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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목·기자 성추행은 괜찮고 검사 비난은 문제?

기사승인 2019.10.07  10: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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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보수신문의 ‘반쪽짜리’ 인권의식 … 이젠 놀랍지도 않다

<親與 네티즌, 조국 집 압수수색한 검사 ‘사이버 테러’> 

오늘(7일) 조선일보 3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 수색에 투입됐던 검사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김모(46) 검사가 친여(親與) 성향 네티즌들로부터 ‘사이버 테러’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른 검사였다”면서 “거짓 정보가 걸러지지 않고 사이버 테러로 연결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인신공격성 허위 사실 … 검찰과 언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검사에 대한 사이버 비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방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관계가 불분명합니다. 만약 조국 장관 자택 압수 수색 당시 일부 네티즌이 주장한 것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비판받을 소지가 크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주장일 뿐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건, 조선일보처럼 ‘이 같은 행위’가 사이버 테러라는 진단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나 검찰에 비해 ‘민초’들이 할 수 있는 ‘비판적 정치행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이런 행위를 검찰에 대한 불만을 다소 과격하게(?) 표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보도하면 될 일입니다. 

물론 정확하지 않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검사를 비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 - 언론도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이 같은 행위 자체를 뭐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검사에 대한 비난’을 ‘사이버 테러’ 운운하며 별도 기사까지 내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을 보면서 이들의 ‘인권 감수성’은 왜 이 따위(?)로 반쪽짜리가 된 것일까 –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일부 극우·기독교 단체의 광화문 집에서 벌어졌던 ‘폭력’은 왜 침묵하나 

무슨 얘기냐? 조선일보 표현대로 ‘검사 신상털이’와 관련해선 이처럼 별도 기사까지 내는 보수언론이 이보다 몇 배는 더한 주장과 과격한 폭력 등이 난무했던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 대해선 왜 ‘조용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가 – 이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언급한 내용도 있고 일부 생략한 내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7일) 다시 한번 ‘광화문 집회에서 난무했던 폭력과 범죄행위’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추리고자 합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김(한정) 의원이 문제 삼은 건 전날 집회에서 ‘자유수호 국가원로회의’라는 단체 명의로 뿌린 호외 내용이었다. 김 의원은 ‘전국적으로 100만 명의 자유 우파 통합군이 청와대 함락을 목표로 광화문에 집결시키자’, ‘해병전우회, 북파공작원, 공수특전사 출신 요원으로 구성된 결사대는 통합군 선봉에서 경찰 바리게이트를 무력화시키자’, ‘순국대 2000명을 조직해서 경찰 발포 사격을 몸으로 막아내자’, ‘전직 청와대 경호관 출신 주축으로 100명의 특수임무조는 문재인 체포조를 결성해서 청와대 영빈관을 접수하자’ 등의 내용을 일일이 거론했다.” (오마이뉴스 10월4일 <“문재인 체포조 결성? 내란선동”... 경찰청장 “나도 착잡”>) 

“3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한기총, 한국교회기도연합 주최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오후 3시가 지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 오후 3시 24분께 집회 현장에 검은 옷과 흰 머리띠를 두른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난입했다. 이들은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각목으로 경찰저지선 격벽과 경찰 방패 등을 때리며 경찰 저지선 돌파를 시도했다. 맨 앞에 선 5명 정도가 각목을 마구 휘둘렀는데, 이들에 맞선 경찰은 각목을 격벽과 방패로 막을 뿐 적극 대항하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은 대오에서 끌려나와 방패와 무전기를 빼앗기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10월3일 <보수집회 선봉에는 ‘각목’, 뒤에서는 ‘태극기 응원’>) 

“지난 3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여성 기자가 시위 참가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 해당 기자의 소속 언론사인 JTBC와 한국여기자협회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JTBC는 4일 ‘파손 등 다른 피해도 문제지만, 현장에 나간 여기자를 장시간에 걸쳐 둘러싸고 성추행까지 하며 가둬두다시피 한 것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10월4일 <JTBC·여기자협회 “집회 성추행, 용납할 수 없는 일”>) 

“3일 오후 3시께 자유한국당과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아래 투쟁본부)가 이끈 문재인 정권 규탄 대규모 집회 현장. 연사들의 연설이 한창 이어진 투쟁본부 무대 우측 문화재 시설에서 경보음이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 문화재보호법상 출입이 제한된 국가지정문화재에 들어가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집회 참가자 30여 명은 보호 울타리를 뛰어 넘어 기념비를 보호하고 있는 기념비전으로 들어갔다 … 문화재 난간과 계단 위에는 생수병과 소주병이 굴러다녔다.” (오마이뉴스 10월3일 <출입불가 문화재 침입한 ‘태극기들’, 빵 먹고 술병 뒹굴고>) 

제가 지난 번에 쓴 <조중동 ‘광화문 집회’에 없는 풍경들>에서도 지적한 내용이지만 만약 지난 주말 서초동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에게 각목을 휘두르고 △TV조선과 채널A 취재 기자에게 폭행을 가하고 △조중동 기자에게 성추행한 일이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검사에 대한 사이버 테러? 각목 휘두르고 기자 성추행 한 건 별문제 없나

TV조선이나 채널A 취재차량이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면 조중동 지면은 아마 난리가 났을 겁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언론의 이 같은 행위 자체를 뭐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비판할 수 있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소한의 균형감각’과 ‘형평성’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의 검사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별도 기사를 통해, 그것도 여러 신문이 문제 삼았다면 사실 앞서 언급한 광화문 집회에서 발생했던 ‘폭력’은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합니다. 기사 비중은 물론 비판 강도 또한 높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랬던가요.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많은 언론이 서울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벌어졌던 ‘온갖 문제점’은 그냥 한 줄 언급하는 정도로만 보도했습니다. 검사에 대한 ‘사이버 비난’은 문제가 심각하고, 경찰에게 각목을 휘두르고 기자를 성추행하며 ‘청와대를 함락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되는 모양입니다. 

한국 언론의 ‘반쪽짜리 인권의식’은 정말 답이 없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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