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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면에 자유한국당 비판이 없다

기사승인 2019.11.30  10: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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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자한당의 ‘막가파’ 필리버스터 … 교묘하게 물타기 하는 조선일보

“자유한국당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다. 한국당이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결정하면서 이날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무산됐고 정기국회 의사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제1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민생·개혁 입법을 볼모로 국회를 멈춰 세운 것이다.” 

오늘(30일) 경향신문 1면에 실린 <한국당 “국회 종료까지 필리버스터”> 기사 가운데 일부분입니다. 자유한국당의 갑작스런 ‘필리버스터 카드’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이 같은 비판 기조는 다른 신문들도 비슷합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막가파식’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언론이 지적했듯이 국회 본회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건 정당은 전례가 없습니다.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 보장을 주장하는 문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거부하기 위해선 ‘민생’이고 뭐고 없다?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에 대해 얼마나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을 거부하는 정당 – 저는 자유한국당의 이번 ‘필리버스터 카드’로 그 실체가 다시 한번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는 언론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어설픈 ‘양비론’ 뒤에 숨을 게 아니라 ‘매우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제1야당 – 자유한국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자유한국당의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은 토론이 아닌 발목잡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오늘(30일) 사설에서 “국회법 규정에 따라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에 대해 ‘입법 쿠데타’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선 말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국회법을 무시하고 패스트트랙을 저지한 자유한국당 행태가 ‘입법 방해’에 해당한다”며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경향신문 역시 사설에서 “모든 법안에 건 필리버스터는 정략적이고 국회를 유린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자유한국당의 이번 결정은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는 얘기입니다. 

“패스트트랙은 몸싸움 등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한 적법 절차다. 한국당이 ‘무조건 반대’만 외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위험이 크다”는 한국일보 사설이 오히려 ‘점잖게’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오늘(30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신문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캡쳐>

조선일보의 이상한 기사 … 민주당·정의당 때문에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그러면서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국회 본회의를 무산시켰다는 쪽에 더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기사 한번 보시겠어요? 오늘 조선일보 1면 기사입니다.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200여 민생·경제 안건 처리를 시도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회를 거부하고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본회의 출석을 집단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조선일보 1면 <필리버스터 꺼낸 野, 본회의 무산시킨 與>) 

이상하지 않습니까?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회를 거부하고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본회의 출석을 집단 거부하면서 무산됐다”고 했습니다. 

마치 자유한국당이 토론을 제안했는데 문희상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이를 거부해서 ‘국회 본회의가 무산’된 것처럼 보도합니다. 

제 상식으로는 아무리 읽어도 잘 이해가 안 가는 기사라 해당 기사의 다른 부분을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길지 않은 기사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조선일보 ‘이 기사’에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하나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있다면 이인영 원내대표가 한 발언 -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은 민생 발목을 잡는 ‘입법 갑질’”이라는 말을 인용한 게 전부입니다. 

다른 지면에 실린 기사나 사설 등에서 자유한국당을 비판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 이런 생각이 들어서 ‘자세히’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어이없게도’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이 전부입니다. 

“국회는 12~1월간 수시로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공수처법을 처리하려는 여권과 필리버스터로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 간 치열한 전장(戰場)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내년 예산안과 민생·경제 법안이 볼모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일보 3면 <與野 ‘선거법 수싸움’에 연말 국회 올스톱>) 

심지어 <‘민식이법’ 불발에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 부모들 오열>(3면)에선 교묘하게 자유한국당을 ‘편드는’ 기사를 싣습니다.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여야(與野)가 29일 필리버스터 신청과 본회의 출석 거부로 맞붙으면서 국회가 파행돼 어린이 교통안전 조치 강화를 골자로 한 ‘민식이법’ 처리가 불발됐다. 그러자 고(故) 김민식군 부모 등은 ‘왜 우리 아이가 협상 카드가 돼야 하느냐’며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실 앞에서 오열했다 … 나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은 본회의에서 가장 먼저 통과시킨 뒤 이후에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민식이법 통과를 억지로 막은 것은 국회의장과 민주당’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당이 이날 본회의 시작 전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대상 법안에 ‘민식이법’은 포함되지 않았다.”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트를 신청한 자유한국당 때문에 ‘국회 마비’ 사태가 빚어졌는데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대상 법안에 ‘민식이법’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걸 막은 건 민주당이라는 식으로 충분히 읽혀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늘(30일) 한겨레가 사설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번에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만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물리적으로 저지가 어려울 것을 우려해 모든 법안을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아예 정기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심산”이죠. 

   
▲ 정기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의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 영향으로 파행을 겪은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왼쪽)은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자유한국당은 본회의장 안에서 서로를 탓하며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일보 지면에 자유한국당 비판이 없다 

그런데 조선일보 오늘(30일) 지면을 보면 ‘관련 기사들’이 모두 ‘틀어져’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책임은 아예 언급이 없고, 교묘하게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이건 조선일보의 ‘교묘한’ 필리버스터 물타기이면서 동시에 ‘대놓고’ 자유한국당을 ‘쉴드 치는’ 기사라는 얘기입니다. 이제 양비론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 옹호하는 기사 - 정말 오랜 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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