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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시간 부족했다’로 오보 너그럽게 봐주는 시민들은 없다”

기사승인 2019.09.11  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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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한국일보 무려 21개의 ‘조국 단독’들을 되돌아보라

“정치학자들은 조국 사태가 여야 공히 ‘극단의 정치’ 함정에 빠져들면서 증폭됐다고 진단했다. 조 장관 임명을 두고 양측은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과 청와대, 진보 진영은 ‘정권의 운명’을 조 장관 임명과 동일시 했다. ‘여기서 무너지면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세력의 반격에 무릎 꿇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중무장시켰다. ‘조국 아니면 항복’.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언론과 야당의 합리적 의심과 검증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광기’로 몰아붙였고,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는 청년들은 야당의 조종을 받는 철부지로, 진보의 위선에 치를 떠는 국민들은 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군중으로 매도했다.”

11일자 <“내 편만 옳다”는 극단의 정치... 중도층 ‘합리적 목소리’ 설 곳 없다>는 <한국일보> 기사 중 일부다. 특히 “언론과 야당의 합리적 의심과 검증”을 진보 진영이 “‘열등감에 사로잡힌 광기’로 몰아붙였”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와의 통화를 소개하며 “‘진보 진영은 조국을 촛불정권의 상징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승자박에 빠졌다. 정권이 무너지면 안 되니 (어떤 흠결에도) 죽어도 지키려 했던 것’이라는 주장을 소개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밖에도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등의 ‘전문가’의 의견이 소개됐다.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극단의 정치는 위험하다”며 “조국 사태로 갈라진 진영 대결은 한국 정치와 우리 사회에 회복하기 힘든 중상을 안겼다고 정치학자들은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한국일보>가 이날 시작한 ‘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시리즈 중 두 번째인 ‘더 공고해진 진영 논리’란 부제가 붙었다. 이날 <한국일보>는 ‘땅에 떨어진 공정ㆍ정의의 가치’를 시리즈 첫 번째로 내세웠다. 연재의 의도는 이랬다.  

21개의 ‘조국 단독’들을 되돌아 보라    

“한국일보는 조국 장관 인사검증을 통해 표출된 정치ㆍ사회 이슈를 점검하는 ‘조국사태 무엇을 남겼나’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공정성 문제나 진영 논리, 세대와 계층 갈등, 교육 제도, 미디어 역할 등 10가지 주제를 뽑아 현상을 짚어보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대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이렇게 ‘조국사태’를 돌아보는 일은 언론들이 앞 다퉈 내놓을, 이후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조국 후폭풍’과 연관된 유효한 이슈다. 그렇다면 똑같이 물을 수밖에 없다. 과연 ‘조국 사태’를 맞이한 ‘언론과 야당’이 ‘합리적 의심과 검증’을 선보였는지, ‘극단의 정치’를 부추기거나 혹은 갈등 양상을 부추기진 않았는지 말이다. 

‘중도’를 표방하며 10가지 주제를 선보인다고 천명한 <한국일보>는 과연 어땠나. 다음은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 검색 가능한 ‘조국 사태’ 이후 <한국일보>들의 ‘단독’ 기사 목록들이다. 무려 21건이다. 

[단독] 의전원ㆍ부산시ㆍ친동생… ‘조국 타깃’ 수사망 넓히는 검찰 (2019.09.11)
[단독] “조국 키우자는 뜻”… 사모펀드 5촌 조카 ‘이해충돌’ 감추려 필사적 말맞추기  (2019.09.10)
[단독] 조국 부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 수업 결국 폐강 (2019.09.10)
[단독] 조국 장관 임명 '반대' 46.8% '찬성' 36.2% (2019.09.10)
[단독] 조국 딸, 엄마 대학 교육원서 2명 몫 인건비 받았다 (2019.09.05)
[단독] 조국펀드 투자사, 와이파이 수주전 때 금품로비 공방 (2019.09.05)
[단독] 조국 부인 동양대 센터장 시절 딸에게 교재비 300여만원 지급…봉사라더니 웬 금품? (2019.09.04)
[단독] 조국 딸 ‘동양대 총장상’ 의혹에 발칵 뒤집힌 부산대 (2019.09.04)
[단독] ‘조국 의혹’ 디지털자료 삭제 등 광범위한 증거인멸 정황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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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조국 휴대폰까지 압수영장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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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국 딸 의전원 지원 자소서 대부분 허위사실ㆍ뻥튀기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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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국가 걱정하던 조국, 4년 뒤 경찰청 발주 연구에선 檢 비판 (2019.08.14)

비단 수량이 문제가 아니다. 과연 하나하나 뜯어보면, 개별 기사들이 ‘단독’의 가치가 있었는지, 또 팩트 체크나 검증은 만족할 수준이었는지, 이후 사실이 아니거나 부풀려진 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정하거나 기사에 반영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물론 의미 있는 의혹 제기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조국 딸 의전원 지원 자소서 대부분 허위사실ㆍ뻥튀기”라거나 “조국, 노환중과 만찬도 가졌다… 부산대병원 수상한 거짓말”과 같은 기사가 행여 ‘조국 광풍’에 휩쓸린 측면은 없지 않았는지, 하루하루 쏟아지는 야당과 타 언론의 의혹제기에 ‘단독’으로 응수하기 바빴던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과연 이러한 의문에 “언론과 야당의 합리적 의심과 검증”이라 단언할 수 있겠는가.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그 말

“기자가 치밀한 검증을 거쳐 사실을 제시해도 자신의 소신과 다르면 ‘가짜뉴스’라 하는 이들을 설득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당파성에 기울지 않고 그저 상식에 따라 판단하는 시민들조차 쏟아지는 뉴스들에 고개를 내젓는다면, 기자들은 그 이유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11일자 <경향신문>의 <‘조국 논란’ 이후의 기자들> 칼럼을 쓴 정은령 언론학 박사는 ‘언론과 야당의 합리적 의심과 검증’이란 주장에 대한 더 없이 유효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조국 기사 수’를 가지고 네이버 검색을 이용해 뒤늦게 ‘팩트 체크’ 중인 몇몇 언론들에게도 꽤나 유익한 ‘죽비’가 아닐 수 없어 보인다.   

정 박사는 이 칼럼에서 “첫째, 기자들끼리만 중요한 사실을 좇고 있지는 않은가?”, “둘째, 취재 과정은 투명한가?”, “셋째, 분초를 다투는 특종 경쟁에 쫓길 때 머리가 아니라 근육이 먼저 기억하는 윤리가 작동하는가?”라고 물은 뒤 아래와 같이 결론지었다. ‘중도’를 표방한 <한국일보>는 물론 ‘조국 사태’를 통과해 온 한국 언론 전체가 받아들여야 할 문제제기이자 당위였다.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로 오보를 너그럽게 받아들여주는 시민들은 없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말로, 취재 과정의 인권의식 부족을 용서받지도 못한다. 가혹해도 그게 ‘모두가 지켜보는’ 시대의 취재 현실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여전히 더 많은 좋은 기자들을 필요로 한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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