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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헌고 정치편향 교육 논란’…언론, 제 역할 못했다

기사승인 2019.11.16  1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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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단체에 의한 재학생 피해 외면한 언론.. 종편은 ‘악의적 프레임’ 전달 급급

지난 10월 18일 SNS를 통해 서울 인헌고등학교에서 정치적 편향성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유튜브 <단독/인헌고 사상독재 또 터지다(feat. 너 일베하니?)>(10/18)는 학교에서 진행된 마라톤 대회의 영상을 올리며 교사들이 “자신의 진급을 위해서, 진보교육감에게 예쁨을 받기 위해서 학생들을 정치 노리개로 이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내용은 학생들에게 “NO 일본, NO JAPAN” 문구가 들어간 띠를 만들게 했고, 교사들이 “일본은 사과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며 사상교육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나온 주장은 하루 뒤 조선일보 <"교사들이 반일구호 강요… 반대하자 일베냐고 비난">(10/19 김은중 기자)가 보도했습니다. 22일에는 조선일보 <단독/정치편향 교육에 맞선 인헌고 3학년들, "생기부 작성 끝나 용기냈다">(10/22 박소정 기자)를 통해 해당 주장을 펼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하 학수연)의 주장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보도된 인헌고 정치편향 교육 논란의 진실은 무엇인지, 이를 다룬 언론보도는 어떤 문제점을 보였는지 확인했습니다.

1. 인헌고 논란 진실은 무엇인가

민언련은 이번 논란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기에 앞서 논란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먼저 정리했습니다.

논란의 시작에는 ‘여성혐오 동아리’가 있었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내용은 학수연과 학교의 마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입니다. 현재 학수연의 대변인인 최 모 군은 성평화를 주장하는 교내 동아리 ‘왈리’의 회장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동아리가 성평화를 주장하며 여성혐오에 가까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가장 최근 이 동아리의 SNS에 게재된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습니다.

성폭력? 잘못된 거 나도 알아. 누가 모른대? 없어지면 정말 좋겠지. 나도 동의해. 그런데 성범죄가 없어지는 사회가 올 수 있을까? 응, 올 수 있지. 네가 XX 깊게 잠든 꿈속에서.

성범죄의 피해자가 대부분 여자인거? 인정해. 그리고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거야. 여자가 성범죄를 당해야 마땅하다는게 아니라 그냥 성범죄라는 것 자체가 여성 피해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이건 바꿀 수 없는 '사실'이야. 그냥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생겨먹은거지. XX 더럽고 역겹고 추악하지? 맞아! 인간은 그런 존재야.

여성들이 가지는 공포감? 어느 정도 공감해. 나도 가끔 밤에 밖을 지나다닐때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있더라고. 그런데 우리나라 치안율 세계 1위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우리나라만큼 안전한 나라가 없다고. 아무리 안전한 나라라고 해도 여성 대상 범죄가 없는게 아니니까 무서울 수 있지. 인정해. 그런데 그 공포심이 우리 사회와 비추어 봤을때 어디까지가 실제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피해망상인지는 확실히 해야 한단 말이지. 우리나라 정말 객관적으로 봤을때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야.

해당 동아리의 SNS에 게시된 다른 글들도 여성은 가부장제의 피해자가 아니라며 오히려 젊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으로 인해 억울함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여성혐오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왈리’의 활동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자 교내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졌습니다. 동아리의 지도교사는 문제를 확인하고 지도교사에서 물러났습니다. 결국 지도교사 없이 자율동아리를 운영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왈리’는 절차적으로 해체됐습니다. 그러나 동아리 회장이었던 최 모 군은 여성혐오 담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동아리의 해체 결정이 “페미니즘 사상 독재”라며 이에 반발하고 나섰고 학교 측과 마찰을 빚었습니다.

여성혐오 담론에서 정치 이념으로 옮겨간 최 모 군의 주장

여성혐오 담론을 펼치던 동아리가 해체되자 “페미니즘 사상 독재”를 주장했던 최 모 군은 지난 10월 18일 유튜브를 통해 인헌고 교사들이 정치적 사상 독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최 모 군을 비롯한 학수연은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정치적 선언문을 몸에 붙이지 않은 사람은 결승선에 못들어오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교사들이 조국 전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검찰이 악의적으로 조 전 장관을 사퇴시켰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고, 다른 의견을 제시한 학생에게 “가짜 뉴스 믿으면 ‘개돼지’라고 말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어 교사들이 일부 학생에게 “일베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학수연의 주장 후 보수언론은 이 내용을 적극적으로 확산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외에도 동아일보 <“일부 편향교사, 학생을 정치노리개로”>(10/24 김은지‧김수연 기자)중앙일보 <인헌고 학생들 “문 대통령 왜 싫어하냐며 교사가 혼내”>(10/24 이태윤‧전민희 기자) 등 학수연의 기자회견 사실과 함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전달한 보도들이 중앙일간지, 인터넷 언론을 통해 등장했습니다.

인헌고 학생들은 학수연이 “사실관계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학수연이 인헌고 학생들의 대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런 사실은 학수연의 기자회견이 열린 23일에도 현장에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KBS <인헌고 학생단체 “편향된 사상 학생들에 주입”…교육청, 인헌고 조사 착수>(10/23)는 학수연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재학생들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한겨레 <뉴스AS/정치편향 교사 논란…인헌고 학생 다수 “과장됐다”>(10/24 전광준 기자)가 “의견을 물은 16명 가운데 15명”의 재학생들은 학수연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겨레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학교 2학년 정아무개(17)군은 “교내 마라톤 때 정치적 선언문을 몸에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승점 통과를 불허한 사실도, 감점되는 일도 없었다. 교사가 특정 선언문을 몸에 붙이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3학년 이아무개(18)군은 “사상 독재 이런 건 없다. 선생님이 양쪽으로 나눠서 의견을 듣는다”며 “오늘도 학수연 활동하는 학생이 대들어서 선생님이 울기도 했다. 실제로 학수연 활동하는 학생은 10명 정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2학년 학생은 “조 전 장관 관련 발언은 미디어비평 수업 때 선생님이 했던 말씀인데, 최군이 주장하듯 말한 게 아니라 조 전 장관 사퇴와 관련한 뉴스 영상을 틀고 언론에서 하는 말을 비평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겨레는 교사가 학생에게 “일베 아니냐”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나 학수연이 설명하지 않은 배경을 정리했습니다. 해당 교사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에게 원인을 물었고, 학생의 답변이 처음과 달라지자 “너 거짓말이지?”라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학생이 “제가 왜 거짓말을 해요. 조국이 거짓말쟁이지”라고 발언해 “너 일베니?”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학수연의 일방적 주장 속에 가려졌던 재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실이 알려진 것입니다. 

학수연의 뒤에 선 극우단체, 인헌고 이용하기 바빴던 자유한국당

학수연의 주장을 이용한 세력도 있었습니다. 바로 일부 보수단체와 자유한국당입니다. 오마이뉴스 <‘인헌고 편향교육 청원’, 학생들 아니라 우익3단체가 냈다>(10/28 윤근혁 기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보도한 ‘서울시교육청에 인헌고 학생들이 청원서를 접수했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청원서엔 인헌고 학생 이름은 물론 학생들의 의뢰서도 없었”고 청원인에는 “자유법치센터 대표자 장달영, 자유대한호국당 대표자 오상종, 턴라이트 대표자 강민구”라는 보수 단체 대표들이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세 단체가 “서초구에 있는 한 사무실을 쓰고 있”고, “자유대한호국단과 턴라이트는”, “‘문재인 퇴진’ 집회를 10차례 이상 주관한 단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장달영 씨는 “올해 초엔 ‘5.18 민주화유공관련자 보상의 적절성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감사를 청구하는 등 우익단체에선 유명한 인사”라고 설명했습니다. 학수연의 주장을 키워 서울시 교육청에 청원을 제출한 인물은 다름아닌 극우인사들이었던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10월 2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서울 인헌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태는 교육 파괴의 위험한 현주소”라며 “이미 전교조에 의한 교실의 정치화, 학교의 정치화는 만연한 사회악”, “아이들을 세뇌시키는 정치 교사의 만행이 우리 아이들의 영혼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시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 하루 뒤 서울시교육청을 항의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보수단체가 키운 학수연의 주장을 자유한국당이 ‘전교조’를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학수연이 촉발한 재학생들의 피해는 다뤄지지 않았다

학수연의 반복된 사실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이들은 언론도 정치권도 아닌 학생들이었습니다. 일부 재학생들은 지난 10월 24일 학수연의 주장을 바로잡고 학생들의 피해를 멈추기 위해 인헌고등학교 학생 가온 연합(이하 학가연)을 구성했습니다. 학가연은 SNS 게시글을 통해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을 밝히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학수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한 학수연이 사실을 왜곡해 상황을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자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학가연은 학수연의 주장 이후 극우단체들이 학교 앞에 찾아와 학생들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수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학가연에 들어온 제보에는 23일 기자회견 당시 보수 유튜버들의 유튜브 라이브가 교문에서 진행 중이었고, 학생들이 촬영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보수 유튜버들의 생중계에 학생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오히려 “인헌고등학교는 두발자유인데, 염색을 한 여학생들은 ‘니네 머리 수준보니 딱 알겠다. 학교 끝나고 몸팔러 가냐?’, ‘창녀같다’, ‘빨갱이소녀다’라는 말을 들어야했”다며 학수연의 주장을 반박하는 학생들이 기자회견 당시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의 피해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23일 학교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수많은 언론은 학생들이 외친 피해를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학수연의 주장을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전달해주던 보수언론은 학가연의 반박은 물론, 학생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론이 키운 논란에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입니다.

2. 언론은 어떤 문제보도를 양산했나

민언련은 인헌고 정치편향 교육 논란을 보도한 신문,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보도들을 모니터했습니다. 그 결과 일정 부분 같은 형식의 문제 보도 유형들이 확인됐습니다.

신문 방송에선 조선일보‧TV조선이 1등, 종편에선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만 관심

문제 보도 확인에 앞서 각 매체의 보도량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신문의 경우 조선일보가 압도적으로 많은 보도량을 기록했습니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3건 내외의 적은량의 보도를 한 반면 조선일보는 17건의 보도로 7개 신문사 중 보도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한국경제는 보도량이 1건에 그쳤습니다. 

또한 각 신문사의 관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사설과 작성자의 의견이 반영된 칼럼의 보도량도 조선일보가 3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국경제의 경우 일반 기사가 없는 가운데 장휘국 교육감의 SNS 글을 비판하며 인헌고 관련 내용을 다룬 사설이 유일한 보도였습니다.

   
▲ ‘인헌고’ 관련 중앙일간지 및 경제지 기사량(10/18~11/11)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경우도 TV조선이 가장 많은 보도를 진행해 신문과 유사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TV조선은 총 8건으로 8개 방송사 중 보도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TV조선은 학수연 대표를 맡은 학생을 인터뷰하거나, 앵커 논평을 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수연의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그 외에 JTBC와 채널A가 각각 3건, MBC가 2건, SBS가 1건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반면 KBS‧MBN‧YTN은 인헌고 관련 내용을 1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인헌고’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10/23~11/10)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만 관심을 보였습니다. 반면 전체 대담 시간은 66분으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봐야했습니다. 특히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이것이 정치다>, MBN <뉴스와이드>, <뉴스&이슈>, <아침&매일경제>는 관련 대담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 ‘인헌고’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단위:분)(10/21~11/8) ©민주언론시민연합

문제보도 유형1. 일방적인 학수연 주장 전달 

신문, 방송, 종편 시사프로그램을 막론하고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문제점은 학수연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들이었습니다. 특히 이런 경향은 조선미디어그룹에서 가장 심각했습니다.

동아‧중앙도 반박 전달했는데 일방적으로 학수연 주장만 전달한 조선일보

22일 진행된 학수연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여러 신문에서 관련 보도가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기자회견 이후의 보도에서도 학수연 주장에 대한 반박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수능 코앞인 고3이 나섰다 “끔찍한 사상주입 중단하라”>(10/24 최원국‧김은중 기자)는 학수연의 주장을 반복 설명한 뒤 “인헌고와 가까운 서울대에서 조국 반대 집회를 주도한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 김근태(재료공학부 박사과정) 대표 등이 응원차 현장에 나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해당 학교와 관할청은 해당 정치 교사를 반드시 중징계해달라’고 했다”며 반박 대신 학수연 주장에 대한 지지여론을 언급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다른 신문 보도들과 비교할 때 더 나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동아일보 <“일부 편향교사, 학생을 정치노리개로”>(10/24 김은지‧김수연 기자)는 학수연의 주장을 전달한 뒤 마지막에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주장처럼 ‘가짜뉴스’ ‘개돼지’ 등의 이야기를 한 선생님은 없었다”와 같은 나승표 교장의 주장을 실었습니다.

중앙일보 <인헌고 학생들 “문 대통령 왜 싫어하냐며 교사가 혼내”>(10/24 이태윤‧전민희 기자)도 학수연의 주장 뒤에 “반면 20~30명의 학생은 최군의 주장에 대해 ‘과장하지 말고 팩트(사실)만 말해라’고 반박했다”는 재학생들의 반박과 학생회, 교장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습니다. 다른 신문들이 최소한의 중립을 지키는 동안 조선일보는 적극적으로 학수연의 주장을 키워준 것입니다. 

TV조선은 학수연 대표 학생 인터뷰까지 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조선일보의 자매사 TV조선이 학수연 대표 학생의 인터뷰를 통해 일방적 주장을 확산했습니다.

TV조선 <악동 인터뷰/“잘못된 건 잘못이라 할 수 있어야”>(10/26) 박정훈 앵커는 “조국 뉴스, 가짜뉴스라고 규정을 하면서 그것을 믿으면 개돼지다 이런 표현을 했다고?”라는 질문을 던졌고, 학수연 대표 김 모 군은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조국 관련된 이슈를 먼저 꺼내셨나 봐요, 그래서 ‘검찰이 압박해서 사퇴한거고 그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은 개되지다’라고” 답변했습니다.

   
▲ 학수연 대표 학생의 주장에 힘 실어준 TV조선 <뉴스7>(10/26)

앞서 한겨레가 다른 재학생들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내용이었지만 TV조선은 이런 반박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4분 55초의 인터뷰 보도에서 학수연 대표 김 모 군의 주장은 4분 40초 다뤄진 반면 학교 측 반박은 나승표 교장의 발언 15초만 다뤄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박 앵커는 김 모 군의 주장을 반박하기는커녕 “부당함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용기를 냈으니까 어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게요”라며 지지를 표했습니다. 조선미디어그룹은 재학생들의 반박을 무시한 채 학수연 띄워주기에 바빴던 것입니다.

학수연 주장 사설로도 옹호한 조선일보, 곧바로 유신독재 꺼낸 TV조선

8개 신문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조선일보는 사설을 이용해서도 학수연의 주장을 반복하며 정치편향 교육을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전교조 교사들 정치 선동 참다못해 들고 일어나는 고교생들>(10/24)는 제목에서부터 ‘전교조 교사들 정치 선동’을 넣어 비판에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시작부터 “전교조 교사들의 일방적 정치 선동에 견디다 못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 학생들이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고 논란을 설명했고, “고교생이면 아직 어린 나이인데 오죽했으면 교사들에게 저항하고 나섰을지를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며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너 일베니?”라는 질문을 던진 교사에게 “이 사람은 선생님이 아니라 정당 선동대원”이라 비난했고, “더욱 악랄한 것은 이 정치 교사들이 입시 성적을 약점으로 잡고 학생들을 농락했다는 사실”이라며 학생들의 입시를 교사들이 이용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 마지막에 교사들이 위법행위를 저질렀지만 처벌의 여부를 알 수 없다며 그 이유를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교육감이 좌파 전교조 성향이기 때문”, “선거 때마다 분열해 좌파에게 교육감 자리를 상납하다시피 한 사람들과 별생각 없이 투표한 유권자들 모두의 책임”으로 몰아갔습니다. 조선일보의 설명은 일방적인 학수연의 주장을 기반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그 책임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국민들에게 떠넘긴 수준이었습니다.

   
▲ 학수연 주장 전달하며 인헌고 교사 공격한 조선일보 사설(10/24)

조선일보의 자매사 TV조선은 인헌고를 유신시대와 비교했습니다. TV조선 <앵커가 고른 한마디/“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10/27 박정훈 앵커) 박정훈 앵커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을 보여준 뒤 “비민주적이고 폭압적인 교내 분위기는 당시 사회상 그대로였”다더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교내에서도 비민주적인 일들이 벌어졌”다며 “서울 인헌고의 학생들은 ‘말할 수 있는 자유’를 호소했”다고 설명해 유신시대를 인헌고에 대입시켰습니다.

이어 학수연의 주장을 보여준 TV조선은 “민주화에 앞장섰다는 여권 인사들은 인헌고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며 비판의 대상을 정부와 여당 쪽으로 돌렸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제가 직접 만난 인헌고 학생은 당당했지만, 학교의 압력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떨리는 목소리였”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전교조를 언급하고, 유신시대에 비유하는 등 조선미디어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 학수연의 주장을 포장하고, 피해자 만들기에 나선 것입니다.

학수연 주장에 대한 반박은 다룰 생각도 안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신문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조선미디어그룹이 보인 보도양상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중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희정 전 국회의원은 학수연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0/24)에 출연한 김희정 씨는 학수연의 주장이 나온 뒤 “학급 간에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학급 간에 못 왔다갔다 하게하고, 또 교무실에도 출입을 못하게 하고, 이 모임을 논의하기 위해서 모인 학생 40여 명을 강제로 해산시키기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루 뒤 25일 방송에서는 학수연이 주장한 교내 마라톤 대회에 대해 “일방적으로 대통령이 사용했던 워딩만 강조를 해서”, “어깨띠 두르고, 완장 두르고 이런 문화 사실 좀 없어져야 되는 문화”라며 비판했습니다. 이어 “자연스럽게 캠페인 할 때 하는 거 말고 학교 안에서 자기들끼리 보기 위해서 이렇게 구속하는 건 뭔가 열쇠로 철컥 생각을 가두는 느낌”이라며 교내행사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 학수연 주장 반복한 김희정 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0/24)

그러나 김 씨의 발언은 이미 24일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재학생들이 반박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정상적인 방송이라면 김 씨의 발언 전에 사실관계 확인을 거쳤어야 하고, 적어도 현장을 목격한 다른 재학생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점을 전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채널A는 이런 반박 주장은 전혀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행자 김진 씨는 학교 측의 입장을 “내가 만든 선언문 어깨띠 제작을 지시하며 반일 파시즘 교육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한일 관계를 반영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하더니 “학교 측의 해명은 정치편향 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채널A도 조선미디어그룹과 마찬가지로 사실관계 확인도, 반박도 없이 학수연 주장만 되풀이 한 것입니다.

문제보도 유형 2. 교사 개인의 신상털이식 보도

학수연의 일방적 주장을 전달한 뒤 이어진 문제보도는 교사 개인의 신상을 공격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이런 보도양상은 조선일보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고, 이후 TV조선, 채널A 등을 통해 확산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태양광 사업 의혹’, ‘과거 인터넷 글’…교사 사생활까지 뒤진 조선일보

눈에 띄는 문제 보도들의 시작점은 모두 조선일보였습니다. 특히 조선일보 <‘일베’ 발언 인헌고 교사, 친여 태양광 조합과 교내 발전소 지었다>(10/28 원선우 기자)는 “인헌고 국어 교사 A씨가 친여 태양광 조합과 함께 학교 건물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것으로 27일 나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의 출처는 학수연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었습니다.

학수연과 정유섭 의원은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과 함께 학교 건물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었다”는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햇빛협동조합은 한겨레두레공제조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활동했던 박승옥 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곳”이라며 “이 조합은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장 출신 허인회 씨의 녹색드림협동조합,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출신 박승록 씨의 해드림사회적협동조합 등과 함께 2017년 전국 48개 태양광 업체에 지원된 국고 36억원 중 15억원(42%)을 지원받았다. 또 서울시의 태양광 보조금 43억원 중 27억원(63%)을 싹쓸이해 논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인헌고 교사에 친여 태양광 의혹 입힌 조선일보 기사(10/28)

이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너 일베냐’ 그 선생님, 과제물 받는 카페에 정치글 1400건>(10/24 조인원‧최원국‧김은중 기자)<일베 발언 인헌고 교사 탈핵 국토순례 등 학생들과 함께 참여>(10/29 김은중 기자)는 인헌고 교사가 과거 인터넷에 남긴 글들을 기사화 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 남긴 게시글에서 “삼성그룹에 대한 적개심도 드러냈다”던지 “A씨는 책도 600권 넘게 소개했다”는 점을 보도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A씨는 2013년에도 봉사 활동 점수를 내걸고 반원전 단체 주관 '지구촌 전등 끄기' 행사에 인헌고 학생 70여명을 참여시켰다”며 과거 봉사활동 참여가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는 듯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악의적 프레임 전달에 나선 종편 저녁종합뉴스와 시사대담 프로그램

조선일보를 통해 시작된 악의적 프레임은 종편의 저녁종합뉴스와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채널A <봉사활동 점수주며 ‘탈핵 운동’>(10/28 정현우 기자)는 “인헌고 김모 교사가 탈핵 환경단체 온라인 카페에 올린 학생의 시”를 소개했습니다. 이어 “지난 2017년 인헌고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사업도 석연치 않”다며 앞서 조선일보와 같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10/28)에 출연한 이재영 자유한국당 전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재영 씨는 “오늘 아침에 신문 보니까 그 해당교사는 또 좌파진영에서 진행하고 있었던 무슨 태양광 관련해서 그걸 또 학교에 설치하는데 서로 뭐 했다는 것 아닙니까?”라며 조선일보 보도를 언급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시작한 악의적 프레임을 채널A 저녁종합뉴스, TV조선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확산한 것입니다.

정치적 교사 만들기 위한 조선일보와 종편 안간힘

조선일보의 보도 방식은 교사 한 명에 대한 신상털기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탈원전’, ‘삼성에 대한 적개심’ 등을 언급한 점은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의도하는 바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우호적→친정부 성향 정치성’, ‘삼성에 대한 적개심→진보 성향 정치성’이라는 식의 프레임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동의한다는 점만으로 혹은 기업의 부당한 회계사기에 대한 반감을 표했다는 것만으로 정치성이 있다는 주장부터 터무니가 없는 내용입니다.

특히 일부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조선일보와 보수신문들이 악용하던 내용들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태양광발전소 관련 의혹은 작년 민언련 보고서 <이번엔 ‘태양광 사업 특혜’? ‘TV조선-한국당 핑퐁게임’ 또 나왔다>(2018/10/19)에서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설치량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보조금을 두고 대표의 출신을 연결시켜 악의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같은 주장을 2017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2018년에는 ‘탈원전 정책’에 이용했습니다. 이어 2019년에는 ‘인헌고 정치편향 교육’에 이용한 것입니다.

문제보도 유형 3. 전교조와 연결시킨 악의적 보도

인헌고 교사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식 보도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을 공격하는 보도들도 확인됐습니다. 보수언론들이 민주노총을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방식들은 그대로 전교조에 적용됐습니다.

“전교조가 쥐락펴락”…어김없이 노동조합 혐오 드러낸 조선미디어그룹

평소 민주노총 혐오에 가까운 보도들을 양산해왔던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전교조를 공격했습니다. 조선일보 <인헌고등학교, 2012년 혁신학교로 지정 교육계 “전교조가 쥐락펴락하고 있을 것”>(10/24 유소연 기자)는 인헌고가 혁신학교인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인헌고 논란에 대해 “교육계는 ‘혁신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를 장악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더니 혁신학교가 “‘주입식 교육을 토론‧참여식 교육으로 대체한다’는 명분하에 2009년에 좌파 성향 교육감들이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혁신학교는 초등은 전체 교사의 50%까지, 중‧고교는 25%까지 교장이 초빙한 교사를 데려올 수 있다”며 익명의 교사의 “(혁신학교는) 전교조가 학교를 쥐락펴락하는 수준”이라는 발언을 전달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TV조선을 통해 확산되는 양상은 전교조 공격에도 이용됐습니다. TV조선 <“정치적 선전 거부”…16개교 ‘학생연합’ 결성>(11/10 백연상 기자) 박정훈 앵커는 “최근 전교조 교사들의 학내 좌편향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서울 인헌고”라며 보도를 시작했고, 백연상 기자는 “인헌고 논란 이후 전국 16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부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 편향에 반기를 드는 ‘전국학생수호연합을 결성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 인헌고 논란에 전교조 추가한 TV조선 <뉴스7>(11/10)

TV조선은 보도에서 대부분 “전교조 교사”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작 이 보도에 나온 학생들은 “정치교사”라는 표현을 반복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채널A <중3도 나섰다…“사상 강요 시정해야”>(11/10 박선영 기자)에도 ‘전교조’라는 표현은 없었습니다. 조선미디어그룹이 현장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전교조’를 끼워넣은 것입니다.

‘전교조 혐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선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가 이끌어

앞선 문제유형들과 마찬가지로 조선미디어그룹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이번에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반복됐습니다. 조선일보를 통해 논란이 보도된 후 10월 24일 진행자 김진 씨는 “전교조 교사들의 행태에 학생들이 집단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인헌고 논란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11월 4일 방송에서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전교조 혐오를 드러냈습니다. 진행자 김진 씨는 이번에도 “A 인헌고 국어 교사.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 2017년부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인데”라며 전교조를 언급했습니다. 이어 출연자 김형주 전 국회의원은 “전교조 2대 부위원장 출신”이라며 교사의 신상을 한 번 더 강조하더니 “본인은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까지 나가려고 했다는 정치적 의사도 밝힌 바가 있구요”라며 정치적 성향까지 언급했습니다.

김형주 씨는 11월 7일 방송에서도 전교조를 문제 삼았습니다. 김 씨는 “서울시를 비롯해서 경기도 전체에 상당히 많은 진보교육감들이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전교조 교사들이 좀 더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그런 어떤 계기가 된다는 것”이라며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있어서 전교조 교사들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해 조사결과 발표를 수능 이후로 미룬 것을 비판하더니 진보교육감이 있는 학교들은 더 철저히 정치편향 교육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형주 전 국회의원 : 조금 더 특히 진보교육감이 있는 학교일수록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지켜서 어떤 것이 교사 개인의 어떤 정치적 의견이고 수업에 쓰는 그 의견과 그 비슷한 사회적 또 역사적, 국어 이런 수업시간에서 어떻게 발언할 수 있는지의 합리적인 어떤 말하자면 모범사례 같은 것들 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진보교육감이 있는 학교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김형주 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1/7)

논란을 설명하는 진행자의 발언부터 출연자가 논란을 대하는 태도까지 채널A는 일관적으로 전교조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김형주 씨의 발언은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의 학교는 정치편향이 있다는 것을 전재로 삼은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전교조 소속도 아닌 교사를 두고 ‘전교조 때리기’ 나선 보수언론들

이런 식의 보도와 대담이 무의미한 이유는 해당 교사가 전교조 소속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인헌고 사태, ‘반진보 10대 정체성’의 탄생?>(11/9 정용인 기자)는 인헌고 논란의 진실과 배경을 짚었습니다. 경향신문은 그 중 한 방법으로 인헌고 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논란의 진실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학수연의 출발이 안티페미니즘이었다는 점, 학생들이 초반에는 동요했지만 학교 앞에 찾아온 보수단체들을 보고 돌아선 점 등이 밝혀졌습니다. 동시에 경향신문은 전교조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 해당 교사가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었지만 “현재는 전교조 소속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보수언론들의 보도는 전교조 소속도 아닌 교사를 두고 전교조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물론 경향신문이 전달한 전교조 소속 교사의 “‘행사를 할 때 어떤 구호를 외쳤느냐’의 논란을 떠나 머리띠를 두르게 한 것 자체가 아이들 표현으로 이미 ‘구린 것’”이라는 발언처럼 이번 논란이 구시대적 사고방식의 결과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같이 모든 문제의 근원을 ‘전교조’로 몰아가는 것 역시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입니다. 보수언론들이 진정 문제의 근원을 찾고 바꿔나가려 한다면 스스로의 ‘노동조합 혐오’부터 멈춰야합니다.

학생들의 피해와 학수연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 있다는 사실도 다뤄야

앞서 언급한 문제보도들과 달리 MBC‧SBS‧JTBC는 학수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MBC <고교 파고든 ‘정치편향’ 논란…보수 유튜버 부추겨>(10/23 정동훈 기자)는 “교사가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라며 “(선생님이) 강요를 한 적도 없고 사상을 주입한 적도 없고, 일부 소수 학생들이 너무 선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자회견 한) 학생수호연합한테 욕먹었어요, 빨갱이라고…. 말할 거리가 아니라서 말을 안 하는 거거든요. 그냥 그런 일이 없었어요”라는 학생들의 주장을 전달했습니다.

SBS <‘정치 편향 교육’ 감사 요청…보수단체도 가세>(10/23 박찬범 기자)도 “학생수호연합은 전교생 530여 명 가운데 40명 정도가 가입한 동아리입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고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의 반발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라며 해당 집회 도중 “아 불쾌해 진짜! 거짓말 좀 치지 마!”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들이 모든 진실을 전달한 것은 아닙니다. 학수연의 행동 이후 아무런 이유도 없이 피해를 받고 있는 학생들을 조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JTBC <욕설, 소음에…학생들 ‘해법 토론회’>(10/29 이자연 기자)가 “보수단체들이 교문 앞에 몰려와 집회를 열면서 학생들은 욕설과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는 점을 짚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에서도 보수단체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학생들을 다룬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번 사안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학생들에 대한 걱정은 언론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인헌고 정치편향 교육 논란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사안입니다. 학수연 주장의 허구성과 별개로 어떤 이유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졌는지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보수단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도, 진실을 전달하는 것도 부족했습니다. 공론의 장을 만들고 약자를 보호한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 종편 출연자 호칭은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0월 19일~11월 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2019년 10월 18일~11월 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2019년 10월 21일~11월 8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프레스룸><아침&매일경제>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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