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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 정부 발표 받아쓰더니 ‘이정현 사과’ 받아쓴 언론들

기사승인 2020.01.17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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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정치권 영원히 떠나라” 언론노조의 일침, 경청해야 할 이들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박근혜 정부는 무려 304분의 희생자를 만들고도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세월호참사 관련 진실을 집요하게 은폐했다. 이정현은 심지어 직접 KBS에 전화를 걸어 정부에 대한 비판 뉴스를 미뤄달라고 했다. 이는 명백히 ‘방송 간섭’에 해당하는 방송법 위반 혐의이자 또한 직권 남용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정현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최초의 방송법 위반 처벌사례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1심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뒤집고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고, 대법원 3부가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폭망이냐 정치쇄신이냐 “대구·경북선택!” 대한민국 운명이 결정된다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6일 416가족협의회가 내놓은 <이정현(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 자유한국당 의원 세월호 보도개입 벌금형 확정에 관한 입장문> 중 일부다. 4.16 가족협의회는 이날 대법원이 무소속 이정현 의원에 대해 10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한 것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이렇게 한탄했다.  
 
“이정현의 행위는 언론인의 양심과 사명에 따라 진실을 보도해야할 방송사에 당시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직위를 남용하여 압력을 행사한 범죄이다. 더구나 공영방송 KBS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이에 걸맞게 오직 진실만을 국민에게 보도해야한다. 하지만 이정현과 같은 정권의 최고 권력자들이 공영방송에 압력을 가하고 언론사들은 사실상 이에 굴복했다.

박근혜 청와대와 이정현의 대국민 사기행위를 사법부가 엄벌에 처하지 않는다면 언론의 진실 보도 원칙 준수와 국민의 진실을 알권리는 누가 보호하는가? 지난 전두환 정권시절 언론을 장악하고 무자비하게 탄압한 역사를 잊었는가? 다시 이러한 잘못을 반복한 범죄자를 국민의 대표로 허용한 이번 판결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같은 날 이 의원도 입장을 내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짧은 사과와 함께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구구절절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다수 언론은 방송법 제정 33년 만에 나온 최초 유죄 확정판결이란 사실에 포커스를 맞췄고, 이 의원의 한 줄 “사과”를 충실히 반영했다. 과연 이걸로 충분한 걸까.  

정권의 언론 장악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끝으로 이정현 의원에게 바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뜻이 있다면 입장문을 통한 유감 표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을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 출마 운운하지 말고 정치권을 영원히 떠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괴벨스’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언론노동자들과 시민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내놓은 <KBS 세월호 보도통제 이정현 의원 유죄 확정은 사필귀정>이란 논평의 결론이다. 무소속 서울 출마를 천명하고 나선 이 의원에게 “정치권을 영원히 떠나라”며 강한 논조를 피력한 것이다. 

이 의원과 함께 이러한 메시지를 경청해야 할 이들은 누구일까. 세월호 참사 보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야말로 이러한 경종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대표적인 인사로 2018년 3월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꼽을 수 있다. 더 넓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에 부역한 이들 전체일 것이고. 언론노조 역시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렇듯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법률 위에 군림하며 파렴치한 방법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보도를 농단한 권력자들을 엄벌하지 않고서는 언론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 다시는 무도한 권력의 언론 장악이 되풀이되지 않게 이번 기회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정현 전 수석의 말처럼 현행 방송법을 보완해야 한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처벌받았지만,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 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인 박성중(오른쪽) 의원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언론사와 기자들의 3진아웃 조치에 대해, 해당 조치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판결 직후 ‘이정현 사과’ 받아쓴 언론들 

이 의원은 입장문에서 “국회에서 관련 법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경우가 참고가 되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더 견고하게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은 승복하지만, 방송법 자체가 모호하고 판례도 없는 사건이라 다툼의 여지가 컸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언론노조는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만일 검찰 해석대로 이 조항이 ‘방송사 외부’만을 규정한 것이라면, 길 전 사장처럼 권력과 결탁한 방송사 임원, 간부들의 방송독립 침해 행위들은 어떻게 방지하고 처벌할 것인가? 검찰은 같은 이유로 MBC 백종문 전 부사장의 방송법 위반 혐의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이 같은 법 해석은 방송사 내부의 부역자, 내부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에 따라 방송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내․외부 가릴 것 없이 처벌하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방송사의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 권력과 결탁 또는 야합해 공적 책무를 저버린 자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 작년 7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중 언론 분야 1차 명단에 이정현 무소속 의원과 양대 공영방송 사장이었던 안광한 전 MBC 사장,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꼽은 바 있다. 이번 판결 역시 언론노조 등이 2016년 5월 이정현 의원과 길환영 전 KBS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3년 7개월 여 만에 이뤄진 판결이다. 

관점에 따라 솜방망이 처벌인지 여부는 판단이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과 방송이 얼마나 자성을 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었는가 일 것이다.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번 판결을 대하는 이 의원의 입장문은 사과라기보다 총선 출마를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를 ‘사과’라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발표를 고스란히 ‘받아쓰기’하던 그 모습과 한 치도 다를 바 없었다. 이번 판결의 진짜 유감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이미지 출처=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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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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