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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 남용’에 무감각한 언론들

기사승인 2019.09.24  15: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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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국 장관이 피의자? 한국일보의 무리한 제목 이대로 좋은가

<‘피의자 조국’ 집 압수수색… 檢, 사생결단 승부수> 

오늘(24일) 한국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한국일보 기사, 특히 제목은 현재 한국 언론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우선 조국 법무부 장관은 피의자 신분이 아닙니다. 한국일보는 ‘작은 따옴표’를 통해 자택 압수수색으로 조 장관이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는지 모르지만 이건 명백히 사실과도 다를뿐더러 무리한 제목입니다. 

한국일보는 △압수수색의 구체적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기사 어디에도 조국 장관을 피의자로 판단할 수 있는 팩트가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제목에서 ‘피의자 조국’이라고 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제목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피의자’ 조국? 한국일보 1면 제목 타당한가 

‘檢, 사생결단 승부수’라는 표현도 제가 보기에 적절치 않은 제목입니다. 물론 비슷한 표현을 사용한 기사는 다른 언론에서도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제가 한국일보를 예로 들었지만 이건 한국일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비롯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 시기에,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상황을, ‘스포츠 중계’ 보도하듯 전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검찰이 사실상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지금의 상황을 ‘사생결단 승부수’라는 표현을 쓰면서 보도하는 게 온당한가 – 이런 의문도 가지게 됩니다. 한국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최후의 승부수’ ‘초강수’라는 표현도 등장시켰습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오늘(24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지적했지만 “피의사실을 공표할 때는 어느 정도 수사가 진척되어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확증과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찰이 던져준 정보를 활자화하고 방송으로 전파하면 국민은 피의자를 영락없는 유죄의 범죄자로 보게”될 뿐더러 “검찰이 일방적으로 흘린 피의사실은 법정에서 다투어 확정되어야 함에도 언론의 힘으로 진실한 사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태훈 교수의 지적을 조국 장관 가족과 관련한 수사에 적용시키면 사실 여러 문제점이 발견됩니다. 제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건, 엄청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검찰권 남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24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사설에서 ‘잠깐’ 언급하는 정도인데 재밌는 건(?)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검찰로서도 수사가 잘못됐을 경우의 역풍을 모를 리 없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의 ‘정도 수사’를 지켜보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했다는 점입니다. 

피의사실 공표 수준이 아니라 ‘사실관계’와도 어긋나는 제목을 1면에 단 한국일보가 사설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검찰을 향해 ‘정도 수사’하라고 조언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온당한 보도’를 하고 있는지부터 성찰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검찰은 지금 ‘법과 원칙에 따른 정도 수사’를 지키고 있나 

사실 저는 오늘 SBS 라디오 <이재익의 정치쇼>에 출연한 고재열 시사인 기자의 진단이 왜 기사로 나오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고재열 기자의 문제의식에 전폭적으로 공감한다는 얘기입니다. 

방송화면과 신문지면, 인터넷 등에서 수많은 기사를 보고 있지만 고재열 기자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기사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만큼 현재 ‘조국 장관’과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천편일률적이고 ‘검찰발 중심’의 기사가 많으며 ‘검찰권 남용’에 대해 무딘 감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제공=뉴시스>

고재열 기자는 어떤 얘기를 했을까요? 오늘 저의 ‘기자수첩’은 그의 글을 간략히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조국 장관 자택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그리고 검찰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들려주고픈 ‘문제의식’입니다. 

“이 정도 (검찰) 수사팀 규모가 꾸려지는 게 맞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총장이 자의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수사팀 규모가 꾸려지려면 ‘장관 후보자’여서 되는 건 아니다. 이 사람(조국 장관)이 저지른 범죄의 성격이 누가 봐도 권력형 비리이고 이 정도 (수사팀을 꾸려서) 캐내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들이 드러나는 부분이 보였을 때 구성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전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자녀 입시비리에 이 사람이(조국 장관), 이 부인(정경심 교수)이 도장위조를 했을 것 같다는 심증으로 꾸릴 수 있는 수사팀 규모가 아니다. 이 부인이 그걸로 장사를 해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흔들 만큼 입시부정의 당사자이거나 아니면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 본인의 지위를 활용해서 펀드 등 여러 활동에 개입한 정황이나 확실한 진술, 제보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전제를 만족시키면서 만들어진 수사팀이 아니라 이미 구성된 수사팀이 ‘그런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 답도 나오는 구조도 아니다. 현재까지 나온 걸 봤을 때는. 

이것은 검찰권 남용이다. 이 정도 수사결과를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동원해한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직권 남용이면서 동시에 배임이다.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할 검사들을 빼내서 검찰총장이 ‘자기 정치’를 하는 수사에 쏟은 거니까. 이건 배임이다. 

이런 수사를 합당하게 하려면 본인(윤석열 검찰총장) 임명과정에서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과 관련해서도 똑같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지 이 수사는 합당할 수 있다. 본인이 검찰총장으로서, 본인의 처도 엄청난 재산가이지 않나. 재산 형성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고, 처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됐다. 그런 점에서 조국 장관이 받는 수사를 본인도 받아가면서 해야 공정한 것이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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