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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물은 <조선> 기자…이래도 “조국만 유리한 형식”이었나

기사승인 2019.09.03  15: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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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협회·언론노조 ‘기레기 시대’ 끝내는 자정운동 깃발 올려야”

“전체적인 주도권을 조 후보자가 쥘 수밖에 없는 형식입니다. ‘사실과 다르다’ 혹은 ‘몰랐다는 답을 들으면 더는 추가 논쟁이 어려웠죠. 실제 질문에 나서는 기자들도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말을 끊고 질문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일회성 질의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중략). 

반면 조 후보자는 발언 방식이나 시간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죠. 증인과 참고인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인사청문회와 비교하면 후보자가 맘 편히 자기 해명을 전달할 무대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이미지 출처=SBS 화면 캡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전격 기자간담회가 열린 2일, SBS <추가 질문 어렵고 답변 무제한…조국만 유리한 형식> 보도 내용 중 일부다. 이날 지상파 3사와 JTBC 중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내용과 형식, 정치권 반응을 가장 비판적은 논조로 보도한 곳은 SBS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 항의를 천명한 기사이기도 했다. 3일자 일간지 사설 역시도 조 후보자와 여당 성토로 넘쳐났다.  

실제 그랬을까. 3일 오전 2시가 넘겨 끝난 이날 기자간담회는 무려 1박 2일, 11시간 여 동안 5번에 걸쳐 진행됐다. 생중계로 전체 간담회를 지켜본 결과, 개별 질문의 시간제한이나 내용에 대한 제지는 없었다. 다만, 여러 매체의 질문을 유도하려는 배려는 존재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시간이 흐를수록 기자들에겐 자율권이 부여됐다. 기자 개인에 따라 중복 질문을 이어가는 이가 부지기수였고, 일문일답 형식을 고집하기도 했다. 전례 없는 간담회의 전례 없는 자율권이었다. 그런데도 비판이 쏟아진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엔 '근조한국언론'이 등장했다. 왜 그랬을까.

질문은 많았다, 스모킹 건은 없었다 

“그러면 부산에서 살았다는 해명은 거짓말 아닙니까?” (기자)
“그건 아니죠.” (조 후보자)
“왜요?” (기자)

장황하고 공격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조목조목 조 후보자의 해외 거주 이력을 늘어  놓은 이 <조선일보> 기자는 결국 위장전입 의혹을 물었고, 조 후보자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마치 답을 정해놓은 듯한 질문은 이어졌다. 

   
▲ <이미지 출처=팩트TV 화면 캡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후보자가 영국 등 외국 유학 중에 주민등록을 옮길 수 없었다는 것, 그 사이 여러 차례 국내 주민등록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 과거 사실과 맞지 않은 설명이 있었다면 다시 확인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기자는 “그렇다면 부산에서 살았다는 말은 거짓말 아닙니까?”라며 따지듯 물었다. 후반부에 이어진 질문에서도 여타 기자들과 비교해 심하게 건들거리거나 대놓고 공격적인 태도는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지적이 이어졌다. 

이 <조선일보> 기자의 태도야말로 이날 기자간담회의 여러 성격을 증명하고 있었다. 기자 개인의 의도나 역량에 따라 후보자에게 어떤 질문도 던질 수 있었다는 것, 후반부로 갈수록 중복 질문까지 허용됐다는 것, 무엇보다 이 <조선일보> 기자와 같은 기본 전제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기본 태도로 보였다는 것. 심지어 이런 질문도 나왔다. 

“후보자께서 모르는 일이다, 나는 모른다라고 말씀을 하신다면 어떻게 이렇게 굉장한 우연? 이런 부분들이 우연과 행운이 후보자 따님에게만 계속될 수 있느냐. 이 부분에 있어서 저희가 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그렇다면 후보자께서는 이것이 나의 어떤 사회적인 자본과 관련된 게 아니냐, 그 부분에 있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 부분 말고 그렇다면 유독 따님에게만 이런 행운과 우연이 계속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여쭙고 싶고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열리는 국회 청문회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연과 행운’ 운운하는 기자의 질문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었을까, 단순히 후보자의 태도를 보기 위한 인상 비평 차원의 질문이었을까. 이마저도 앞서 다른 기자의 ‘흙수저, 금수저 논란’에 대한 질문과 중복된 인상이 짙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의 질문 수준이 대체로 이 정도였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수 십 만건의 의혹 보도를 전제로 한다. 누구는 그 의혹의 디테일을 캐거나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중복 질문도 마다 않았다. 차라리 대놓고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이 심플해 보일 지경이었다. 후보자의 그간 해명이나 이미 여타 언론보도나 관계자 인터뷰로 증명된 사실은 간단히 부정하겠다는 듯, 재차 삼차 질문으로 이어졌다. 반면 이른바 ‘스모킹 건’은 없었다.

근조한국언론의 상징적 장면 

2부 이후 간혹 법무부장관 업무와 관련된 질문도 나왔고, 간접적으로 대권 도전 의지 등 거시적인 질문도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의 활약(?)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보수야당 정치인에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질문 내용을 묻는 기자도 있었고, 간담회장에 조는 모습이 생중계 카메라에 포착된 기자도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어지는 사과와 사죄, “잘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 사이사이 때때로 기자들의 질문 수준을 압도하는 전문적인 답변을 차분하게 내놓은 조 후보자의 달변가 이미지와도 비교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기자간담회 개최 통보 이후 3시간 반 만에 열린 촉박한 시간도 감안할 수 있다. 법조 담당이나 사회부가 아닌 국회 여당 출입기자, 그것도 말단 기자 위주로 간담회 초반 질문자가 꾸려졌다는 사실 역시 감안하는 바다. 그럼에도, 11시간 동안 이어진 전례 없는 간담회에 질문권을 부여 받은 언론사 기자들의 수준은 대체로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역으로, 지난 8일 후보자 지명 이후 청문회가 무산된 2일까지 수십 만 건의 기사를 쏟아냈던 언론사들이었다면,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란 질문도 가능해 진다. 시간은 충분했고, 자율권도 어느 정도 보장됐지 않은가. 

‘근조한국언론’이란 검색어가 괜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말단 기자들을 간담회 장으로 보내 놓고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을 데스크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국 언론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출현했다. 일선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개별 기자들에게는 안타깝게 들릴지라도, 조국 기자간담회의 풍경이 실제 그랬다.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다음 캡처>

국회 청문회가 같을 순 없다. 기자들이 야당 정치인들처럼 윽박을 지르고, 증거 제출을 요구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언론으로서 제몫을 다했는지 자평해야 마땅해 보인다.

행여 일대일 인터뷰가 아니어서 불만이었나. 그렇다면 더더욱,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보여준 역사적인 ‘받아쓰기’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기존 언론의 관성과 타성을 질책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에 대해 “30년 전 기자생활을 시작했다”는 MBC 송요훈 기자는 3일 페이스북에 이런 촌평을 남겼다. 뚝뚝 묻어나는 안타까움이 전해지지 않는가.     

“(전략) 주변 동료들과 가끔 이런 얘기를 합니다. 세상을 전하는 기자들이 세상의 변화에 참 둔감하다고. 기득권에 젖어서인지 세상의 변화를 거부한다고. 우리 기자들, 기레기라고 조롱한다고 발끈하여 화를 내고 펜으로 심술부리지 맙시다. 겸손해집시다. 성찰 좀 합시다. IT기술의 발달과 정보혁명으로 취재하고 기사쓰기는 편해졌지만, 경쟁이 과도해지고 생존의 위기마저 겪게 되면서 미디어 수준은 형편없이 낮아졌습니다. 

기자가 가짜뉴스를 생산 유포하기도 합니다. 저질 언론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고 도태되어야 합니다. 왜 우리 언론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자협회와 언론노조가 '기레기 시대'를 끝내는 성찰과 자정운동의 깃발을 들어주기를 기대합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1월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있는 모습. 당시 청와대는 출입기자단에 휴대폰과 카메라, 노트북 소지를 금지하고 수첩과 볼펜 정도만 허용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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