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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속에 나만의 이육사를 만들면 좋겠다”

기사승인 2019.09.02  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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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 GO 인터뷰 385] <그남자 264>를 쓴 고은주 작가

학창 시절 한 번쯤 ‘청포도’나 ‘광야’란 시를 외웠을 정도로 이 시를 지은 시인 이육사는 우리에게 저항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시인 이육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바로 <그남자 264>다. 고은주 작가가 쓴 이 작품은 문재인 대통령이 읽고 고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남자 264>는 시인 이육사의 모습과 함께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이원록(이육사의 본명)의 모습도 비밀의 여인이란 화자를 통해 그려냈다. 소설 집필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역에서 고은주 작가를 만났다. 다음은 고은주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그남자 264>를 쓴 고은주 작가 <사진=이영광 기자>

- 소설 <그남자 264>를 지난달 출간 하셨잖아요.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이육사라는 인물을 다루는 거라 물론 힘들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쓰다 보니 역시 쓰다 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나중에는 완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꼈고요. 완성한 난 후에는 과연 대단한 분의 이야기를 소설 한 권에 담은 것을 독자들이 한 권으로 이해할지 걱정이었죠. 제가 소설 열 권이나 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걱정인 건 처음이었어요. 그러나 독자들 이야기 들으니 잘 이해되고 이육사라는 사람 인생을 알게 됐다는 소리 들으며 그래도 엉망으로 쓰지 않고 이 사람 인생 소개하는 거에는 성공했나 보디는 생각이 들어요.” 

“문 대통령, 의도한대로 읽은 것 같아 너무 고마웠다”

- 그럼 무엇이 가장 어려웠어요?

“이육사를 우린 시인으로 알려졌고 독립운동가 모습이 덜 알려져서 이걸 소개하고 싶었는데 독립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비밀스럽게 해야 하잖아요. 일제를 피해 하다 보니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고 자료라고 해봤자 일제가 끌고 가서 고문할 때 쓰는 심문 조서예요. 그럴 때 사실대로 말 안 할 거라는 말이에요. 물론 독립 운동사가 많이 발굴되고 사학자들이 연구를 많이 해서 많은 게 밝혀지긴 했지만, 소설이 될 만큼 자세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어요. 그걸 상상으로 채워 넣거나 해야 해요. 그러나 상상으로 하기엔 이분이 너무 대단하니 제 마음대로 쓸 수는 없죠. 제가 처음 생각과는 달리 독립운동보다 시나 수필 같은 걸 많이 넣었죠. 왜냐면 이분은자기가 했던 행동이나 마음이 시에 많이 담겨있어요. 그걸 알아내는 게 중요한 데 그걸 알려면 그분의 인생을 따라서 가면서 시를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시 아는 거보다 연구한 논문도 찾아보고 해야 하잖아요. 그런 점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 문재인 대통령이 읽으셔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문 대통령이 직접 편지 보내셨잖아요, 편지 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편지를 쓰셨다길래 일단 기뻤고요. 그러나 대통령 정도 되면 의례적으로 잘 봤다는 것일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책 다 읽으셨다는 게 작가로서 느껴지더라고요. 왜냐면 편지에 시에 대한 내용도 있고 독립운동을 한 의열단 말씀도 하시고 이분은 책을 읽으시고 감상을 말씀하신다는 생각에 더 감동적이었고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시로 위로를 받고 독립운동에서 힘을 받는, 제가 의도한 대로 읽으신 거 같아 너무 고마웠어요.” 

- 저항 시인으로 잘 알려진 이육사 시인의 그린 소설이잖아요. 이육사 시인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3년 전에 ‘이육사 문학 축전’이라고 이육사 문학관에서 하는 축제가 있거든요. 거기서 제 소설을 낭독해 달라길래 가볍게 안동에 있는 데로 갔어요. 그러나 이육사 문학관을 둘러보고 이육사 시인 고향인 안동을 둘러보다 보니 제가 이분에 대해 너무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요. 교과서에서 봤으니 다 안다고 생각하는 데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국문학 전공이고 소설도 20년 동안 써왔거든요. 그러나 몰랐던 게 너무 많아 새삼스럽게 알아야겠다는 의무감도 생기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그날 저에게 크게 다가온 건 이육사 문학관에 추모 사업회 상임이사를 하시는 이옥비 여사님이 계셨는데 인사를 하니 따님이신 거예요. 낭독회할 때도 제일 앞자리 한복 입고 앉아서 열심히 듣고 계시길래 누굴까 했거든요. 제 이모 정도 나이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이육사는 태종 못지않게 전설적인 인물인데 그게 아니잖아요. 따님이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거예요. 그렇다면 일제 식민지도 너무 옛날로 생각한 게 아닌가 했죠. 이건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이분에게 많은 이야기도 듣고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때 갔던 게 계기가 되어 이걸 쓴 거죠.” 

   
▲ 문재인 대통령이 소설가 고은주씨의 신작 장편 '그 남자 264'를 읽고 친서를 보냈다. 고 작가는 "지난 주에 김영배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통령께서 책 잘 읽었다고 내게 편지까지 써주셨다는 것"이라고 지난 8월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김영배 민정비서관(왼쪽), 고은주 작가. <사진=고은주 작가 페이스북>

- 소설 쓰기 위해서 취재하셔야 했을 텐데 어디부터 하셨어요?

“일단 이육사 시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돼 있어서 책을 쭉 읽어나가는 데 두 가지죠. 문학 쪽과 독립운동사 쪽을 보며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후엔 제가 이옥비 여사님께 인터뷰하겠다는 요청을 드리고 안동에 내려가 사흘 정도 머물면서 같이 생활하며 얘기를 쭉 들었어요. 또 러시아 이육사문학제에 참석하면서 함께 여행도 했고, 후반부에 한 번 더 안동에 내려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제가 책으로 봤던 이육사 시인과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분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마지막 잡혀가시는 모습이 강렬하고 예쁜 옷 사주셨다거나 하얀 양복 입은 모습 등 단편적 기억밖에 없지만 대신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친척들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결혼해서도 오래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계속해서 들은 얘기로 아버지를 회상하는 데 너무 재밌는 얘기도 많더라고요. 그 얘기가 더 소설적이고 책엔 없는 논문이나 역사서에 나올 수 없는 얘기가 있어서 소설 쓰는 데 도움 많이 됐고요.” 

- 소설 쓰시기 전후로 이육사 시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그렇죠. 처음 저에겐 시인이었고 독립운동 쪽을 알게 되며 써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문학을 하지만 너무 문학이 주의 주장을 강하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육사 시인 시도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독립운동을 직접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하다 보면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나중에 쓰면서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런 거죠. 이육사는 아픔다운 서정시에 독립의 염원을 담는다고는 하지만 이 사람이 하고 싶은 건 아름다움을 예술가로 사랑하고 싶었는데 시대가 그걸 못하게 한 거잖아요. 처음엔 시인이었다가 그다음엔 혁명가 또는 독립 운동가로 이해하고 그다음에는 진정한 예술가로 이해했어요.”

- 이육사 시인이 의열단 단원으로 활동했단 내용이 있어요. 의열단은 김원봉 선생으로 잘 알려졌는데 이육사가 의열단 했다는 건 처음 알았는데.

“일단 이육사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자체를 몰라요. 저도 그랬죠. 그리고 역사 기록 속에 이육사가 의열단이라는 건 없어요. 의열단 창립 멤버 이름은 있지만 이육사는 창립 멤버가 아니라 의열단이 세운 군관학교에 들어갔어요. 군관학교 입학하고 졸업했다는 것 자체가 의열단 맞잖아요. 그러나 졸업할 때도 의열단 선언을 한 게 전혀 없어요. 아마 비밀로 활동하기 위해 그랬던 거로 현재는 밝혀지고 있어요. 잡히면 의열단 아니라거나 김원봉과 의견이 달랐다고 했어요. 실제 다른 면도 있죠. 노선이 부딪히기도 했지만 크게 보면 어쨌든 조선 독립을 위한 거니 김원봉과 토론도 하고 의견 다툼도 있으면서 같이 갔던 거 같고 아주 의열단 선봉에 서서 의열단이라고 하진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전 이육사가 진정한 아나키스트이자 예술가였다고 생각해요.”

- 기록에 없으면 의열단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최근에 이육사가 군관학교를 나왔다는 것 때문에 알려져 있었지만 정말 맞는지 다툼이 있고 지금도 학설은 여러 개예요. 왜냐면 일제에 잡혔을 때 의열단이 아니라고 했거든요. 그러나 그걸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죠. 그리고 마지막에 북경에서 옥사할 때 뭔가를 하기 위해 북경까지 간 거고 지금 무기반입으로 최종 정리가 돼 있는데 이건 사학자들 연구 결과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어요. 대중에게 의열단이라 해도 뭔지 몰라요. 최근 김원봉 때문에 의열단을 알게 됐잖아요. 전 제가 써도 사람들이 알아줄까 싶었는데 그사이 김원봉 논란으로 의열단은 알려지게 됐고 임시정부만 있었던 게 아니라 그 당시 많은 독립운동 단체가 있었고 그중 강성이었고 실제 맹활약했고 존재감 있던 의열단이 있었다는 걸 많은 분이 알게 되셨죠.” 

- 의열단이라는 증거가 확실히 없는 건가요?

“그렇죠. 의열단 단원 명단이라든지 심문 조서에도 의열단이라고 말한 적 없고요. 그러나 의열단이 세운 군관학교를 졸업한 건 명확해요. 그 기록은 있거든요. 군관학교라는 건 졸업 후 뭔가 활동하겠다는 건데 의열단원으로 최종정리는 돼 있어요. 그래서 더 소설적인 거죠. 비밀의 여인이 들려주는 비밀 남자 이야기라는 비밀 컨셉으로 소설 쓰게 된 거예요.” 

- 소설가적 상상으로 이육사의 숨겨진 여인을 소설의 첫 번째 화자로 등장 시켜 이야기를 끌고 가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방금 말씀드린 거처럼 육사의 독립운동 기록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시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는데 시라는 거도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잖아요. 제가 함부로 청포도는 이런 뜻이야 손님은 이런 뜻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고 문학 하는 사람으로서 바라지도 않고 1인칭으로 나는 이렇게 썼다라거나 3인칭으로 그는 이렇게 썼다가 아니라 비밀의 여인이죠.

저는 비밀의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애독자로 설정했는데 그의 시 세계를 알 수 있는 여자가 짐작하는 그 시에 관한 것이 아니면 독립운동 활동을 그에게서 듣기만 하는 거로 해서 결국 모든 건 이 여자의 입을 통해 시에 대한 여러 국문학자 해석들, 독립운동에 대한 여러 역사학자의 해석을 다 넣는데 그걸 읽고 마지막으로 판단하는 건 독자들인 거 같아요. 의열단이든 아니든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건 대단한 게 아닌가 하고 지금도 의미 있는지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한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이건 논문이 아니라 소설이잖아요. 비밀의 여인이 말을 하면 독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명확히 판단을 내려 버리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서 비밀의 여인을 화자로 설정한 거예요.”

   
▲ <그 남자 264 베스트셀러-아름다운 저항시인 이육사 이야기> (고은주 지은이 /문학세계사 /2019-07-09)

- 이옥비 여사를 화자로 하는 것도 생각하셨을 거 같아요.

“저도 제일 처음 그분에게 끌렸던 거죠. 여기서도 비밀의 여인 말고도 그의 조카가 나와 번갈아 (화자가) 되는데 조카(가 화자)일 땐 이옥비 여사가 말 많이 하는 거로 등장하잖아요. 그 이상으로 화자가 되기에는 너무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렵죠.) 물론 그분이 살아온 인생 자체도 소설감이에요.” 

“‘264’라는 교도소 수인번호를 자신의 필명으로 삼아”

- 제목이 ‘그남자 264’잖아요.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나요?

“‘264’가 수인번호라는 걸 아는 분도 계시지만, 모르는 사람도 많죠. 대구 교도소 수인번호를 자기 필명으로 삼는 건 굉장한 일이라 264란 숫자는 꼭 넣고 싶었어요. 모든 걸 넣어 봤는데 비밀의 여인이 말하는 그 남자가 가장 맞아요. 저는 이육사 시인의 남성적인 면이 좋았어요. 시도 남성적인 시라고 하지만 그의 인생도 요즘 남녀 구분이 없기는 하지만 남자답다거나 여자답다는 걸 더 확장하면 인간다운 거지만 외향적인 남성성에서 남자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고 ‘264’란 숫자는 검색해도 잘 안 되기도 하고 한글로 ‘이육사’도 써봤지만 264번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이 저에게는 컸던 거 같아요. 그래서 숫자를 제목에 넣게 됐어요.” 

- 소설에 시와 산문을 넣은 이유가 있나요?

“이분은 자료가 명확한 게 없어서 시와 산문 속 본인 이야기가 가장 많이 들어 있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어렵잖아요. 하지만 어떤 시기에 시가 쓰였는지 짐작해서 넣다 보면 독자들이 그냥 읽을 때보다 이해가 잘된대요. 이육사 시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 외에도 많은 좋은 시가 있고 시의 의미를 알면 더 좋은데 그게 안타까워서 시를 많이 넣고 싶었어요.

인생도 시를 따라가더라고요. 절정이라는 시도 (그것이 발표된 1940년 1월의 상황을 보면) 좀 더 강하게 해석되는 면이 있어요. 그런 걸 쓰다 보니 시라는 게 인간의 감정을 노래하고 그렇게 알고 있지만, 인간의 감정이 그냥 나오진 않잖아요. 시대 배경 등 모든 게 합쳐질 때 나오기 때문에 저는 예전부터 문학은 인간의 감정이라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유롭고 싶지만 시대 배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쓰는 문학도 시대를 녹아낼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뀐 거 같아요. 저도 20년 동안 소설 써왔는데도 불구하고 몰랐던 문학에 대한 생각 정리하는 계기도 된 거 같아요.” 

- 책의 마지막 부분이 현재로 오는데 그렇게 끝낸 이유가 있나요?

“제가 이 소설 쓰려고 마음먹은 게 이옥비 여사님 때문이었고 이분 이야기를 넣고 싶었어요. 일제 강점기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고 지금 많이 느끼잖아요. 그게 사회 곳곳에 들어가 있는데 우리도 모르게 흡수한다거나 어떤 부분은 왜 이래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일제시대를 알아야죠. 일제 강점기는 지금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 많이 미치고 있거든요. 그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게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부모 세대 이야기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옥비 여사님이 현재에 등장하고 비밀의 여인 조카도 바로 등장해서 우리 부모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도록 하려고 현재 이야기를 넣고 싶었어요.”

- 이육사의 시중 좋아하는 시가 있을 것 같아요.

“‘강 건너간 노래’라고 있어요. 소설에는 비밀의 여인이 이육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슬퍼할 때 그 시가 나오는데 이육사의 시에 노래라는 게 많이 나오기도 해요. 시는 노래이기도 한데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고 시가 노래잖아요. 강 건너간 노래라는 건 희망도 있을 거고 본인이 쓰고 싶은 아름다운 시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담겨있죠. ‘강 건너간 노래’가 쓸쓸하며 좋았던 게 ‘광야’에서 마지막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처럼 강인한 의미로의 노래가 ‘강 건너간 노래’에서는 쓸쓸함이 이분 인생을 오히려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저는 이 시를 가장 좋아해요.” 

   
▲ 지난 2월18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3.1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전 그날' 언론공개회에서 민족시인 이육사 친필원고가 공개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그남자 264>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독립운동가들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 같으면 그때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다들 의문을 갖잖아요. 특히 문인들은 일반 독립운동가와 다르게 일제 말기 대부분 변절했잖아요. 남은 사람은 윤동주, 한용운 등 몇 명 안 되더라고요. 과연 변절하지 않고 쓴 게 어디서 온 건지 그게 궁금했어요. 처음 안동 갔을 땐 유림의 전통과 선비의 꼿꼿함에서 나라를 빼앗긴 거에 대한 비분강개에서부터 시작한 게 맞겠다고 느꼈지만, 뒤로 갈수록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일본도 가고 중국도 가며 신남성으로 바뀔 수도 있을 텐데 이분이 끝까지 가게 한 건 뭔지 마음이 궁금했어요. 움직일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게 있는 거 같아요. 그 마음을 일단 이육사란 사람의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을 따라서 얘기해보고 그 과정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여자와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얘기해보고 우리의 움직일 수 없는 마음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이 모든 게 기록과 기억에 의해서 이육사란 인물을 생각하게 되는데 기록과 기억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죠. 기록과 기억을 통해 한 사람을 알게 되는 거고 이 소설은 단순히 이육사는 이랬다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기억하는 걸 모아서 독자들이 기록과 기억 속에 나만의 이육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해서 이런 구성을 짰거든요. 이런 구성을 통해 기억과 기록, 내용을 통해서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 다음 작품 생각하시는 게 있는지 궁금해요.

“소설가들은 다음 작품 항상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이육사를 초등 고학년용 역사 동화로 쓰는 중입니다. 거의 마무리 됐는데 이걸 다듬어내는 게 첫 번째 작업이고 그다음은 현대사로 다시 가서 어떤 분의 제주 4.3항쟁 이야기로 구상이 끝나 다음 작품은 그거일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씩 부탁드려요.

“요즘 시국이 이렇다 보니 가짜뉴스도 많이 나타나고 여러 가지 주의나 주장도 많고 혼란스럽잖아요. 글 하나 읽어도 이게 진짜일까란 생각 많이 하죠. 본인 생각이 옳은지 의심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시기인 거 같아요. 이런 시기 좋은 글을 찾아 읽는 지혜가 필요한데 저는 <GO발뉴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와서 기사 읽어주시는 독자분들도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많이 찾아보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딘가에 갇히지 말고 여러 가지 의견을 다양하게 읽으면서 이런 시절일수록 같이 의견을 공유하며 현명한 길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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