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읽기] 수년 전 ‘오보’라도 정정해야 한다는 원칙 알게 해줘야
“본사는 2012.6.6. 조선일보 A1면에 ‘임수경 “내 방북은 민주화 운동” 명예회복 신청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해 실었고, 그중 “그는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 수령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임수경씨가 1989년 6월 방북하여 평양에서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축전 행사장에서 김일성을 만난 적은 있지만,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부른 사실은 확인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오늘자(31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정정보도문입니다. 제목은 <‘임수경 “내 방북은 민주화 운동” 명예회복 신청했다’ 관련 정정보도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임수경씨기 방북 당시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부른 사실이 없는데도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단정해서 보도했습니다. 당시 기사 한번 살펴볼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수년 전 기사라도 ‘오보’라면 정정보도 해야
“최근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비하해 파문을 일으킨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1989년 자신의 불법 방북과 관련해 총리실 산하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명예 회복 신청을 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 임 의원은 1989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방북해 46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 수령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2012년 6월6일자 1면에 실렸습니다.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임수경 씨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기사였습니다.
여전히 포털에서 검색이 되는 당시 조선일보 기사 <임수경 “내 방북은 민주화 운동” 명예회복 신청했다>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해당 기사로 임수경 씨가 얼마나 많은 비난에 시달렸을지 짐작이 갑니다.
“김일성 만세라고 또 한번 외쳐보아라” “너의 아버지 김일성한테 가서 행복하게 살면 되지” 정도가 그나마 약한 표현입니다. ‘욕설’과 ‘혐오’로 가득한 댓글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조선일보의 ‘임수경 정정보도’는 디지틀 조선일보에도 게재됐습니다. 조선일보 지면과 ‘조선닷컴’에 자신들의 치명적 오보에 대해 정정은 했기 때문에 이 자체를 높이 평가해야 하는 걸까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로 임수경 씨가 입은 피해에 비해 정정은 ‘매우 짧았고’ 특히 사과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에 대해 이 정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기사라면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면서 △해당 기사가 어떤 경위로 나가게 됐고 △오보를 작성한 기자는 조선일보에서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 독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선은 ‘짧은 정정보도’를 지면과 인터넷에 실은 게 전부였습니다. 더구나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간(8월31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포털에 전송된 조선일보 기사는 여전히 ‘과거 오보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부분을 삭제하든지 ‘정정보도문’을 상단 혹은 하단에 배치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한데 그런 조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임수경 정정보도’ 한 조선, ‘현송원 총살 보도’는 계속 침묵
저는 조선일보의 ‘임수경 정정보도’를 보면서 ‘현송월 총살 오보’가 생각나더군요. 조선일보가 1면에까지 정정보도를 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자신의 오보를 뒤늦게(?) 확인하고 스스로 1면에 ‘짧게나마’ 정정을 내보낸 걸까요?
저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당사자’의 항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특히 최근까지 임수경 전 의원에 대해 악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사를 썼던 조선일보가 스스로 정정보도 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조선일보 7월29일자 10면 <문규현 신부와 평화협정 집회 참석한 임수경>가 대표적인데요. 조선은 해당 기사에서 “제19대 국회의원 임기(2012~2016년)가 끝난 뒤 별다른 대외 활동이 없었던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친북 성격의 행사에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다”는 내용을 전한 뒤 마지막 부분을 다음과 같이 장식했습니다.
“내년 총선 등 현실 정치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지금 김치 담그느라 바쁘니 전화 끊으라’고 했다.”
다시 ‘현송월 총살 오보’ 얘기를 하면, 명백한 오보임에도 조선은 여전히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현송월 총살 오보’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입니다. 고발뉴스는 이미 ‘이 같은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는데요. 조선일보의 ‘현송월 총살 오보 퍼레이드’를 다시 한번 간단히 소개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단독] 김정은 옛 애인(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가수 현송월)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2013년 8월29일자 6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29/2013082900247.html
<“김정은, ‘포르노추문’ 옛 애인 현송월 기관총으로 공개총살”…국정원 확인> (2013년 12월10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0/2013121001948.html
<“현송월,김정은과 ‘고려호텔’ 밀회 몰카 들통나 ‘기관총처형’”> (2013년 9월8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08/2013090800945.html
<음란물 제작 혐의로 총살된 김정은 옛 애인의 섹시 댄스 영상> (2013년 9월6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06/2013090602077.html
<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음란물 제작·취급 혐의로 공개 총살 ‘충격’> (2013년 9월1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01/2013090101220.html
<“현송월은 김정은 옛 애인 아닌 김정일의 마지막 애첩”>(2015년 12월24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24/2015122402375.html
입이 아프도록 지적한 내용이지만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그것도 ‘음란물 운운’하며 ‘저 세상’으로 가게 했던 조선일보가 아직까지 정정도 없고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더구나 임수경 전 의원과 관련해선 1면에 정정을 내보내면서 그보다 몇 배 문제가 심각한 ‘현송월 총살 오보’는 모른 척입니다.
대체 이런 오보를 내고도 ‘오보가 나간 경위’나 ‘해당 기자가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 독자들이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일까요?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이런 오보’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 조선일보 구성원들입니다. 부끄럽지 않으신지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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