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태의 와이드뷰] 검찰 이익 반하면 누구라도 탈탈 털 수 있다는 대국민 겁박인가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수사를 두고 ‘직을 걸겠다’, ‘수사에 책임을 지겠다’라고 했다 한다. 선의로 해석하면, 수사와 관련한 ‘외압’을 막을 테니 수사팀은 흔들리지 말고 수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작 수사팀에는 ‘내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검찰 조직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뒤 첫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성과(기소)’를 내지 못한다? 이는 ‘실패한 수사’ ‘무능한 검찰’을 의미한다.”
최근 출간된 시사주간지 <시사IN> 628호의 ‘편집국장의 편지’에서 고제규 편집국장은 ‘어떤 이의 취임사’라는 글을 통해 위와 같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고 편집국장은 검찰의 조국 법무부장관 수사가 무리수라 비판받는데 대해 “나는 ‘검찰총장 1호 수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며 ‘역지사지’란 성어를 끌어 왔다.
일견 공감이 가는 칼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고 편집국장은 검찰의 불법 다단계 업체 압수수색을 예로 든 뒤, “이 정도 수사 규모로는 정재계 등 ‘특권층 자제의 입시비리’를 기획 수사하는 게 맞다”며 “다단계 수사처럼 지류에서 시작해 본류로 닿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특수부 화력을 한 사람과 관련한 수사에 투입하는 게 온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1호 수사’라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작금의 검찰이 두고 있는 무리수가 이해가 간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고 편집국장은 ‘역지사지’를 위해 윤석열 총장의 ‘취임사’를 끌어왔다. 헌데 그 취임사를 다시 읽어 보니,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고 편집국장의 해석을 좀 더 들여다보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 총장과 그 가족을 두고 야당은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규모로 특수부 검사를 투입하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먼지떨기식 수사를 하면 윤 총장이라고 무탈할까? (중략) 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읽은 취임사다. 아직 취임사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다.”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7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시사IN> 고제규 편집국장의 일침 “아직 취임사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다”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
“수사를 개시할 공익적 필요가 있는지 기본권 침해의 수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법집행 권한을 객관적·합리적 근거를 갖지 못한 고소·고발 사건에 기계적으로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
고 편집국장이 예로 든 윤 검찰총장의 취임사 중 일부다. 형사 법집행이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대목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법집행 권한을 객관적‧합리적 근거를 갖지 못한 고소·고발 사건에 기계적으로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는 문장은 어떠한가.
윤 검찰총장은 작금의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자신이 취임사를 통해 ‘안 된다’고 못 박았던 기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특히 윤 총장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법집행)권한”이라고 강조했던 대목을 읽을 때면, 말 그대로 ‘아연실색’하게 된다. 지금 검찰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무시한 채 ‘검찰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으로 전락한 것은 누구인가. 전문 중엔 이런 대목도 나온다.
“검찰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법집행 업무에 임하는 여러분에게 이보다 더 본질적인 자세와 인식의 전환에 관해 꼭 당부할 말씀이 있습니다.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입니다(중략).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윤 총장은 과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명령을 왜 깡그리 무시한 채 문재인 정권과 국민들이 열망하는 검찰개혁에 반기를 드는 듯한 수사로 일관하는가. 윤 총장의 취임사 중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문장은 또 있었다. 바로 이런 문장들. 국민을 소환한 이러한 다짐들은 고 편집국장의 말마따나 “아직 취임사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은, 필요 없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행사하는 형사 법집행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서, 법집행의 범위와 방식, 지향점 모두 국민을 위하고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경청하고 살피며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이 되자고 강력히 제안합니다. 그리고 저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힘차게 걸어가는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자, 다시 물어 볼까. 조 장관과 조 장관 가족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닌가. 왜 그들은 망신주기 압수수색과 전례 없는 검찰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아니 검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라도 탈탈 털 수 있다는 대국민 메시지인가. 그런 대국민 겁박이 윤 총장이 말하는 ‘국민과 함께 하는 자세’인가.
아니다. 그렇게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정치 검찰만큼이나 국민들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것이 작금의 특수부 수사처럼 검찰의 이익에 반하는 그 누구라도 탈탈 털 수 있다고 말하는 ‘검찰 우선주의’라 할 수 있다. 그건 윤 총장 본인이 말했던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와도 부합하지 않는 검찰상이다.
국민들이 매주 토요일 대검찰청 앞에서 촛불을 들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목소리다. 만약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를 보일 의지가 있다면, 당장 상식적이고 공정한 수사로 전환하시라.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거두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타 정치인과 정치인 가족 고소고발 사건을 즉각 동일한 ‘화력’으로 수사하시라. 그렇지 않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역대 최악의 취임사를 남긴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남을 것이다. 거기에, 역대 최악의 거짓말을 한 검찰총장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이고.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 영상 캡처> |
[다음은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사 전문] Ⅰ Ⅱ 검찰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법집행 업무에 임하는 여러분에게 이보다 더 본질적인 자세와 인식의 전환에 관해 꼭 당부할 말씀이 있습니다. 또한 형사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민의 권익 침해를 수반합니다. 특히, 문명 발전의 원동력인 개인의 사적 영역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울러, 소추 이후에 법적용의 오류가 발견되었다면 즉각 시정하여 잘못 기소된 국민이 형사재판의 부담에서 조속히 해방되도록 해야 합니다. Ⅲ 과거 우리나라의 법집행기관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두 축으로 하는 우리 헌법체제의 수호를, 적대세력에 대한 방어라는 관점에서만 주로 보아왔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 헌법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형사 법집행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리고 저는 여성, 아동과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와 서민 다중에 대한 범죄 역시 우선적인 형사 법집행 대상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Ⅳ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합니다. 2019년 7월25일 |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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