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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는 대서특필·‘검찰 개혁’은 모른 척

기사승인 2019.09.28  11: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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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조선일보 지면엔 ‘검찰 개혁’ 시국선언 기사가 없다

“전국 교수 4300여명이 조국 법무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서명한 교수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 사회를 맡은 이제봉 울산대 교수는 ‘지난 중간 발표 기자회견 이후 메일 등으로 협박받은 교수들이 있어 소속 학교는 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28일) 조선일보 4면에 실린 <‘조국 사퇴’ 서명교수 3265명 명단 공개> 가운데 일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웃깁니다. 소속 학교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도 그렇고, 그런 주장을 아무런 의심 없이 넙죽 받아쓰는 조선일보도 웃깁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국 사퇴’ 시국선언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 소속 공개는 생략

“메일 등으로 협박받은 교수들이 있어 소속 학교는 표시하지 않을” 정도면 공개적으로 시국선언을 왜 하는 걸까요? 

통상 시국선언은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 등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때문에 참여하는 지식인이나 저명 인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죠.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대부분 실명으로 참여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시국선언’한다고 홍보를 했는데 서명교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제(28일) 공개를 했는데 또 소속 학교는 생략입니다. 

제가 봤을 때 이건 시국선언이 아닙니다. 지식인이나 종교인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언론이 이런 주장을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요? 자신의 주장과 발언 이후 다소 불이익이 있더라도 그런 발언과 주장에 책임을 지겠다는 걸 구성원들이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속 없이 이름만 있는 ‘안전한’ 시국선언을 한다? 그런 시국선언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속조차 밝히지 못하는 시국선언을 언론이 주목할 이유는 없습니다. ‘단신 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재밌는 건, 그런 ‘단신 거리’도 되지 않는 시국선언을 조선일보는 무려(!) 4면에서 기사화했다는 점입니다. 

어제(28일) KBS가 <뉴스9>에서 보도한 것처럼 “선언문에는 공개에 동의한 3천2백여 명의 이름만 담겼는데 소속 대학은 밝히지 않아 ‘꼼수 실명 공개’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 줄 정도 언급할 만도 한데 조선일보는 이조차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조국 사퇴’ 시국선언은 대서특필하고 ‘검찰 개혁’ 시국선언은 무시하는 조선일보

최소한 세계일보가 오늘(29일) <조국 규탄 ‘시국선언 교수명단’ 논란…학교·학과 밝히지 않은 채 이름만 있어 의문점 여전>에서 보도한 정도의 문제제기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보도 내용 간단히 인용합니다. 

“이 단체는 총 3256명의 서명 참여 교수 이름을 공개하긴 했는데, 학교·학과도 밝히지 않고 이름만 있어 의문점은 여전한 상태다 … 이 단체는 ‘시국선언 중간보고’ 기자회견이라는 이례적인 일정을 열면서도 교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 이들은 서명 참여 교수의 소속과 이름을 함께 명기할 순 없었던 것인지, 명단이 확실히 검증된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 <이미지 출처=세계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가 정말 어이없는 건, 사실 다른 데 있습니다.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참여한 교수들 숫자도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보다 훨씬 많은 ‘검찰 개혁’ 시국선언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경향신문이 지난 26일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대학 교수 4000여 명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시급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국내·외 교수·연구자 일동’은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서명에 참여한 교수 409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과연 현재 사태의 핵심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수십 년 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 성패를 결정지을 핵심적 사안은 바로 검찰 문제’라고 밝혔다 … 이들은 검찰의 내부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국회 통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요구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은 “국내외 670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4천여 명이 서명했는데 주최 측은 이름과 소속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통상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소속과 이름을 함께 명기하지도 않고 △명단이 확실히 검증된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조국 사퇴’ 시국선언은 보도를 안 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하는 게 온당합니다. 

조선일보처럼 핵심 내용 다 빼고 ‘뭔가 대단한 시국선언’인 것처럼 보도하는 건 사실상 ‘왜곡보도’나 마찬가지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렇게 문제 많은 ‘조국 사퇴’ 시국선언은 기자회견 전부터 ‘000명 돌파’라고 하면서 실시간 중계를 해주더니 정작 훨씬 많은 규모와 투명성이 확보된 ‘검찰 개혁 시국선언’은 대놓고(!) 무시합니다. 이러니 조선일보가 ‘정파 언론’이라고 비판받는 겁니다. 

   
▲ '시급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국내 및 해외 교수·연구자 일동'은 26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이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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