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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알리바이 보도하는 조중동

기사승인 2019.12.14  1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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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우리도 보도했다’는 단신 보도 대부분 … 언론의 ‘삼성 봐주기’ 여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의 인식 변화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고 했던 고 이병철 창업주 이래 삼성은 지금까지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은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에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삼성은 이제라도 노조를 대화와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오늘(14일) 한겨레 사설 <법원 판결로 확인된 삼성의 조직적인 ‘노조 와해’> 가운데 일부입니다.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노사업무 총괄 책임자였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오늘(14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건을 가장 크고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삼성의 ‘조직적 노조 탄압’ 첫 형사처벌…법원 “그룹 차원 범행”>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실었고, 사설을 통해 이번 판결의 의미를 조명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 인터넷판 캡쳐>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실형 선고 … 가장 크게 보도한 한겨레 

한겨레도 지적했지만 이번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여러 개’ 있습니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면서 노조 탄압을 자행한 삼성그룹에 대한 첫 형사 처벌이라는 점 △재판부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적·지속적 범행’이라고 판단한 점 △기업의 노조활동 방해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이 사안 자체가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부각인 되지 않았지만 당시 정부와 검찰 책임론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입니다. 이 대목은 오늘(14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잘 지적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인용합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도 노조 와해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013년 삼성그룹이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이건희 회장 등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되레 삼성 편을 들었고,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2년이나 시간이 끌다가 2015년 ‘문건 작성의 주체와 출처를 확인할 수 없고 그룹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으로 삼성 서울 서초동 사옥과 영포빌딩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 와해 문건이 무더기로 나와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만약 이번 판결이 대법원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삼성 편’을 든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사의 결정이 온당했는지 ‘조사하는’ 것도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동안 정부와 검사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와 관행’이 기업 편향적인 결정을 하게 만들었고 무소불위 검찰을 만들지 않았는지 반성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언론이 이끌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주류 언론, 레거시 미디어들은 삼성에 불리한 내용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축소 보도로 일관합니다. 경향과 한겨레 정도를 제외하곤 비중 있게 보도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법원의 ‘삼성에버랜드 유죄 판결’ 이후 언론이 어떻게 이 사안을 다룰 것인가 – 관심 있게 지켜봤지만 예상대로(?)였습니다. 

   
▲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단신으로 보도한 조중동 … 이렇게 ‘알리바이’ 보도할 거면 아예 안하는 게 낫다 

오늘(14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삼성에버랜드 유죄 판결’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볼까요? 삼성과 특수관계인 중앙일보는 주말판 ‘중앙SUNDAY’에서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10면 ‘브리핑’이라는 코너에 실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단신’입니다. 

조선일보를 한번 볼까요. 역시 단신입니다. 10면에 <에버랜드 노조 와해 지시혐의… 삼성전자 부사장 징역 1년4월>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기사를 실었지만 기사는 단신입니다. 제목만 깁니다. 

동아일보 역시 비슷합니다. 동아는 6면에 <노조설립 방해’ 혐의 삼성 부사장, 1심서 징역 1년4개월 실형 선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지만 역시 제목만 길 뿐, 기사는 단신입니다. 이렇게 기사 쓸 거면 굳이 왜 썼는지 모를 정도로 짧은 분량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언론의 ‘이 같은 보도’를 ‘알리바이 저널리즘’이라고 명명해 왔습니다. 보도를 안 하면 안 한다고 욕을 먹으니 ‘우리 보도했다’라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거죠. 

‘알리바이 저널리즘’의 특징은 거의 대부분 ‘하나마나 한 내용’으로 보도를 한다는 점입니다. 핵심 내용은 빠지고, 의미와 맥락을 거세합니다. 단순 팩트 몇 개만 전달하는 수준입니다. 조중동의 ‘삼성에버랜드 1심 유죄’ 기사도 이런 수준입니다. 

조중동의 ‘삼성에버랜드 기사’에는 부사장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는 기사만 있을 뿐 그것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적이고 지속적 범행’이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책임론’도 거론하지 않습니다. 면피용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캡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죠. 이런 점 때문에 삼성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삼성은 지난날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많고, 주류언론의 ‘삼성 봐주기’ 역시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TV_이상호의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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