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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기소편의주의’ 비판하는 언론이 없다

기사승인 2019.09.07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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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사법개혁의 핵심…검찰의 기소 독점주의 폐단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아무개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조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서 논란이 예상된다.”

오늘자(7일) 한겨레 1면에 실린 <피의자 소환 없이…검찰, 조국 아내 전격 기소> 가운에 일부입니다. 검찰의 전격적인 조 후보자 부인 기소와 관련해 “검찰이 조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서 논란이 예상된다”라고 했습니다. 

   
▲ <이미지출처=한겨레 온라인판 캡쳐>

사실상 검찰의 ‘정치개입’ … 대다수 언론의 침묵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검찰 기소에 대해 비판한 언론은 별로 없습니다. 한겨레가 ‘이 정도’ 표현으로 나름의 문제의식을 내비쳤고, 경향신문이 1면 <검, 정경심씨 ‘표창장 위조’ 기습 기소…조국 “피의자 소환도 안했는데”>에서 비슷한 문제점을 언급했을 뿐입니다. 간단히 인용합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곧바로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해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공소시효 완성시점이 안 남은 점, 갑작스럽게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힌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대 의전원에 총장상을 제출한 시점부터 계산하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시효(15년)는 넉넉한 상태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정씨를 조사한 뒤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검찰의 전격적 기소 결정은 여권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도 검찰의 기소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비판’은 피해갔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정씨를 조사한 뒤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검찰의 전격적 기소 결정은 여권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여권의 반발만 부를까요? 저널리즘 차원에서, 경향신문이 보기에, 피의자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 없이 전격 기소 결정을 한 검찰의 태도가 온당하다고 보는지요? 이건 사실상의 ‘정치개입’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검찰의 기소편의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들도 경향·한겨레 정도만 우회적인 표현을 쓰면서 비판할 뿐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조국 후보자 부인 정모 동양대 교수와 관련해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를 언급하며 비판할 경우 “조국 후보자 쉴드치는 거냐”며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뿐인가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하는 ‘윤석열 체제의 검찰’을 지지하지는 못할망정 ‘문재인 정권 쉴드치기’나 하고 있는 ‘어용 언론’ ‘정권홍보 언론’이라는 비난까지 더해질 겁니다. 저는 지금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를 비롯한 이른바 ‘개혁-진보언론’이 이런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봅니다. 

   
▲ <이미지출처=경향신문 캡쳐>

진보·개혁 언론이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 

하지만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조국 후보자 지지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채 끝나 지도 않는 시점에서, 더구나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전격 기소를 결정하는 것이 온당한가? 언론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부인에 대해서도 이 정도 무소불위의 검찰 기소권이 행사되는데 ‘일반 서민’들에 대해서는 어떨까? 제가 우려하는 대목은 이런 부분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점’을 주목해서 비판하는 언론은 찾기가 힘듭니다. 

그냥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에 대해선 검찰이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기소를 해도 되는 걸까요? 만약에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 되는 겁니다.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와 ‘기소 편의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독일은 혐의가 확인되면 의무적으로 기소를 하는 ‘기소 강제주의’가 있지만 우리의 경우 검사 판단에 따라 기소가 결정됩니다. 심하게 말하면 검사 판단에 따라 죄가 있어도 기소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장관 후보자 부인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피의자 소환 조사 한번 없이’ 한밤에 기소를 한 검찰의 이번 결정은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허위 작성 의혹을 받는 표창장은 2012년 9월7일에 발급되었기 때문에 6일이 지나면 공소시효(7년)가 끝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지요. 하지만 ‘그런 식의 논리’라면 이전에 소환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엄청난 인력이 투입된 ‘수사단’ 아닙니까? 

청와대와 여권이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대해 ‘발언’하는 것 – 저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검찰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작동될 때 가능한 얘기입니다. 

지금 보세요. 검찰 수사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는 언론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조국 후보 방어하는 언론’ ‘정권 방어하는 언론’이라는 소리 들을까봐 비판도 우회적으로 합니다. 저 역시 지금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이명박근혜 정권’이 하던 것처럼 직접적으로 수사에 개입한다면 비판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제공=뉴시스>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수사개입? … 검찰 수사는 아무도 개입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인가 

하지만 검찰이 사실상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언론이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대로 견제를 해줘야 하는데 지금 우리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나요? 피의사실 공표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언론이 동시에 비난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말라? 

저는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수사개입이라는 식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검찰 수사는 아무도 개입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권력도 국회도 시민사회도 ‘검찰 권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대체 누구로부터 비판과 견제를 받고 있는 건가요? 

오늘자(7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언급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부분을 인용하면서 다시 한번 묻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검찰은 누구의 견제를 받고 있습니까?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이 검찰이 성급하게 조국 후보자 의혹 수사에 착수한 데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의혹이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의 국회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갖고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검찰이 수사에 나선 건 너무 일렀다. 아무리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이라 해도,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민 평가를 지켜본 뒤에 수사하는 게 바람직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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