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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언제까지 ‘미국의 소리’ 1면에 보도할 건가

기사승인 2019.11.18  09: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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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조선일보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와 장성, 전문가 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9명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반대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오늘(18일) 조선일보가 1면에서 보도한 <美전문가 20명 중 19명, 지소미아 파기 반대 “미국이 왜 한국 방어해야 하나 의문 부를 것”>이라는 기사 첫 문장입니다. 제목만 보면 미 전문가들 상당수가 지소미아 파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미 정부가 재정 부담해 직접 운영하는 방송 ‘미국의 소리’(VOA)  

그런데 조선일보 이 기사는 ‘문제투성이’ 기사입니다. ‘미 전문가’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거니와 여기서 말하는 ‘미 전문가들’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전직 고위관리와 장성 등 전문가들이라고 했지만, 이들은 철저히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미국의 입장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사를 1면에 주요 기사로 게재합니다. ‘이런 식의’ 인용 보도가 온당한 걸까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미국의 소리’(VOA) 방송 자체가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매체입니다. 물론 ‘미국의 소리’는 미국 정부에서 독립된 방송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며 독립된 편집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소리’ 주장일 뿐입니다. 

해당 매체에 비판적인 쪽에선 미 정부가 재정 부담해 직접 운영하는 방송 등의 이유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위대라는 비판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슨 얘기냐? 그런 배경을 가지고 ‘미국의 소리’ 보도를 봐야 한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인용 보도를 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미국의 이해를 사실상 대변하는 매체의 ‘주장’을, 더구나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한 내용을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합니다. 지소미아가 미국의 중국 압박과 견제를 위한 동북아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소리’가 이번에 조사를 한 전문가들 상당수가 전직 미 고위관리를 비롯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헤리티지재단, 미 외교정책포커스와 같은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이들의 주장을 보면 거의 동일합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근시안적 행동으로 한국의 안보를 약화할 것”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철회하기를 바란다” “역사라는 제단 위에 한국의 안전과 미국의 방어 공약을 쓸데없이 희생하는 것” “한국이 자국 방어에 관심이 없다면 미국은 왜 한국을 방어해야 하는지 마땅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와 같이 철저히 미국의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뉴시스>

조선일보는 ‘미국과 일본의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언론인가 

저는 미 정부가 재정을 부담해 직접 운영하는 방송인 ‘미국의 소리’(VOA)가 이런 보도를 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소리’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매체의 ‘일방적 보도’를 한국 언론이 인용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그만큼 해당 보도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고, 신뢰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소미아와 관련해선 현재 미국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는 비슷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입장이 사실상 같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18일) 조선일보가 ‘미국의 소리’ 방송 보도를 인용하는 식으로 ‘우회전법’을 쓰긴 했지만, 사실상 아베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조선일보의 ‘국적’이 어디인지 그리고 조선일보는 ‘미국과 일본의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언론인지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조선일보는 오늘(18일) 35면 <[도쿄리포트] BBC가 일본을 사랑한 이유>라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이하원 도쿄 특파원이 쓴 칼럼입니다. 자세히 소개해 드릴 만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이런 칼럼입니다. △한·일이 싸우는 동안에도 일본의 국제적 매력은 상승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기간에 우호국을 얼마나 만들었느냐. 

저는 이 칼럼을 읽으며 <[도쿄리포트] BBC가 일본을 사랑한 이유>라는 제목을 <[도쿄리포트] 아베 총리가 조선일보를 사랑한 이유>로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1면에선 ‘미국의 이해’를 철저히 대변하는 매체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 보도하더니 오피니언 면에선 아베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너무 좋아할 만한 내용’을 특파원 칼럼으로 싣습니다. 

   
▲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제5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 대응 집중 평화행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금 우리는 조선일보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

북한의 노동신문이 비슷한 맥락에서 보도해도 <북 전문가 20명 중 19명, “주한미군 철수해야”>라고 조선일보는 1면에서 보도할 건가요. 아니면 일본 자민당 기관지라고 평가받는 극우 매체인 산케이신문이 비슷한 보도를 해도 주요 기사로 보도할 겁니까. 

인용 보도를 어떻게 할 건지는 조선일보 ‘자유’지만 최소한의 ‘품격’은 지켰으면 합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TV_이상호의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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