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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자들의 ‘편집권 투쟁’도 바뀌어야 한다

기사승인 2020.01.14  16: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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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언론인 조사’에서 읽어야 할 포인트

“언론인들은 언론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광고주(68.4%)’를 꼽았다. 이어 ‘편집·보도국 간부(52.7%)’, ‘사주·사장(46.4%)’ 등의 순이었다.”

어제(13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기사 <“언론자유도 2007년 수준 회복…최대 적은 ‘광고주’”> 가운데 일부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9 언론인 조사’ 결과를 요약해서 정리했습니다.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2019년이 예전보다 취재하기 더 자유로웠다고 느꼈고 △2007년 이후 ‘언론 자유도’가 최고라는 쪽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2007년 이후 언론 자유도 ‘최고’에서 읽어야 할 포인트 

주목해야 할 포인트인 건 분명하지만 저는 기사가 너무 단편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던져야 할 질문과 성찰해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고 봤는데 그런 점을 언급한 기사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주목한 대목은 ‘언론자유도가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가 아니라 ‘최대 적을 광고주’로 꼽았다는 점입니다. 무려 68.4%입니다. 이 정도면 압도적인 ‘위협 요인’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광고주 다음으로 언론 자유에 위협이 된다고 본 요인은 무엇일까요. 비율이 높은 순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편집·보도국 간부(52.7%) △사주·사장(46.4%) △기자의 자기검열(32.5%) △정부·정치권(22.4%) △언론 관련 법·제도(25.2%) △독자·시청자·네티즌(18.4%) △이익단체(18.3%) △시민단체(10.6%)입니다. 

여러분은 ‘2019 언론인 조사’를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저는 기자들이 더 이상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나 이익단체를 두려워하거나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20%대의 비율도 무시할 순 없지만 ‘광고주’와 ‘언론사 간부·사주’ 비율과 비교했을 때 단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언론자유 압박요인’은 분명해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언론자유 위협요인’은 일정 부분 다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풍경’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광고주)을 비판하는 기사가 ‘광고주’의 요청(?)으로 삭제되거나 빠지게 되는 경우를 가정해 볼까요. 광고주가 그런 요청을 언론사 누구에게 할까요. ‘사주나 사장’에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그런 요청(?)을 받은 사주나 사장은 언론사 누구에게 그런 요청을 전달할까요? 편집국이나 보도국 간부에게 얘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그 ‘전달 사항’은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게 될까요.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전달될 겁니다. 

그럼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고민에 빠질 겁니다. 저항하느냐, 수용하느냐. 이번 조사에서 기자들이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기자의 자기검열’을 32.5%나 꼽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겁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의 언론인 2019' 조사 결과. <그래픽 =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뉴시스>

언론 자유 위협 요인 ‘1위부터 4위’는 모두 연관돼 있다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면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1위부터 4위’까지의 요인들이 다 이해가 됩니다. 1위 ‘광고주’(68.4%), 2위 편집·보도국 간부(52.7%), 3위 사주·사장(46.4%), 4위 기자의 자기검열(32.5%). 

쉽게 말해 기자들이 꼽은 ‘언론 자유 위협 요소들’은 ‘광고주의 압력’이 있을 때 언론사 내부에서 ‘그 압력’이 전달되는 과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경향신문에서 발생한 ‘SPC그룹 비판 기사와 5억 협찬금’ 파문을 여기에 대입시키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향신문 ‘일부’ 기자들이 스스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과를 했다는 점입니다. 

‘자기검열’에서 끝난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나름의 해법을 찾겠다 – 저는 이른바 ‘경향신문 사태’를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나 정치권력’의 압력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한국 여론시장에서 청와대나 정부에 대한 비판은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만약 ‘그런 요구’가 발생한다면 내부 반발이 거세게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냉정히 말해 지금 한국 언론시장에서 ‘정부 비판’을 두려워하거나 눈치보는 언론사가 얼마나 될까요. 이번 조사결과가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 자유도는 2007년 수준으로 이미 회복됐습니다. 정부와 정치권력 비판을 ‘마음껏’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못하는 대상이 있습니다. ‘광고주’입니다. 좀 거칠게 말해, 국내 언론 상당수는 광고주나 ‘경제권력’의 부당한 요구는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문제제기 강도가 현저히 약해집니다. 진보와 보수 언론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말이죠. 

기자들이 ‘광고주’를 언론 자유 위협 요인으로 꼽은 만큼 언론사 내부에서 대기업과 광고주들에 대한 ‘견제’와 ‘내부 비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고 있을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SPC그룹과 관련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경향신문에서도 기자들의 ‘공개사과’ 움직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언론 자유 척도? 낡은 패러다임 

만약 대상이 청와대나 정부와 같은 정치권력이었어도 그랬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빈 칸’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자들의 ‘편집권 투쟁’도 이젠 주 대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는 꼭 하고 싶습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언론 자유 척도로 보는 관점은 이미 낡은 패러다임이됐다는 얘기입니다. 광고주로부터 부당한 압력에 언론인들은 ‘어떤 대응과 해결책’을 모색할 것인가 –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구체화하는 게 전체 언론의 생존과 건강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TV_이상호의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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