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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영 검사 글 인용보도, 이대로 좋은가

기사승인 2019.09.21  11: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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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사전 각본’ 주장, 언론은 얼마나 팩트체크 했나

“공개적인 비판도 나왔다.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도 했다.” 

오늘(21일) 조선일보 4면에 실린 <조국 만난 검사들 “왜 이런 자리 만드나…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가운데 일부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검찰청을 찾아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들은 내용을 다뤘습니다. 

조선일보가 전한 ‘검사와의 대화’가 현장 목소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크로스체크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등장한 ‘현장 검사들’ 대부분이 익명으로 처리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조선일보가 전한 분위기와 다른 맥락도 보입니다.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출처=안미현 검사 페이스북 캡쳐>

‘사전 각본’ 있다는 주장 … 언론은 얼마나 팩트체크 했나 

조국 장관이 진행한 ‘검사와의 대화’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비판적인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부 언론에 등장한 ‘익명의 검사들’ 발언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 하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대목입니다만 평가는 다양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도 그렇고 많은 언론이 언급한 임무영 검사의 ‘조국 비판’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임 검사의 발언이 필요 이상으로, 과대하게 언론에 인용되는 건 아닌가 –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가 실명으로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기 때문에 언론의 ‘레이더’에 많이 잡힌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 하러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오히려 언론이라면 실제 임무영 검사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사전 각본’이 있었는지 체크하고 점검하는 게 우선 아니었을까요? 

팩트체크가 안됐다면 임무영 검사의 주장을 인용하는 데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언론은 물론 경향 한겨레까지 임 검사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그냥’ 인용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제가 임무영 검사 글을 단순 인용 보도한 언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 <이미지 출처=TV조선 보도 영상 캡쳐>

유승준이 군대 가라고 독려? 그럼 임무영 검사는 ‘자격’이 얼마나 있을까 

임무영 검사는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 했습니다. 

조국 장관의 ‘검찰 개혁’에 대한 임 검사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만약에 유승준 씨가 정말 ‘저런 발언’을 했으면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가정을 전제로 한 유승준 사례’에 대해선 동의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임 검사는 검찰 개혁을 얘기하고 조국 장관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 시사인 정희상 기자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가 지난 2011년 펴낸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책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책에 언급된 내용을 여기서 다시 거론하진 않겠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검찰 수사와 관련한 논란이 제기됐을 때 임 검사는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요? 임 검사는 조국 장관 취임 직전에도 “조국 후보자는 사퇴하고 수사를 받으라”라고 주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임 검사는 “적어도 수사에 영향을 줄 권한을 가진 자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앉은 공무원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경우 일단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장관직 후보직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논리와 기준은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도 적용됩니다. 당시 이 후보는 BBK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임 검사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같은 기준과 논리라면 당시에도 이명박 후보를 향해 “일단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했을 법도 한데 말이죠.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자살했을 때 그는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검사가 아닌 민간인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자살했을 때 그는 ‘어떤 글’을 올렸을까요? 

   
▲ <이미지 출처=온라인 포털 캡쳐>

임무영 검사는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언론은 인용에 신중해야

물론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 검사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매번 입장을 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언론에 많이 인용되거나 소개되는 임무영 검사의 ‘글’이나 주장에는 일정한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권한이 집중된 검찰 기득권을 내려놓는 이른바 ‘검찰 개혁’과 관련한 내용은 거의 없다는 점 △보수 정권 하에서 제기됐던 검찰 수사의 편파성 논란에 대한 글도 거의 없다는 점 △상대적으로 ‘개혁진보 정권’에서 정권 비판적인 글이 많이 보인다는 점 등입니다. 

저는 이 자체가 문제라고 보진 않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무엇이든,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개진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자유와 권리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언론이 어떤 사안에 대해 ‘특정 인사’의 글과 주장을 인용할 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팩트체크’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주장을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하는 것, 검찰 개혁과 관련해 이른바 ‘검사와 스폰서’라는 책에 이름이 등장한 검사의 주장을 인용하는 것 - 저는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건 해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보도의 신뢰성과 연관돼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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