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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조선·중앙·세계의 가벼움

기사승인 2019.08.22  11: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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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이용마 기자’ 별세 기사 주어를 대통령으로 한 조선일보

<文대통령, 암투병 끝 숨진 MBC 이용마 기자 추모글> 

오늘(22일) 조선일보 8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MBC 파업을 주도하다 해고된 뒤 암으로 투병하다 숨진 이용마 기자에 대한 추모글을 올렸다”는 내용입니다. 

주어가 ‘이용마 기자’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오늘 조선일보를 보다가 입에서 욕이 나오려는 걸 참았던 이유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용마 기자 별세’ 기사…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주어로  

이용마 기자는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파업을 벌이다 MBC에서 해고가 됐고, 복직 투쟁을 벌이다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투병 생활을 해왔죠. 그런데 동료 언론인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주어로 했습니다. 

몇 번을 읽어도, 지금 다시 곱씹어봐도 욕이 나오는 기사입니다. 동료 언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 이하의 기사’입니다. 이용마 기자가 걸었던 ‘길’에 동의하진 않더라도 관련 기사를 쓰면서 주어를 ‘다른 사람’으로 하는 조선일보의 행태 – 정말 그 인식의 천박함과 가벼움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추모글을 남긴 것을 기사화할 수는 있습니다. 실제 많은 언론이 기사화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부분’입니다. 이용마 기자 별세 기사를 쓰면서 최소한 언급해야 할 부분을 조선일보는 언급하지 않은 채 문재인 대통령 추모글만 썼습니다.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상징성이 있는지에 대한 언급 없이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으로 시작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 짧은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주자 시절이던 2016년 12월 이 기자를 문병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올해 2월 직접 병문안을 갔다”는 내용은 포함을 시켰더군요. 

그러니까 조선일보는 이용마 기자와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각별한 관계였나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는 ‘이용마 기자 별세’ 기사를 쓴 게 아니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트럼프 장남이 서울에서 4시간 ‘환승 관광’(25면)을 했다는 기사보다 더 짧은 분량으로 기사를 쓴 조선일보. 그래서 더 욕이 나오려고 합니다. 1등 신문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천박한 신문’입니다. 

   
▲ 21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고 이용마 기자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고 이용마 기자는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MBC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후 복막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7년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으나 21일 오전 6시 44분 서울아산병원에서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용마 기자 별세’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언론들 

오늘(22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이용마 기자 별세’ 기사가 없는 곳은 중앙일보와 세계일보 뿐입니다. ‘이용마 기자’ 기사를 보도한 다른 신문들 제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직 언론인의 상징’ 이용마 MBC 기자 별세 “세상은 바꿀 수 있다” 믿음 안고 하늘로> (경향신문 23면)
<‘국내 해직 언론인 상징’ 이용마 MBC 기자 별세… 향년 50세> (국민일보 24면>
<‘MBC 170일 파업’ 주도했던 이용마 기자 별세> (동아일보 31면)
<‘해직 언론인 상징’ 이용마 MBC기자 암투병 끝 별세> (서울신문 27면)
<文대통령, 암투병 끝 숨진 MBC 이용마 기자 추모글> (조선일보 8면) 
<불의도 병마도 막지 못한 이용마 기자의 길> (한겨레 2면)
<“공정 방송” 외쳤다 해직… 이용마 MBC 기자 암 투병 끝 별세> (한국일보 27면)

물론 어떤 기사를 실을 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언론사의 권한입니다. 하지만 오늘 중앙·세계일보 지면에 실린 ‘다른 기사’를 보면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중앙·세계일보 기자들을 위해 오늘(22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그는 투병 중 12세 쌍둥이 아들들을 위해 책 한 권을 남겼다. 책의 제목은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그가 그 책을 통해 아들들에게 남긴 말은 우리 사회에 남긴 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다. 나의 꿈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너희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우리는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 그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우리 모두 하늘로 돌아간 뒤에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이 즐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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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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