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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아들 왼손에 쓰레기봉투’가 기사인가

기사승인 2019.09.23  1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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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류석춘 연세대 교수 자택 앞에서 ‘진’을 치는 기자는?

“조 장관의 아들은 왼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었다.” 

오늘(23일) 동아일보 4면에 실린 <檢, 충분히 수사후 조국부인 공개소환 방침> 가운데 일부입니다. 검찰이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개소환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그 내용을 ‘간단히’ 취재하면 될 것을 동아일보는 ‘굳이 보도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까지 시시콜콜히 보도했습니다. 대체 이런 식의 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국 장관 아들이 쓰레기봉투 든 것까지 보도 … 진정들 하시라 

대략 추정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 장관 자택 앞에는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식의 취재가 때론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지금 조국 장관과 관련해선 별 의미 없다고 봅니다. 자택을 진을 치면서 대체 ‘무엇’을 심층 취재할 수 있다는 걸까요? ‘진’을 치면서 어떤 사안을 추가적으로 보도할 수 있다는 걸까요? 

아무튼 자택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취재기자 입장에선 뭔가 기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조국 장관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했을 겁니다. 

그런데 앞서도 언급했지만 자택 앞에서 진을 치면서 취재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조 장관 가족들이 드나드는 것 외에는 말이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나요? 저는 오늘 동아일보 기사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조 장관의 아들은 왼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었다”라는 게 기사가 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檢, 충분히 수사후 조국부인 공개소환 방침>이라는 기사 제목과도 동떨어진 내용이고 ‘쓰레기봉투’ 자체로도 기사 가치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국 장관 아들이 왼손에 쓰레기봉투를 들었든, 오른손에 밥통을 들었든 그게 ‘국민의 알 권리’와 무슨 상관입니까. 공공의 이익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조국 장관 자택 앞에서 ‘진’치고 있는 기자들 취재 목적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기 위한 건지 묻고 싶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옐로우 페이퍼’들이 하는 행태일 뿐입니다. 

언론자유는 ‘내 맘대로 취재 자유’가 아니다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 오늘(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자들의 ‘과열취재’를 비판한 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한 원장이 쓴 글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기자들의 취재가 직장이 아닌 저희 집 부근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주거지는 프라이버시가 존중돼야 하는 공간이고, 이웃 주민들도 공동으로 거주하는 곳이다. 아파트 건물 안과 주차장에 기자들이 드나들며 사진을 찍고, 비밀번호를 눌러야 출입할 수 있는 주민 전용 공간에 함부로 들어와 집 현관문 앞까지 와서 숨어 있거나 문을 두드리는 일이 거듭됐다 … 컴컴한 복도에 숨어 있던 기자와 갑자기 맞닥뜨려 쇼크 상태에 이른 적도 있다.” 

대체 이런 식의 취재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한인섭 원장을 밀착취재(?)한 조선일보 기자는 “국민 앞에 떳떳하게 해명하라”는 취지의 칼럼을 오늘(23일) 썼던데 … 저는 솔직히 웃깁니다. 조선일보 기자는 아마 다음과 같은 부분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취재를 정당화한 것 같습니다. 인용합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장이다. 국가의 돈으로 대여한 고급 승용차를 관용차로 이용해 출퇴근하는 공인이다. 공인은 본인에 대한 의혹에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에 해명할 의무가 있다.” 

백 번을 양보해서 그래서 한 원장이 지난 주 피고발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나요? 무엇보다 △수사가 진행 중이고 △언론의 무리한 보도와 검찰의 무리한 기소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언론을 상대로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조선일보와 소속 기자들은 자신들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될 때 타 언론사 취재에 적극적으로 임했나요? 제가 미디어오늘 기자로 있을 때 가장 배타적이고 취재에 응하지 않았던 곳이 조선일보입니다. 자신들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사기업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지 말기 바랍니다. 그럴 거면 언론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하는 게 온당하다고 봅니다. 

   
▲ 지난해 4월2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보도본부 앞에서 TV조선 기자들이 수습기자의 '드루킹' 누릅나무출판사 절도 관련 경찰 압수수색 통보에 반발,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류석춘 연세대 교수 자택 앞에서 취재하는 기자는 왜 없나

저는 무엇보다 기자들의 취재는 ‘무한대로 통제받지 않는 절대의 자유’인 것처럼 생각하는 언론종사들 인식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언론자유가 ‘내 맘대로 취재할 자유’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체 누가 “비밀번호를 눌러야 출입할 수 있는 주민 전용 공간에 함부로 들어와 집 현관문 앞까지 와서 숨어 있거나 문을 두드리는” 권한을 기자들에게 부여했습니까. 이런 방식으로 대체 무엇을 취재(?)할 수 있다는 건가요? 혹시 ‘본지 포착-한인섭 원장 오른손에 쓰레기봉투 들고 있었다’라는 기사라도 쓸 생각이었나요? 

저는 이 같은 기자정신(?)이 ‘편파적’으로 발휘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왜 기자들은 최근 강연에서 망언을 해 물의를 빚은 류석춘 연세대 교수에게 이런 취재기법(?)을 적용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발언 내용이나 파문 정도로 봐서는 류석춘 교수 자택 앞에서 하루 종일 ‘뻗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류 교수 자택 앞에서 ‘진’을 치는 기자는 얼마나 될까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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