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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우리나라 노조 문제점? 자기성찰, 혁신노력 없는 것”

기사승인 2019.08.16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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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발 책터뷰] <국가브랜드 1위의 비밀, 독일의 일자리 혁명> 출간한 이상호 박사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독일이 2019년 3.5%라는 역대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며 국가 브랜드 1위의 명성을 날렸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략연구실에서 사회경제분야 전문위원으로 있는 이상호 박사는 경제적 충격을 딛고 완전고용을 이룩한 독일의 저력을 오랜 시간 연구했다. 그가 출간한 <국가 브랜드 1위의 비밀, 독일의 일자리혁명>은 독일의 노사정 관계에서 노동 문제의 해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노동문제 해결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경제악화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여전히 요원하다. 이상호 박사는 우리나라의 노동 문제에 대해 독일 모델을 제안했다. 독일은 노동을 일방적으로 지배하지 않고 동반자로 인정해 공존하는 사회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일본의 수순을 밟지 말고 독일을 닮아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상호 박사는 또 진정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조합 스스로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반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종속된 노동조합이 아닌 기업이 망해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오늘날, 독일과 우리나라의 대처 방법과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정부청사에서 이루어졌다.

   
▲ <국가브랜드 1위의 비밀, 독일의 일자리 혁명>을 출간한 이상호 박사. <사진=박효연 기자>

# 독일, 국가 브랜드 1위의 비밀

Q 신간 <국가 브랜드 1위의 비밀, 독일의 일자리혁명>을 내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제가 요즘 젊으신 분들한테 욕먹는 496, 586인데요. 제가 학교 다닐 당시에는 한국사회 모순이 워낙 많아서 학생 운동을 했습니다. 경제학과 출신이다 보니 이런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선 통일도 중요하지만 일단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사회 변혁을 위해서 노동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노동문제를 붙들고 있는 거죠. 이번 책 출간은 저의 인생에서 오래된 숙제를 중간결산해본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90년대 소비에트가 무너지고 나니 저의 눈에 다른 세계가 보이더라구요. 바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라는 거예요. 사회 민주주의의 노동 문제나 노사 관계를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흔히 노사의 무조건 대립과 갈등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노사라는 게 계급적으로 분명히 다르고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 협력, 공조해서 목표를 성취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그 혜택이 고르게 사회로 나누어질 수 있구나. 그런 가능성을 본 거죠. 그 부분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독일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고 독일의 노동개혁, 일자리 혁명이라는 부분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런 것들이 책을 내게 된 계기가 되었죠.

Q 독일이 2018년 현재 3.5% 최저 실업률을 보여줬어요.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고실업으로 고통받던 독일이 어떻게 이렇게 실업률을 낮추게 된거죠?

독일이 통일 되고 난 이후 특수버블이 꺼지고 나서 94년부터 계속 실업률이 올라가서 2000년 초반에는 실업률이 15%나 되었어요. 그런데 독일의 실업률을 계산하는 방법이 상당히 엄격하거든요. 우리와 미국은 실업률을 상당히 느슨하게 계산을 해요. 그래서 실제 체감실업률이 30%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가 현재 실업률이 4% 수준이니 독일의 3.5%는 완전고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랬던 독일이 2018년도에 3.5%까지 떨어진 거예요. 이러한 고용기적이 어떻게 일어났나? 어떻게 가능했는가라는 그 원인과 과정을 찾는 게 이 책의 주제입니다. 물론 많은 사회경제학자들이 다양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요인을 노사민정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행위주체들의 단체교섭, 경영참가, 직업훈련, 지역발전, 정책협의와 사회적 대화 등에서 찾고 있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 사회경제 개혁프로그램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노사협약, 노사민정의 사회협약 등이 실업률을 줄이고 독일기업의 경쟁력도 높이고 독일경제를 부흥시키는 지렛대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Q 독일의 ‘노사협력’을 통한 ‘일자리 혁명’은 노사정의 어떤 노력으로 가능했을까요?

독일도 원래부터 협력적이진 않았어요. 오히려 우리보다 더 대립적이었다고 봐도 될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자본론의 저자 마르크스의 고향이 독일이잖아요. 독일이 봉건제에서 왕정으로 넘어가고 왕정에서 다시 근현대로 넘어오는데 그 과정에서 굉장히 심각한 노동탄압이 많았어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면서 제일 먼저 혁명이 바람이 분 곳이 독일이었어요. 1차 세계대전 직전에는 거의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이었어요. 그래서 사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유가 이러한 내부 노동자혁명을 누르기 위해서 일어났다고 보는 학자도 있어요. 

독일이 세계대전 당시 외국과 전쟁을 위해 국내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정부와 자본은 노동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고 다수 노동세력은 제국전쟁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자본의 노동탄압도 있었지만, 노동계 내부의 이념과 노선투쟁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노동 내부의 분열과 적대 과정 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히틀러, 나치예요. 사회주의와 사민주의  노동정치운동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파시즘과 세계대전을 막지 못한거죠. 독일, 더 나아가 독일의 노동운동이 결국 세계적인 죄악을 저지르게 된 거죠. 이후 독일이 많은 반성을 하죠. 노동운동 스스로도 이런 부분을 깨닫고 반성한 거예요. 

독일의 경우 기본적으로 노사정은 서로의 이해관계와 정체성을 상호인정한 가운데서 협상과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입장은 다르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합의를 하자, 그것이 협약으로 발전되었고 합의 사항에 대해 존중하면서 같이 공동으로 노력하자, 그게 협력이다. 그리고 실제 일을 추진하는 것은 사용자만 하는 게 아니라 기업, 산업, 사회, 노동조합, 노동자 모두가 참여하도록 협의하고 결정할 공동 권리를 주자. 노동자들에게도 공동결정권을 준 거죠.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해서 기업과 산업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자 이게 바로 독일의 갈등적 협력관계예요. 독일 노사관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어요. 

   
▲ <국가브랜드 1위의 비밀, 독일의 일자리 혁명> 이상호 / 사회평론아카데미

Q 이런 부분들이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아주 다른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일본이 아주 비슷한 수순을 밟았는데요. 일본은 그런 노사갈등들이 생길 때마다 아예 다 눌러버렸어요. 노동이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싹들이 아예 다 없어진 상태고요. 지금 제일 걱정인 게 그거예요. 우리나라 노동운동도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우리가 독일의 길을 갈 것이냐, 일본의 길로 갈 것이냐. 우리가 지금 일본과 수출무역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는데 그래서 반일, 극일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사실 내면적으로 보면 우리가 일본하고 많이 닮아 있어요. 기업에 종속되어 있고 기업중심이라는 것들 말이에요. 또 이념과 민족 문제에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고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독일을 닮아 갈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우리의 처한 분단 현실이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사람중심으로 경제발전을 할 수밖에 없는 발전 경로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일본보다는 독일이 우리에게 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죠. 우린 해방 이후 너무 미국화되어 있고, 아직도 일본제국주의 잔재를 다 극복하지 못했어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는 조금은 멀어지고 다른 세계, 즉 유럽과 독일로부터 무엇을 배워서 우리의 뼈와 살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특히 노동문제, 고용정책과 일자리전략은 일본과 미국방식으로 가서는 안되는거죠. 사람중심경제와 인간의 역량과 창의성이 발전원동력이 되는 시대에 맞게 우리도 유럽화의 길에 나서야 합니다.

#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문제

Q 우리나라는 노동이라고 하면 아직도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독일의 노동 개혁은 노사는 물론 국민들의 협동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 같은데요. 국가가(혹은 노사가)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했으며 국민들은 어떤 태도를 취했나요?

제가 사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 그거예요. 지금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 노동조합을 기득권층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거예요. 대표적인 게 바로 ‘귀족노조’라는 단어인데요. 물론 지금 보수언론들이 조장한 면도 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도 여러 가지 노동 쟁의나 노사관계에서 봤을 때 그들이 하는 행태나 요구 조건을 보면 결국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목소리 큰 사람이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이 보이는 거죠. 

노동 운동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정당성을 찾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자신들만의 요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해요. 노동조합이 자기 노동자와 정부가 대화해서는 안되고 국민들과 대화를 해야 해요. 국민들이 노동운동을, 노동자를 어떻게 보는지를 자기자신을 냉정하게 되살펴보아야 해요. 그런데 노동운동은 내부 논쟁만 하거든요. 자기들끼리만 이야기를 한다는 거죠. 그런 것은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고 결국 사회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아무리 정당한 요구를 해도 국민들이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거예요. 양치기 소년하고 같아요. 계속 거짓말만 하고 자기 합리화만 이야기하다가 정작 어려울 때 도와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안 도와준 다는 거죠. 

Q 이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문제점과 연결이 될 것 같아요.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요?

몸집이 큰 집단을 한 번 보세요. 공공기관, 대기업 등은 다 노조가 있어요. 일단 다 잘나가는 집단이죠. 이 사람들이 다 자기 목소리가 커요. 물론 지금은 국민들의 눈치 때문에 사회 공헌 활동이나 사회 연대를 위해 활동을 하지만 여전히 본질은 자기들의 이익을 침해 받지 않고 유지하고 보호하는데 1차 목표를 두고 있다는 거죠.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 기득권이 과연 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보거든요. 그런 노조들은 사실 기업이 잘 나갔으니 거기에 올라탄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저의 주장 근거는 기업이 망하면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저절로 무너지는 구조라는 거예요.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해당할 겁니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운동은 기업이 망하더라도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다른 곳에 취업해서 노동조합활동을 계속 잘 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나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기업이 망하면 노동조합이 다 없어지죠. 기업별 노동조합이니까 그래요. 서구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별 노조는 종업원조직이고 어용노조예요. 그래서 독일은 사실상 불법조직으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별 노동조합문제도 그런 것들이 다 정부 탓, 제도 탓으로 돌리면 문제죠. 실제로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초기업별 노조와 산업직종노조를 만드는데 법적으로 장애요인은 거의 없어졌어요. 결국은 노동조합 스스로 조직전환을 결단할 문제예요. 결국은 본인들의 문제거든요. 조직을 전환시킬 수 있는 것들을 안 한 거예요.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해요. 

Q 우리와 비교했을 때 독일은 어떤가요?

사실 지금 독일의 노동조합도 조직력이 상당히 떨어졌어요. 우리나라의 조직률은 10%이고 독일도 2017년 현재 놀랍게도 17% 밖에 안돼요. 한 때 잘 나갈 때는 60%까지도 갔거든요. 그러다가 통일 되면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는데요. 분명히 말씀드리는 건 독일 노동조합 운동도 잘못한 게 많아요. 그들 스스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젊은 층으로부터 질타 받으며 젊은이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기도 했어요. 이후 노동조합이 반성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건 쉽지 않을 거로 보여요.

그러나 독일의 장점은 노조가 기업별이 아닌 산업별로 되어 있어서 비정규직이건 아니건, 어느 기업에 소속되어 있든 간에 월급의 1%만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어요. 심지어 학생, 실업자, 퇴직자도 노조 조합원이 될 수 있어요. 그것도 단돈 월 1만원 정도로. 노조원이 되면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법률 자문도 받고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보호도 받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기업중심적 의식이 거의 없어요. 자기기업과 목숨을 걸고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가지고 싸우지 않아요. 산업, 직종의 평균선이 기업 외부에서 정해지니까 오히려 자기 개발, 숙련, 직업 능력 같은 경영사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죠. 기업 노사 서로가 윈윈 하는 거죠. 상생할 수 있고. 그런데 우리는 너무 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니 기업이 망하면 노조도 따라서 망하는 거죠. 

바로 여기서 독일 노사관계모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노동자 경영참가제도, 바로 공동결정제도를 이야기해야 되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고요. 스웨덴하고 독일만 있어요. 노동자들이 기업의 최고경영조직인 이사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거예요. 사실 노조가 자신의 대표를 이사회에 참가시키면 어떻게 경영자가 제대로 기업경영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노조가 이사회에 참가하면 경영자의 편에 서는 것이니 어용노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양 극단의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학계분석에 따르면, 공동결정이라는 독일의 노동자 경영참가제도는 기업, 노동자, 주주에게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요.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통해 노동자의 헌신과 노력을 이끌어내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으로 노사갈등이 줄어들고 노동생산성과 경영성과가 좋으니 주주도 이익이 되는거죠. 

Q 독일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노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나요?

만약 독일의 경우 회사가 어려워지면 정부와 회사는 물론, 노동조합도 경영위기의 원인을 따지는 거예요. 우리 같으면 바로 정리해고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독일은 아니예요. 기업의 경영상태를 팩트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노사 모두 분석진단하는 거예요. 우리는 노사가 서로 믿지 못하니까 노조는 무조건 기업 탓으로 돌리고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배수진을 치죠. 이러니 당연히 기업 쪽에서도 경영정상화방안을 찾기 보다 더 유지하다가는 손해본다 싶어서 자기만 살겠다고 비자금 만들고 빨리 빠지려고 하죠. 악순환이죠. 

독일은 노조 외부에서 전문가가 투입돼서 기업실사, 경영분석 등 문제를 파악해요. 이를 통해 정부 지원이 필요한가, 고용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는 거죠. 노사협약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공유, 나누기도 생각해보고 나이 드신 분들 조기 퇴직시키면서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에 집중한다든가 해서 충격을 줄이는 거죠. 그런데 정말 정리해고가 필요하다 했을 땐 정부의 특별 고용안정화 지원정책이 들어가요. 어차피 회사는 망하니까 1년 또는 6개월 과정을 거치는 전직 훈련, 재취업훈련을 해서 다른 기업으로 보내요. 이 기간동안 생활비는 당연히 평균수준으로 지원이 되는거죠. 이 과정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노사 모두 일정한 고통과 비용분담을 하는 거죠. 

우리 노동조합도 경영참가를 요구하는 추세예요. 그런데 경영참가를 요구하면 책임도 져야 합니다. 경영참가라는 것은 사용자 뿐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공동책임이 부여되는 것이예요. 기업단위 노동자 경영참가를 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노동조합은 기업별에서 벗어나야 해요. 단체교섭도 기업별로 하고 경영참가도 기업별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하루는 임금교섭하다가 그 다음날은 인건비 걱정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그래서 기업을 바꾸기 위해선 노동자부터 바꿔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어때요? 문제가 생기면 기업 너희가 문제다. 우리는 문제없다. 이렇게 나오는 거죠. 바로 기업별 노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동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기업별 노조를 스스로 벗어나야 합니다.  

Q 1990년대 들어서면서 독일의 자동차산업이 큰 위기를 맞이했어요. 높은 노동비용과 낮은 생산성, 고비용 저효율의 병폐를 안고 있었는데, 특히 폭스바겐의 피해가 심각했는데 폭스바겐 사측이 노조측에 국내에 공장을 새로 짓고 여기에 5000명의 실업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제안을 했어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조치를 취한 건데, 사측의 이러한 결단과 이로 인해 나타난 결과는 어떤가요?

폭스바겐은 국민차예요.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국민들에게 점수 따기 위해 허허벌판에 공장 짓고, 국민차 하면서 만든거예요.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던 회사거든요.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이자 해서 투명하고 올바르게 경영을 한 기업으로 손꼽혀요. 굉장히 모범적인 국민 기업답게 노동조합의 영향력도 강했고 노사 협력이 잘 되던 기업이었어요. 

그런데 8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차에게 상당한 점유율을 내주고 말았죠. 그리고 90년대에는 우리나라 자동차의 도전에 부딪히게 되죠. 폭스바겐은 소형차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 자동차가 경쟁자로 부상한겁니다. 이런 가운데 독일 경제가 너무 안 좋아지면서 93년도에 판매와 매출이 몇십 프로가 떨어지는 쇼크가 온 거예요. 이대로라면 폭스바겐이 노동자 3만 명을 잘라야 할 형편이었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30%였어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모였어요. 그리고 찾은 해결책이 뭐냐, 당시에 주당 36시간 일하고 있는데 우리 28.8시간만 일하자, 하루에 7시간 일 했는데 시간을 더 줄이자, 주 4일제로 하자. 그리고 이에 맞추어 월급도 좀 깎자. 이렇게 합의를 한 거죠. 이게 결국 일자리 나누기예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공유를 하는 고용안정 노사협약을 맺고 3~4년을 버틴 거예요. 그리고 이후는 기술개발과 경기회복으로 폭스바겐 잘 팔려서 정상화가 되었죠.

   
▲ 2018년 9월12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강제진압과 관련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Q 폭스바겐의 사례가 우리의 쌍용차 문제와 상당히 비교 돼요. 

네, 우리의 쌍용차와 너무 대비 되죠. 사실 이명박 정부 당시 쌍용 자동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근무했거든요. 이런 얘기를 토론회, 인터뷰, 기고 등을 통해 수도 없이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정부와 사용자가 뭐라 그랬겠어요? 그런거 필요 없다. 그냥 무조건 잘라라. ‘함께 살자’, 일자리 나누자, 구호를 그렇게 외쳤지만 필요 없다, 무조건 잘라라. 라고 답이 돌아왔죠. 

# 협력,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Q 일자리 혁명을 보여준 폭스바겐의 사례로 지역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효과를 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폭스바겐 이후 이런 사례들을 협력업체 중소기업도 해보자, 폭스바겐 공장들과 수많은 부품업체들이 몰려 있는 곳을 남동작센이라고 하거든요. 그곳에서 지역 산업을 혁신시키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90년대 말 이후 계속 추진되었어요. 노동시간 단축도 하고 직업 훈련도 새롭게 하고, 기술 전수나 노사의 고용 안정, 기업의 경쟁력도 동시에 높이는 방안들이 노사민정이 참여한 가운데 논의되었죠. 또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도시, 볼프스부르크는 ‘AutoVision’ 이라는 도시 재생전략을 추진했어요. 이처럼 ‘일자리혁명’은 고용안정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사협약, 노사민정 지역협약, 산정학연의 산업혁신프로그램 등으로 계속 확장되는 것이에요. 노동의 인간화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사가 협력하여 성과를 내고 이러한 성과를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사회 발전을 넘어 국가까지 확장되는 것이죠. 

Q 우리나라 재벌 기업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에요. 근본적인 원인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우리나라 노동 문제의 근본은 무엇인가요?

사실 관련해서 엄청난 세부 내용들이 많겠죠. 그런데 저는 이건 강조하고 싶어요. 대기업과 재벌은 다르다, 반재벌하고 반기업은 다른 거거든요. 재벌 일가들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하고 기본적인 대주주로서의 무한책임, 이런 것들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기업 자체에 대한 부분에 대한 것들을 감정의 문제, 즉 반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재벌일가에 대한 문제는 소유와 경영을 명확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제민주주의가 거창한 게 아니라 주주, 소비자와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결정권까진 아니더라도 의견을 제시하고 정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이사회나 기업의 최고경영기구에 10명 중 한 두 명의 사외이사로 직접 참가하는 게 문제가 된다면, 전문가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독일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벌일가의 전횡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는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현대차나 삼성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사실 삼성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많잖아요. 지금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데. 사실 노동조합 활동은 노동자의 기본권이거든요. 그 자체를 막았다는 건 철저한 불법 행위를 한 거죠.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장 어려운 문제는 소위 장기투쟁사업장이라는 곳입니다. 파인텍이나 콜트악기와 같이 장기투쟁 이후 타협지점을 찾아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미궁에 빠진 경우가 더 많습니다. 조심스럽긴 한데 한 말씀 드리면. 이러한 극한투쟁은 반드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잘 못 받는 경우가 많아요. 제일 걱정되는 것은 주목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 이런 쪽의 노동문제입니다. 이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용자들도 자신의 여력이 부족해요. 이런 경우 노조 스스로가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무언가 해줘야 하거든요. 재벌대기업과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기업별 노조를 하는 사람들이 자기 것을 내놓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기본권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부도 해야 할 일이지만, 노조 스스로 반드시 해야 한다. 삼성에 대한 질책도 질책이지만 노동운동이 이런 것들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해고자 복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철탑에 오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이미지출처=KBS 보도 영상 캡쳐>

Q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예요. 4차 산업혁명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하는 우려가 많습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고 또 우리는 어떤가요? 

정보통신 기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이것이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지고 오고 있죠.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이라고 부르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노동 4.0‘을 이야기해요. 그리고 ’직업훈련 4.0‘도 이야기 합니다. 다시 말해서 산업의 발전이 새로운 수준과 새로운 정보화와 디지털화에 의해 산업이 바뀌는데 산업과 노동이 따로 움직이는게 아니라는 거예요.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새로운 디지털화에 맞춘 데이터와 정보, 기술 정보, 기술 혁명이 사업적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노동에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노동 4.0이에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할 때 우려하는 게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거잖아요. 물론 자동화되고 기계만 들어오면 당연히 그렇겠죠. 그런데 독일은 그렇게 두면 안 된다, 그러면 실업 문제가 생긴다, 결국 노조, 노동 배재적인 4차 산업혁명이 될 것이다. 산업만 발달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결합을 하자, 이렇게 해서 나온 거예요.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러면 아까 말했듯이 노동 시간을 더 줄이면 되잖아요. 일자리 줄어드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에요. 거기에 어떻게 빨리 적응을 하게하고 어차피 자기 하는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예측을 하면서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서 다른 일자리로 갈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그러면서 소득보장 해주고 교육도 충분히 받게 해주자, 그러면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이게 바로 독일이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자세예요. 노동4.0(아르바이트 4.0). 이 프로젝트를 가지고 길게 가고 있죠.

Q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잘 되고 있다고 보나요? 잘하고 있는 것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뜨거운 감자죠. 문재인 정부의 처음 공약이나 대통령의 의지를 봤을 때 친 노동적인 의지와 플랜을 가지고 출발했어요. 초창기에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보여줬고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대로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했어요. 저는 그런 의지는 분명했다 판단하고요. 그런데 지금 현재 시점에서 보면 굉장히 안 좋거든요 상황이. 이유는 뭘까, 저는 두 가지로 생각했어요. 첫째는 우리 내부의 문제, 정부의 준비 상태가 부족한 거죠. 두 번째는 예측하지 못했던 조건이 나빠진 거예요. 경기가 안 좋아진 거죠. 이 두 가지가 결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변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은 면할 수 없어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아무리 조건이 안 좋고 그렇다 하더라도 조건 문제를 따질 수 없다, 그러면 결국은 준비 부족이다. 준비의 책임은 바로 이 정부에 있다는 거죠. 

   
▲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고용관계를 바꿔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사실은 처우 개선을 해줬어야죠. 이 정부 들어서 정규직이 되기 위한 움직임이 많았잖아요. 정규직이 돼야 처우 개선이 될 거라고 본 거죠. 그런데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처우 개선을 확실하게 해주겠다, 굳이 정규직하지 마라, 저는 오히려 정규직 하는 사람들이 처우 개선 안 해주고 정규직을 원하지 않는 분들은 처우 개선을 해주겠다고 하면서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저희 고발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고발뉴스 후원회원이예요. 다들 어렵고 힘든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관심 가지신 분들 많다는 거 다 알고 있어요. 독립 언론에서 일하시는 분들 많이 힘드시잖아요. 후원으로 움직이고 활동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나중에 이상호 기자와도 지금 한일 관계에 대한 쟁점이나 여러 가지 사안으로 함께 대담도 하고 논쟁도 벌이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호 박사
경제학 박사.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략연구실 사회경제분야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2004년 독일에서 노동 문제를 연구했으며 귀국한 후에는 우리나라의 노동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 활동했다. 고용과 일자리 문제, 노사관계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며 노동존중사회와 사람중심 일자리 경제가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효연 기자 

박효연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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