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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검사들 청와대를 굴복시킨다던데...” 여성 前검사의 일침

기사승인 2019.12.10  08: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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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그리고 ‘송건호 언론상’ 임은정 검사의 다짐

“윤석열 사단에 속한 검사들을 지방으로 보내더라도 특별수사팀을 조직하여 파견 받아쓰면 그만이라고 한다던데. 이참에 몇몇 검사들은 내부에서 양심고백까지 했지.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한 것에 대해서 말야. 우리가 이 나쁜 정권에 잠시 굴복하여 욕을 당한 것이라고.

이명박근혜 시절에 충성하고선 그 후에 적폐수사로 그들을 잡아넣게 된, 지그재그 인생에 대한 내러티브가 필요하지 않겠어. 부역자의 낙인을 지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신 검사분들이 이렇게 새롭게 입장 정리를 하셨다네.“

9일 검찰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이날 이 변호사는 최근 <경향신문>이 보도한 “문 대통령에 대한 충심은 변함이 없다”,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을 인용한 뒤, 장문의 글을 통해 최근 검찰 내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하명 수사 의혹 수사 등 최근 검찰의 청와대를 향한 압박이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향보 아니냐는 추정이었다. 

이 변호사는 또 “지금 대검의 검사들, 청와대를 굴복시키거나 아니면 대통령 탄핵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며 으샤으샤 하고 있다던데”라며 “수사로 정치질을 하시는 그 검사들, 수사를 하고 조서를 작성하는 자기들 손끝에서 세상이 바뀐다고 보는 거지”라고 설명했다. 앞선 4일 이 변호사는 ‘택군(擇君)의 시간’을 통해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MBC 'PD수첩' 화면 캡처>

“검사들이 요즘 왜 난리 버거지를 떠냐고? 나의 친애하는 페친들도 다 잘 아다시피, 혹은 짐작하다시피 대통령의 임기도 중반을 넘어서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택군(擇君)의 시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지. 조선시대에 당쟁이 격화되면서 신하들이 반정을 일으켜 임금을 막 바꾸잖아. 임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가 벼슬을 그만 두어야지, 자신이 원하는 인물로 왕을 세우면 나라 꼬라지가 어찌 되겠어.

물론 모든 늘공들이 이게 가능하지는 않지. 검찰이 잘 하는 선별적 수사, 선별적 기소로 이게 되는 거지. (중략). 검찰은 자신이 핀라이트를 비춘 곳에 세상의 모든 악이 있는 양 몰아가고, 그 조력자 언론과 함께 난리 버거지를 떨겠지. 우리가 정신을 놓고 어버버하면, 그들은 택군에 성공하게 되는 거야. 암만.”

한 여성 검사가 받은 언론상 

최근 직설화법으로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이연주 변호사 이전, 검찰의 내부비리를 고발한 여성 검사들이 있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를 비롯해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 등이 그들이다. 

“검찰 조직은 스스로 잘못을 직시하기 어렵다. 관행에 익숙해지면 치부를 드러내지 못한다. 나는 치유를 위해 여기가 아프다고 강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를 분란이라고 하지만 나는 자정 능력이라고 본다.”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한 임은정 검사의 말이다. 결국 전현직 검사들의 내부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자정될 수 있다는 미음을 피력한 셈이다. 9일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이 임 부장검사를 제18회 송건호언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지난 10월4일 국회 행안위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사진제공=뉴시스>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임 부장검사의 선정 이유로 “검찰의 오랜 침묵을 깬 그의 신념이, 제도권 언론이 숨죽이던 시절 저항언론 운동을 이끌며 '참다운 말의 회복'을 추구했던 송건호 선생의 언론 정신과 부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심사위원회는 “이 시대 성숙한 시민의식에 비추어 볼 때, 수상자와 같은 검사의 존재는 이례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그 출현은 늦었고 그 수는 부족하다고 본다”며 “수상자가 비록 언론인은 아니지만 그의 정신은 언론이 지향하는 바다. 검찰의 구성원이기에 앞서 민주공화국의 한 시민으로서, 공익을 앞세우는 임은정 검사의 분투를 송건호 선생이 기꺼이 격려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검사가 받는 언론상, 확실히 이례적이다. 심사위원회는 임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지속적으로 일부 검사의 비위를 고발하거나 언론 인터뷰, 신문 칼럼 등을 통해 검찰을 향한 내부고발을 이어온 점을 높게 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 검사는 고 김홍영 검사 자살 사건과 관련해 비망록을 공개하는 한편 부산지검 검사의 공문서 위조 사건과 관련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임 검사는 <한겨레>에 “검찰과 언론 개혁이 되면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고 강조하면서도 “안미현·서지현 검사 등 폭로하는 사람이 계속 나오는 것도 보람이다. 조금 더 버티며 미움 받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시기, 서 검사 역시 입을 열었다. 8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그리고 서지현 검사의 고민

“회복을 위해 되도록 뉴스를 접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한 번씩 뉴스를 보면 여전한, 아니 점점 더 심해지는 현실에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커져 간다. 세상은 변해 가는데 너무나 더딘, 아니 때론 뒷걸음질 치는 듯한 현실이 무겁고 또 무덥다.”

그러면서 서 검사는 “여러 친구들이 U2 내한공연에서 저를 봤다며 사진을 보내줬다”면서도 “몸과 마음이 힘들어 거의 모든 것을 단절한 채 지내는 제 모습에 비추니 부끄럽기만 하다. 조금만 더 쉬고 금방 씩씩하게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 U2는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는 글귀와 함께 대형 스크린에 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여성들의 얼굴을 비췄다. 스크린에는 서 검사를 비롯해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 설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최초 여성 서영화가 나혜석 등의 얼굴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8일 U2의 리더이자 평화운동가인 리드 보컬 보노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훌륭한 공연 뿐만 아니라 공연 도중에 특히, 아직도 완전히 평등하다고 볼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 ‘모두가 평등할 때까지는 아무도 평등한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내 주신 것에 대해 공감하며, 감사드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 <사진 출처=서지현 검사 페이스북>

보노가 한국사회를 바꾼 여성 중 하나로 서 검사를 꼽은 것은 꽤나 의미심장하지만, 서 검사가 “때론 뒷걸음질 치는 듯한 현실이 무겁고 또 무덥다”고 밝힌 소회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미투 운동’은 물론 검찰개혁 모두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지 않은가. 

잘 알려지다 시피, 서 검사의 폭로와 이후 가해자인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재판과정과 검찰의 내부 대응 자체 모두 검찰 조직의 경직성과 권위주의, 조직 우선주의를 국민 전체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미투 운동’ 차원에서도, 검찰개혁 측면에서도 여성 검사들의 내부고발을 응원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군사문화를 닮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차별받았던 여성 검사들이 남성들이 침묵할 때 무소불위, 언터처블의 권력을 누려왔던 검찰 조직의 곪을 대로 곪은 비위를 고발하고 나선 것 아니겠는가.      

9일 임 검사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를 내부고발자로서 속한 조직을 비판하는 것이, 동료들로부터의 오해와 비난이 즐거울 리 없잖아요?”라면서도 “청암 선생님의 삶을 흉내 내며 앞으로 더욱 씩씩하게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말을 하도록, 그리고 말에 그치지 않도록 더욱 분발할 게요”란 소감을 남겼다. 임 검사와 서 검사를 비롯해 내부고발에 나선 여성 검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은 2020년에도 여전히 계속될 듯 싶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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