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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 토론’도 실패할 기회 주시길...”

기사승인 2019.11.05  14: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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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412] 김주만 MBC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토론 프로그램인 MBC <100분 토론>이 20주년을 맞이했다. 1999년 10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100분 토론>은 대담한 주제 선정,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토론을 지향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0분 토론>은 20주년을 맞아 최고의 논객으로 꼽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초청해 공정과 검찰개혁 등에 대한 토론을 방송했다. <100분 토론> 20주년 특집 방송 뒷이야기와 20년의 의미 등을 들어보고자 지난 10월 3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100분 토론> CP인 김주만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주만 MBC 기자 <사진=김주만 기자 제공>

“유시민-홍준표, 방송후 유튜브 토론이 훨씬 더 재밌었다”

- 지난 21일로 <100분 토론>이 20주년을 맞이했잖아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제가 20주년 특집 기획하긴 했지만 저는 (100분 토론) 온 지 몇 달 안 됐어요. 그동안 <100분 토론> 담당했던 기자와 PD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오래된 프로그램 맡았는데 20년 맞는 행사를 해서 감회라기보다는 부담스러웠죠.” 

- 발령 받은 지 얼마나 된 건가요?

“4월이에요.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부담이 컸어요. 그러나 다른 프로그램 같은 경우 시청률 경쟁하는 데 저희는 그런 시청률 경쟁은 부담이 덜한 편이라서 시청률 경쟁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었어요. 다만 시청률 경쟁은 없어도 토론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잖아요.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든지 사회 갈등을 조율하는 등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프로그램 존재 이유가 있죠. 그래서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이죠.” 

- <100분 토론>은 우리나라 대표 토론 프로그램이라 거기서 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있죠. 과거에는 토론프로그램이 거의 없었고 미디어 환경도 달랐죠. 예전엔 지상파만 있었죠. 그리고 그동안 유능한 진행자가 있었고 지금은 많이 유명해지신 패널분들도 있어서 시청률도 확보됐고 영향력도 있었는데 지금은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잖아요. 지금은 전문 패널 모셔다가 사안에 관해 얘기하죠. 종편에서도 그게 방송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많고 그런 프로그램과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요.” 

- 아이템 뽑고 토론자 섭외하는 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사실 아이템 잡는 건 어렵지 않아요. 왜냐면 그 당시 가장 핫한 부분을 선택하거든요. 문제는 핫한 이슈가 일주일로 끝나지 않고 조국 사태처럼 몇 주 씩 가고 지지자와 반대하는 사람들이 합의점을 이루기 힘들고 이럴 때는 토론을 반복하면서도 이것은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토론이 쉽지 않다는 고민도 많이 해요.” 

- 한때는 <100분 토론> 방송된 다음 날은 사람들이 모여 <100분 토론>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때가 그립진 않으세요?

“저는 <100분 토론>이 화려했을 때는 일을 안 했으니 그렇진 않은 데 그때의 영향력을 누구나 찾으려고 노력을 하죠.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디어 환경이 그렇지 않아요. 종편 생겼고 유튜브 생겼고요. 무엇보다 확증편향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만 해주는 매체를 찾아서 양쪽으로 갈라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보면 <100분 토론>처럼 양쪽의 사람이 나오고 자기가 듣기 싫은 말까지 들어야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반감 또는 오히려 밋밋하고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시원하게 해주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보기에 민주주의는 말하는 동시에 민주주의는 잘 듣는 거로 생각해요. 민주주의는 듣는 거부터 시작되어야 해요. 그 측면에서 자기가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상대방도 초대해서 열심히 들어야 하죠. 그렇지 않고 어떻게 의견 타협을 하겠어요. 그런 측면에서 토론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거죠.”

   
▲ MBC '100분토론' 사회자 김지윤 정치학 박사 <사진=김주만 기자 제공>

- 20주년 특집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토론을 방송했잖아요. 이 포맷으로 기획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유시민 이사장과 홍준표 전 대표는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시는 분인데 유 이사장은 유 이사장대로 홍준표 전 대표는 홍준표 전 대표대로 각자의 채널이 있어요. 하지만 두 분이 모이는 건 거의 없죠. 지난번 <홍카레오>를 하긴 했는데 그땐 큰 이슈가 없었고 이번에는 조국, 공정, 검찰개혁 등 큰 이슈가 있을 때 만났기 때문에 훨씬 더 관심 있었던 거 같아요. 양 진영을 대표하는 분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한자리에 모으자고 한 거예요. 물론 두 분이 그동안 <100분 토론> 때 가장 많이 토론하신 분들이기도 하고, 각 진영의 대표 주자를 모셔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도록 해보자고 했던 게 좋았죠.”

-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3개월 전부터 섭외했어요. 나오신다는 약속을 받고 차근차근 단계별로 갔죠. 두 분 다 <100분 토론>에 애정이 많으신 분이고 서로에 대한 어느 정도 수준의 신뢰도 있어요. 그리고 케미라고 하나요? 서로 생각이 달라도 말 수위를 맞춰서 핑퐁이 가능한 토론 상대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재밌지 않았나 해요.” 

- 방송이 끝나고 토론은 유튜브로 이어갔잖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 하셨어요?

“일본에 <아침까지 생방송>이라는 토론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건 밤새 이야기가 다 나올 때까지 해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불가능하잖아요. 그날(10월 22일) 방송 시작한 게 밤 9시였잖아요. 그 뒤에도 다른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어서 무작정 오래 할 수도 없죠. 그렇다고 토론이 말끔히 끝나면 좋지만 할 얘기도 남았고 100분이 길다고 생각하면 긴 시간이지만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시간이잖아요. 방송 끝나고 나서도 못한 이야기 있으면 털어놓자고 컨셉을 말씀드렸어요. 두 분도 알았다고 했죠. 전 뒤쪽이 더 재밌었어요.” 

- 동시 접속자가 18만 명 정도던데 밤 11시에 그 정도면 상당히 많이 본 거 같아요. 뿌듯함이 있었을 거 같아요.

“전 유튜브 잘 하지 않거든요. 18만 명이 많은지 적은지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주위에서 많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방송 전체를 유튜브로 하는 것도 처음에 기획했거든요. 그러나 회사 정책이 제 생각과 달라서 생방송은 TV로 하고 그 뒷이야기는 유튜브로 하는 거로 했어요. 저희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지만 많은 분이 관심 가져 주셨죠.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구도에 국민도 관심을 가지고 유튜브를 통해서든 TV를 통해서든 그런 자리가 있다는 것에 관심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보람 있어요.”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논객들 적극 발굴해낼 것”

- <100분 토론> 20년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여론이 양극단으로 갈리고 서로 자기가 듣고 싶은 매체만 찾아서 듣는 상황이 더 악화되면 <100분 토론> 같은 토론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가 더 절실해질 거예요. 저는 반대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 방송 시간이 화요일 밤 12시라서 불만이 있으실 거 같아요.

“맞아요. <100분 토론> 한 걸 유튜브 버전으로 만드는 게 그런 거죠. 토론 시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다양한 시도 해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방송 시간대라든지 예산 등의 한계가 자꾸 압박하니 시도 자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거죠. <100분 토론>도 실패할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너무 산소호흡기 꽂아놓고 놔두는 거 같아서 아쉽죠.” 

   
▲ 유시민(우) 노무현재단과 홍준표(좌)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달 23일 20주년 특집 MBC '100분토론'에 출연했다. <사진=김주만 기자 제공>

- <100분 토론> 하면 시민 논객도 중요한 역할을 한 거 같아요.

“시민 논객 중요하죠. 저희가 놓치는 부분도 많아요. 스텝들도 계속 준비한 원고에서 빠졌는지 확인하지만 사실 그건 제작하는 사람들 머리에서 나온 거고 그 외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의견 듣기 위해 시민논객이 있는 거고 그분들에게 의견 받아요. 유튜브 통해 의견 받는데 기회 있으면 더 많은 사람 모아서 생으로 듣고 싶은 거도 있어요. 토론이라는 게 양 진영 극단의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방면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의견이 녹는 용광로 같은 토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죠.”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TV든 유튜브든 많이 보는 프로그램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봐야 비난하든 칭찬하든 할 거 아니에요. 포맷을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젊은 논객도 키우고요. 유시민 이사장과 홍준표 대표는 당시도 최고의 논객이었고 지금도 최고의 논객이잖아요, 20년 동안 이러고 있으니 이건 우리가 새로운 논객을 발굴하는 데 게을리 한 측면도 분명히 있고요. 사실 방송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퀼리티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는 논객을 부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논객 발굴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나는 거예요. 다양한 측면에서 숨겨진 논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싶어요. 다만 이분들은 옛날과 달리 토론 나왔다가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욕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꺼리기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사회 전체의 토론 문화에 대한 미성숙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들 <100분 토론>에서 열심히 토론시키고 발굴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어 국민 전체 토론문화나 인식 같은 거도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으면 인식이 다양한 생각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그럼 <100분 토론> 성공 아닌가란 생각합니다.” 

- 기계적 중립에 대한 얘기도 많은데.

“기계적 중립도 중요하죠. 기계적 중립의 반대는 뭔가요? 중립은 지켜야 할 기본인 거죠. 물론 그런 기계적 중립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는데, 만일 말도 안 되는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목소리도 듣기는 들어야 하죠. 대신에 합리적인 시청자에게 잘못된 엉터리 논리나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거든요. 그래서 기계적 중립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목소리가 있으면 들려주지만, 그 목소리가 다수의 목소리인 거처럼 전달되지 않도록 조심해야죠. 그렇지만 일부 목소리가 있는데 없는 거처럼 무시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구난방이란 말이 있잖아요. <100분 토론>의 방향이 대중의 입은 막을 수 없고 다양한 목리는 듣는다는 게 아닌가 싶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저희 어려울 때 많이 도와주시고 이상호 선배가 열심히 하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쉽지 않은 데에서 고생하시는 거에 박수를 보내고요. <GO발뉴스> 같은 독립 언론이 많아서 기존 언론 매체를 자극하면 좋겠어요.”

이영광 기자 

고발뉴스TV_이상호의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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