군 생활 모두가 순탄하고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초임 하사 시기 혼란한 마음으로 방황하였지만, 그래도 결심이 선 후부터는 제 주특기인 전차 조종에서도 기량이 늘어 19년도 초반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 조종’ A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직이 참모부서 담당으로 변경된 후에도 참모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공군 참모총장 상장을 받는 성과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소속 대대에서도 저의 발전된 모습을 감안하여, 부대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결정인 수술을 위한 국외여행 허가를 승인해 주셨습니다.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계속 복무를 저의 상급부대에 권유하였고, 상급부대인 군단에서도 육군본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던 소속부대장님, 군단장님, 소속부대원, 그리고 안팎으로 도와주신 모든 전우에게 그간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계속 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취침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적소에 저를 배치하신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군이 트랜스젠더의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랑하는 군은 계속하여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로 진보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임관하였던 시기만 하더라도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사소한 잘못을 하여도 영창 징계가 떨어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사용은 물론이고, 곧 영창 제도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군대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저는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비록 미약한 한 개인이겠으나, 힘을 보태어 이 변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하였습니다.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미란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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